[N이사람]② '고양이 집사' 감독·PD "임수정, 흔쾌히 노개런티 내레이션"(인터뷰)


                                    

[편집자주]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고양이 집사' 임희섭 감독, 조은성PD(위쪽)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우리 영화는 로맨스 영화에요.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외모만 봐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연결시켜준 것은 고양이였다. 서먹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 고양이 이야기를 꺼냈고, 그렇게 밤새도록 수다가 계속됐다.

조용하고 예민한 이희섭 감독과 유쾌하고 소탈한 조은성 PD는 그날 이후 의기투합해 고양이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3년 뒤 나온 결과물 '고양이 집사'는 약 1년간 춘천과 서울 부산 성남 등을 돌며 길고양이와 이들을 돌보는 집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두 사람은 실제로 모두 고양이 집사다. 이희섭 감독의 고양이 레니는 '고양이 집사'에 내레이터로 등장한다. 배우 임수정이 레니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촬영 감독 출신인 이 감독은 영화 '대관람차'를 공동 연출하며 장편 영화 연출자로도 데뷔한 바 있다. 그는 이 '대관람차'의 촬영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우연히 조은성 PD를 만나게 됐고 '고양이 집사'의 감독이 됐다.



조은성 PD는 '60만번의 트라이' '그라운드의 이방인' '울보 권투부'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시민 노무현'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작자다. 스포츠와 고양이를 자신의 '인생 테마'라고 밝힌 그는 2017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사실상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두번째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조 PD는 메가폰을 이희섭 감독에게 넘겨주고 본업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각본가로 참여한 아내 이정은 작가와 함께 반려묘 해피를 키운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고양이 집사'에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희섭 감독과 조은성PD의 애정이 가득 담겼다. 영화는 인간들에 의해 길러지고 버려져 학대 당하는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의 삶을 조명하며, 이들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을 이야기 한다. 조은성PD는 '도둑고양이'라는 명칭이 '길고양이'로 바뀌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앞으로 10년은 '길고양이'를 '동네고양이'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따스한 봄,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고양이 집사' 이희섭 감독, 조은성 PD와 만났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고양이 집사' 임희섭 감독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고양이 집사' 조은성PD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N이사람】① "'고양이 집사'는 로맨스 장르, 고양이 영화 계속 만들래요"(인터뷰)에 이어>

-영화를 보면서 사연들은 어떻게 수집했는지도 궁금했다.  


▶(조은성 PD)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바로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다, 이야기를 보고 삶을 어느 정도 끄집어 낸 다음부터 찍기 시작한다. 미리 만났다. 전혀 잘 모르던 분들이고 인연이 없던 분들이다.

▶(이희섭 감독) 특히 춘천의 두 분은 미리 섭외한 게 아니고 이쁜이(고양이)를 따라다니다가 만난 것이었다. 다른 지역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사전에 말씀을 드렸다.

▶(조은성 PD) 청사포의 경우도 청사포 갔다가 알게 됐다. 그분이 밥 주는 걸 보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까지 다 보셨더라. 오히려 섭외가 쉬웠다. 내가 두번째 고양이 영화 준비 중이라고 얘기했다. 성남은 내 다른 후배가 캣맘이다. 자기 동네가 되게 어렵고, 정말 숨어서 활동하는데 자원봉사를 간다고 한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봤다고 '만나보실래요?' 해서 너무 좋더라. 작가와 함께 셋이 찾아갔다. 철거촌인데 카메라 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그 다음에 찍었다. '묘연'이라고 한다. 고양이들이 맺어준 사이다.

▶(이희섭 감독)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묘연과 인연이 됐다.

-촬영 중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힘을 느꼈던 것인가.

