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부족한데, 인공지능은 재앙일까? 희망일까?

"기술 발전에 일자리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진화"
AI·기술 발전은 더 높은 지적 능력 요구…더 많은 배움도 가능해져

[편집자주]

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의 킬러로봇 T-800. (출처:'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스틸컷)

인공지능(AI)과 같은 정보통신(ICT) 기술의 발달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AI는 지금까지 기계가 하던 것보다 더 복잡한 작업들까지 도맡아 한다. 때문에 앞으로 일자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요구되는 지적·인지적 능력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고, 낙오자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오히려 인간의 인지적·업무적 능력을 끌어올리는 코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링디엔에이(RingDNA)가 있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지적 능력이 더 높아진다"



기술은 인간의 단순 반복 작업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돼왔다. 이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던 단순 노무직도 점차 사라졌다. 옛날에는 곡괭이질만 할 줄 알면 밭과 광산으로 취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트랙터든 자동차든 복잡한 기계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화되면 이마저도 기계에 대체되어갈 것이다. 이 가운데 계속 '쓸모 있는' 근로자로 남으려면,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더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조던 피터슨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 유튜브에 게시한 강의를 통해 "높은 지능을 가진 기술천재들이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구직자에게 요구되는 인지능력도 증가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은행창구 직원을 하려고 해도 복잡한 은행 전산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이어 "자동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 능력을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이것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사회문제"라고 피터슨 교수는 지적했다.

최근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는 자율주행차 기술도 같은 맥락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택시, 택배 등 수송업무는 소위 '최후의 보루'로 불릴 만큼 서민들에게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해오던 직종이다. 운전 외에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만큼, 은퇴 후 경력이 단절됐든, 사업을 하다 망했든, 누구든 곧바로 택시·택배를 통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운송업무가 미래에 모두 자동화된다면 이 수많은 운송업 종사자들은 오갈 곳이 없게 된다. 아직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한 또 다른 업종을 찾아 떠나야 할 것이지만,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링디엔에이(RingDNA) 홈페이지© 뉴스1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이끌어준다"


기술 발달에 따라 인간에게 요구되는 지적 능력은 더 높아지지만, 반대로 기술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끌어올려주는 경우도 있다.

미국 실리콘벨리에 기반을 둔 IT기업 링디엔에이(RingDNA)는 텔레마케터들에게 업무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텔레마케터들의 업무를 분석하고 코칭을 제공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맡아서 한다.

링디엔에이의 '대화 인공지능(conversation AI)'은 고객업체 텔레마케터들의 수백만 건의 통화·거래내용을 분석한다. 인공지능은 이 대화들의 내용, 통화 시간과 빈도, 최종적으로 판매 성사로 이어지는지 등을 분석해 누구의 어떤 대화 방식이 가장 좋은 실적으로 이어지는지 등을 도출해낸다. 이로써 텔레마케터들은 스스로의 업무와 성과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

링디엔에이 설립자인 하워드 브라운은 지난해 5월 블룸버그 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수백만 건의 고객응대 통화 내용을 분석해 무엇이 효율적이고 무엇이 아닌지 알아낸다"며 "AI를 통해 통화 응대원들을 훈련시키고, 그들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하워드는 "물론 AI가 발전하면서 누군가는 직장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 기업이 목격하고 있는 것은, 퍼포먼스가 좋지 못하던 사람이 링디엔에이 코칭을 통해 더 나아진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인공지능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대체하기보다, 오히려 인간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시리' 같은 AI 비서들이 텔레마케터들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것이라던 예견과 달리, 오히려 인간 텔레마케터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과장된 우려와 달리 인공지능은 이처럼 인간이 하던 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간보다 어떤 부분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은 나오겠지만, 인간을 통째로 대체하는 인공지능이 나오리라는 생각은 학계에서도 이미 옛날에 버린 생각"이라며 "강아지가 우리보다 냄새를 잘 맡고, 자동차가 우리보다 빨리 달린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를 대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이어 "대화 인공지능을 통한 콜센터, 챗봇이 불가능한 것도 마찬가지. 전 세계적으로 AI 콜센터 구축에 엄청난 돈을 낭비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며 "대신 (링디엔에이처럼) 인간을 도와주는 AI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들이 성과를 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News1 DB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해진 시대 vs 더 많은 지식이 가능해진 시대


기술 발달에 따라 인간에게 요구되는 지적 능력은 높아졌지만, 이에 부응해 지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인프라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IT기술은 인간에게 지적 성장의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 소재 명망 있는 대학의 인문학부를 졸업한 김 모 씨(31)는 졸업 후 게임 회사에 개발자로 취직했다. 인문계열 취업난이 닥치면서, 대학에서 배운 것을 버리고 급하게 이공계로 진로를 틀어버린 것이다. 이 때 필요한 모든 프로그래밍 지식은 학교가 아닌 유튜브와 구글을 통해 습득했다. 현재 5년차에 접어들며 회사에서도 나름 기둥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글을 통해 공부를 하고 있다.

김 씨는 "게임이나 엡 개발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의 프로그램 개발 실력은 굳이 대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물론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전공 지식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실제 업무에 쓸 수 있는 만큼의 지식은 문턱이 매우 낮아졌다. 업계에 비전공 출신에 독학으로 공부한 친구들이 꽤 많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소위 '전문지식'이란 대학교에 입학해 교수의 수업을 들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의 도움으로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 석학의 명강의도 유튜브와 무크(MOOC) 등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접할 수 있다.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기술 발전으로 단순 노동 일자리는 더 없어졌지만, 그만큼 더 많은 배움의 기회가 생겼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진화한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도 기술기업 억제에 초점 맞추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직업 재훈련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suhcrat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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