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사이트] 평양종합병원이 '명당자리'인 이유?

北, '김일성 주석이 지정한 자리'로 선전
김정은식 '애민'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

[편집자주] 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진행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첫 삽'을 뜨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는 노동신문의 보도(3월 18일 자)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신문은 병원이 들어설 자리가 '명당'이라고 거듭 언급했는데, 그 자리가 왜 명당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구글 어스를 통해 병원 위치를 확인해 보니 병원은 평양의 중심부에 지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동평양에 있는 당 창건 기념탑 바로 앞 광장에 들어선다. 대동강을 바로 내다볼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당 창건 기념탑 앞에 지어지고 경관도 좋으니 명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 이 광장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여러 행사를 진행하곤 한다. 그리고 '백전'과 '백승'으로 나뉜 구호가 당 창건 기념탑을 중심으로 양 측 건물에 붙어 있는 경관은 북한을 취재하거나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낯익은 풍경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것은 내 추정일 뿐이라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마침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의 저자인 민경태 통일교육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명당자리'에 대한 본인의 해석을 내놔 찬찬히 읽어봤다.

민 교수에 따르면 평양의 도시계획에는 2개의 중요한 경관축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인 '조선혁명박물관-만수대기념비-당 창건 기념탑'을 연결하는 축에 병원이 들어선다.

민 교수는 이번 건설을 이례적으로 바라봤다.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기보다 조망을 위해 비워두는 공간으로 계획된 곳에 병원이 들어서게 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북한이 공개한 조감도에 나타난 병원의 모습을 두고도 그는 "대규모 병원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경관이 가로막히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며 "고층부에 두 개의 타워를 배치하고 브릿지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바람길을 내어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도록 설계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 교수의 설명을 읽고 나서도 '명당'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곳이 왜 명당인지 더 의아해졌다. 형식과 관례를 깬 파격적 조치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정답은 결국 북한이 공개한 것 같다. 지난 24일 자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면 이곳이 왜 명당인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통신은 1948년 3월 김일성 주석과 부인인 김정숙이 '동평양벌'을 보러 나온 일화를 소개했다. 김정숙이 이곳을 며칠 째 돌아보면서 종합병원건설의 부지를 찾았고 이를 김일성 주석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도 "벌이 넓어 큰 병원을 건설하기 적당하다"라고 만족했다고 한다. 통신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몸소 확정해 주신 이곳에 일떠설 인민의 종합병원의 모습이 일꾼들의 눈 앞에 안겨 왔다"라며 이번에 병원을 건설하는 부지가 김일성 주석이 지정해 준 곳임을 시사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노동신문이 지난 18일 보도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처럼 선대 지도자가 직접 정해준 위치니 북한에서 왜 이곳을 명당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됐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착공식에서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우리 당(노동당)이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숙원해 온 사업"이라며 "수령님(김일성 주석)과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제일로 기뻐하실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평양의 대표적인 병원들은 조선적십자종합병원, 김만유 병원, 평양의학대학 등이 있다. 고려의학(한의학)을 다루는 고려의학종합병원도 대표적인 병원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을 '보건의 중심 기지'로 세울 구상을 지난 착공식에서 밝혔다. 기존의 병원들의 기능을 한 곳으로 집약하고, 새롭게 의학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번 병원 건설은 철저히 '인민중심 제일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구상도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착공식 연설에서 평양종합병원을 '인민을 위한 또 하나의 재부'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꼭 과거 일화나 지리적 위치를 따지지 않아도 명당이 맞겠다 싶다.

김 위원장은 평양종합병원의 건설을 다른 건설 사업보다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인민을 위한 보건 사업 강화 차원에서다. "돈이 없어 병원 문전에도 가지 못하고 숨진 인민들"을 언급하며 무상 의료제를 실시한 할아버지의 꿈을 이루는 셈이기도 하다. 명당에 들어서게 될 평양종합병원은 이제 김정은 시대 '애민' 정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seojiba3@news1.kr

많이 본 뉴스

  1. 옥중 결혼 꿈꾼 무기수 5일 휴가, 청혼 거절에 "헛되다" 유서
  2. 한혜진 "제발 오지마" 호소…홍천별장 CCTV 찍힌 승용차 소름
  3. 한소희 '프랑스 대학 합격' 거짓말? "예능서 얘기 편집돼 와전"
  4. 유재환 "X파 있다, 섹시 토크도…예비 신부? 내 배다른 동생"
  5. 김희정, 셔츠 한 장 안에 비키니 입고 글래머 몸매 인증
  6. 담배연기가…기안84 'SNL 코리아 5' 방영 중 실내 흡연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