▶(조은성 PD) 많은 분들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보셔서 아시더라. '그 영화 봤다'고 하시더라. 그냥 무작정 갔으면 안 믿었을 것이다. 방송에서는 이용만 하고 나몰라라 하는 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이희섭 감독) 그분들도 받은 상처가 깊다. 이렇게 했다가 욕 먹으면 안 되니까. 나도 부담이 엄청 생겼다. 이게 어떻게 하면 해가 안 될까…고민을 했다. 지금도 두렵다. 세상에 내놓을 때 어떻게 보일지.

▶(조은성 PD) 그분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그런 거다. 고양이 때문에 얼마든지 수모를 당하는 건 좋은데, 나 때문에 이 고양이가 해코지 당할까봐, 사람끼리 싸우면 캣맘이 무조건 진다. 내 고양이들이 다치니까.

▶(이희섭 감독) 우리 애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니 밥도 몰래 준다. 밥 자리가 노출이 되면 해코지 할까봐, 풀숲 해치고 담장을 넘어간다.

▶(조은성 PD) 그분들은 '죄송하다' '미안하다' '고맙다'를 버릇처럼 입에 달고 다닌다. 그래도 인식은 많이 나아졌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언론에서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표현했다. '도둑'에서 '길'로 바꾸는데 십몇년이 걸렸다. '길'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이분들의 최종 목적은 '길'을 없애는 거다, '우리' 고양이 '마을' 고양이로 바꾸기를 원하신다. 그런 활동을 한다.

▶(이희섭 감독)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캣맘에 대해서는 여전히 안 좋은 것 같다.

▶(조은성 PD) '사람도 먹을 게 없는데' 하고 한심하게 보는 분들이 많다.

▶(이희섭 감독) 예전에도 캣맘이 많았는데 이제는 보이니까 인식이 안 좋다.

(조은성 PD) 고양이와 같이 살아가는 방법도 논의돼야 한다. 지자체마다 동물복지과를 늘이고, TNR도 하고…

-춘천 고양이 마을은 결국 세워지지 못한 것인가.

▶(조은성 PD) 관 주도로 뭔가가 될리가 없다. 캣맘 캣대디가 나서서 자원봉사 콘텐츠를 채우고 관이 후원해줘야 한다. 서울에서도 시도가 있었다. 관 주도로 몇번 세미나를 해서 갔는데 절대 안 된다. 마을 재생 사업과 비슷하다. 도로를 깔고 포장하고, 고양이 마을 만드는데 고양이가 없으면 무슨 고양이 마을이겠나. 고양이 마을에 고양이가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래서 성공할 수 없다.

▶(이희섭 감독) 춘천도 그런 의미에서 계장님이 혼자 고군분투 하는 느낌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그러다가 교육을 가셨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지속될 수 없는 거다. 고양이 마을이 오래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데.

▶(조은성 PD) 대만의 허우통 고양이 마을도 자원봉사자를 모아서 청소하고 어른들을 설득하는 데 몇 년 걸렸다. 역사 청소도 해주고, 처음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시작했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단체가 몇 개 없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고양이 집사' 임희섭 감독, 조은성PD(아래쪽)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원래 기획은 춘천 고양이 마을이 완성되는 것을 찍으려고 했던 것인가.

▶(조은성 PD) 이 친구도(이희섭 감독) 저희도 공간에 관심이 많다. 춘천의 오래된 마을이다. 여러 번 갔고, 공간감이 좋아서 이희섭 감독에게 '가볼래? 고양이도 많아' 하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 극영화처럼 준비하는 게 아니니까, 춘천에 고양이 마을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을 1년간 담아보는 게 중심이었다. 이후에 (고양이 마을이 실패하고 난 후) '다른 동네에도 가자, 콘셉트를 바꾸자, 공존을 위해 애쓰는 사람을 만나보자' 했다. 남들은 8개월, 9개월 낭비했다고 하는데,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희섭 감독) 원래 내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었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켜보려고 했는데 춘천에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들어가 있더라. 그러다 보니 내 이야기가 됐다. 그래서 제일 그리고 싶었던 것은 그분들의 행복한 순간인데, 현재의 행복한 순간을 잡기가 힘들더라. 나는 레드를 만난 순간과 레니를 만난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다. 내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집사의 과거 추억을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렇게 하게 됐다.

-영화에서 본 청사포 마을은 그래도 그런 고양이 마을의 구색을 갖춰가는 것 같았다.

▶(이희섭 감독) 청사포는 천천히 그런 일들을 시작한거다. 그때부터 지금이 1년 정도 된 건데, 제가 갔을 때가 막 시작됐을 때다. 제가 알기로는 급식소가 몇군데 더 늘었다.

▶(조은성 PD) 유용우씨도(청사포에서 고양이 밥주기 운동을 시작한 반려동물 생활용품 가게 주인) 천천히 오랫동안 바꾸려고 하더라. 이 친구도 사연이 재밌다. 대도시에서 멀쩡한 직장을 다니다가 지쳐서 연고도 없는 부산에서 정착했다. 목공을 배워서 급식소를 만들어서 주변 가게들에 나눠줬다.

▶(이희섭 감독) 사람이 좋다. 고양이들에게 급식소 밥을 주고 싶은데, 검색을 해봐도 급식소를 파는 데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목공 일을 배웠다. 동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쿠아리움에서 근무를 할 때 돌고래가 불쌍해서 못 보겠더란다. 그래서 '프리윌리'처럼 탈출 계획을 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인생 망칠까봐 못 했다고 했다.

▶(조은성 PD) 주변 상인들도 그런 청년이 와서 얘기 하니까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더라. 나는 기대하고 있다. 나 역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돈도 안 되는데 이런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공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다. 이 영화를 몇분이 보실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다니는 골목의 고양이들을 다시 보게 되실 거다.
'고양이 집사' 스틸 컷 © 뉴스1


'고양이 집사' 스틸 컷 © 뉴스1
-우리나라에서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이 잘 이뤄지고 있는 곳은 청사포밖에 없었나.

▶(이희섭 감독) 영화에는 청사포 한군데만 나왔지만 그곳처럼 인식이 좋은 곳도 많을 것이다. 청사포 한 군데만 소개한 것은 이런 곳도 많지만 그 중에 하나를 보여드린 거다. 다른 곳들은 더 소외된 마을이고, 더 힘든 집사들이 사니까 그분들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두 사람 다 고양이 영화를 계속 만들 생각인가.

▶(이희섭 감독) 저는 계속 만들고 싶다.

▶(조은성 PD) 평생 만들어야 한다. 고양이를 입양해 평생 책임져야 하듯이. 나는 고양이가 창작의 테마다. 내 테마가 스포츠와 고양이다. 처음으로 만든 다큐멘터리가 재일 동포 학생 야구단 영화다. 내게는 이렇게 테마가 두 개다. 평생 만들어도 다 못 만들 거 같다.

▶(이희섭 감독) 계속 만들려면 이 영화가 잘 돼야 한다.

▶(조은성 PD) 이 영화도 투자가 안 돼 대출을 받아서 만들었다. 이자를 갚고 있다. 홍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했다. 700분이 넘게 펀딩해주셨다. 2400만원 정도 마련됐다.

▶(이희섭 감독) 영화를 보는 것도 보는 거지만 고양이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캠페인 광고도 만들었다. 그걸로 지하철에서 광고를 하려고 한다. 그 비용을 마련하려고 크라우드 펀딩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홍보 비용이 부족하다.

▶(조은성 PD) 광고에 '고양이 집사' 개봉 인사를 5초 정도 넣고 앞에 15초 캠페인 광고를 넣었다. 김하연 작가님의 문구를 넣었다.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 김하연 작가님 사진으로 광고를 많이 했다. 이건 영상 버전이다. 그 전에 PD님이 찍으신 고양이 영상도 있고, 영화에 안 들어갔던 영상도 있으니까. 만든 걸 보시고 길에 있는 애들도 똑같은 고양이라고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떤 고양이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조은성 PD) 고양이계에 유명한 '묘통령' 두 사람이 있다. 나응식 김명철이다. EBS '고양이를 부탁해'에 출연한 분들이다. 두분이 하는 '캣토피아'라는 팟캐스트가 있다. 그분들과 얘기하다 '내가 정말 마지막으로 하는 작업은 당신들과 우리가 전국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그 동네 고양이와 대화하는 걸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는거다. 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희섭 감독) 쉽게 섭외할 수 없는 분들인데 섭외했다.(웃음)

▶(조은성 PD) 언젠가 해볼까 싶다. 목포 통영 쪽에 캣맘 모임이 많다. 백군데가 넘는다. 그분들의 이야기나 사연도 듣고 시리즈로 만들 면 좋을 것 같다. 넷플릭스에 제안해보고 싶다. 

▶(이희섭 감독) 언론배급시사회 때도 그런 질문이 들어왔다. 일본의 고양이 영화는 교감 위주인데 우리나라는 왜 현실 고발 위주냐. 나도 사실 그런 교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현실을 들여다 보고 그런 영화를 만들면 그건 진짜가 아니다. 지금은 이런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그런 수의사분들이 가서 교감하고 하는 걸 찍을 수 있으면,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뭔가.

▶(조은성 PD) 저는 제작비 구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이희섭 감독) 저는 다큐멘터리는 처음이었다. 극 영화 촬영 감독으로만 10년간 일했다. 그렇게 촬영만 하다가 하게 된 첫 작품이 '대관람차'였고, 공동 연출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단독 연출을 한 건 처음이었다. 조은성 PD님과 공동 연출을 하려고 했는데 바쁘셔서.(웃음)

▶(조은성 PD) 나는 방임형 제작자라 맡겨놨다.

▶(이희섭 감독) 춘천에서 고립됐다. (웃음) 집사분들에게 위로도 받고 그렇게 지내다가 그분들이 힘든 모습을 보니까 나도 나중에 힘들어져서 서울로 빠져나왔다. 더 있으면 힘들어질 거 같더라. PD님이 오라고 했다. 그래서 다른 곳에 가보자 해서 영화에 나온 노량진 수산시장과 성남 부산 등에 가게 됐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고양이 집사' 임희섭 감독, 조은성PD(오른쪽)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희섭 감독의 경우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달라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텐데.

▶ (이희섭 감독) 다큐멘터리가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엔딩 컷을 찍을 때 기분을 말로 표현을 못 할 것 같다. '이건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건데?' 1년간 의도한대로 흘러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생각하지 못한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그게 다큐멘터리를 찍는 힘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다큐멘터리를 찍을 생각이 있나.

▶(이희섭 감독)고양이에 관련된 거라면 할 수 있는데 다른 것이라면 어려울 것 같다. 다큐멘터리는 많이 알아야 하고,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내가 깊이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고양이 밖에 없다. 다른 장르는 자신이 없다.

▶(조은성 PD) 평생 고양이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도 나쁘지 않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으면 하고 싶은 걸 해야햔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시작이었다면, 점점 더 한국의 고양이과 집사들이 변하는 과정을 영화로 찍을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다.

-감독과 제작자로서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나.

▶(이희섭 감독) 내가 예민한데 많이 이해를 해주신다.

▶(조은성 PD) 왜냐, 내가 무디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다. 또 감독들은 결정을 할 때 고민하는 게 있는데, 나는 제작자로서 그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는 일을 해준다. 감독들도 누군가 옆에서 힌트만 주면 되는 때가 있다. 그런데 그걸 어려워하는 제작자들이 있다. 나는 고양이에 관해서는 영화도 만들어 봤기 때문에 고민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편이다. 이번 영화도 가편집본을 보고 길이 아닌 것 같아서 '다시 하자'고 했다. 많이 다듬어서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이희섭 감독) 나는 모든 걸 다 넣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니까.

▶(조은성 PD) 사족들이 많다. 버릴 때 눈물이 나니까 결정은 감독이 하지만, 조언은 스태프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분을 주는 역할을 한다.

-임수정의 내레이션도 화제가 됐다.

▶(조은성 PD) 임수정과 인연이 있었다. 팟캐스트 전에 나에게 제일기획에서 연락이 왔다, 담당자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보고 자문 전화를 한 거다. '감독님이 CF를 연출해주시면 안 되냐, 저희는 시스템이 다 있으니 디렉션만 해달라'고 하더라. 내용은 헌옷을 재활용해서 고양이들의 겨울 집을 지어주는 캠페인이었다. 신세계 이마트가 광고비를 댔다. 재밌네, 좋은 일 하네 싶어서 참여했다. 그때 내레이션이 필요했다. 임수정씨한테 전화했다. '한 번 하실래요?' 했더니 흔쾌히 해주시더라. 녹음실에서 목소리를 듣는데 '이거다' 싶었다. (이)희섭이가 만드는 영화 내레이션도 이 분이 하면 좋겠다 싶어서 요청했다. 비용을 드릴 수 있는데, 생각이 있으신가 했더니 '하겠다' 하시더라. 개런티는 받지 않겠다면서 길고양이를 위한 좋은 일에 써달라고 했다. 수정씨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채식주의자다. 유제품도 안 드신다. 최근에도 화장품 CF를 하시는데, 우리나라 최초인가 동물 실험 안 하는 제품의 모델이다. 동물 사랑이 남다르다. 고양이에 대해서는 털알러지가 심하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약을 먹어가면서 주변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 임수정씨도 일종의 '캣맘'인 것이다.
뉴스1 DB © News1 권현진 기자
-임수정이 영화 프로모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희섭 감독) 알려지기를 원하진 않으신다.  

▶(조은성 PD) 귀찮아서가 아니었다. 나에게 '두 분이 충분히 빛나셔야지 제가 나가면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건데 불편하다'고 하더라. 아마 영화도 몰래 가서 볼 것 같다.

-임수정과 작업은 어땠나.

▶(이희섭 감독) 되게 조용하셨다. NG도 한 번도 안 내시고 영화를 이해하고 오신 느낌이 들었다. 장면 장면이 고양이의 시점이다 보니까 조금 더 순수한 눈으로 바라봐 달라고 했었다. 레니의 성격에 대해서 '장난은 심한데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고 그런 아이다'라고 설명 드렸다. 연기하실 때 실제로 레니랑 비슷하게 느껴지더라.

-마지막으로 질문하고 싶다. 두 사람에게 고양이는 어떤 존재인가.

▶(조은성 PD) 이정은 작가님(조은성 PD의 아내이자 각본가로 '고양이 집사'의 내레이션 대본을 썼다)에게 물어달라.

▶(이정은 작가) 나에겐 공기다. 없으면 못 산다.

▶(조은성 PD) 나는 이정은 작가님의 말로 대신하겠다. 전 작품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기도 하고, '고양이 집사' 작가기도 하고 나의 아내라 24시간 붙어있으니까 이정은 작가님의 말이 맞다. 다음 고양이 영화도 셋이 만들 거 같다. '고양이 집사' 하면서 알았는데 이번 영화 홍보 담당자님도 고양이 집사다. 보석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이희섭 감독) 나는 이승원 팀장(홍보사 렌)님을 너무 사랑한다.(웃음) 너무 잘해주신다. 배급사도 우리나라 최초 고양이 영화를 배급한 '고양이의 춤' 배급사다. 우리 영화는 후반작업까지 합쳐서 고양이 집사들이 모여서 만든 영화다. 온라인 담당도 포스터 디자이너도 모두 고양이 집사들이다. 마지막으로 고양이 집사 분들에 하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나는 우리 영화가 로맨스 장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홍보팀에서도 로맨스 영화라고 한다. 집사와 고양이의 사랑 이야기다. 이건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물질적으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일을 자발적으로 고양이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분들, 그분들의 원동력은 사랑이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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