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 화재 잇따르는데…"스프링클러 설치한 노후업소 0곳"

10곳 중 9곳 '객실 내 완강기' 없어…비상구엔 장애물 적치
소방시설법 개정해도 노후업소 속수무책…"소급적용 해야"

[편집자주]

서울 종로구5가의 한 여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2018.1.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노후 숙박업소 10곳 중 9곳 이상이 객실 내 완강기를 설치하지 않거나 비상구 통로에 장애물을 쌓아놓는 등 안전사고 대비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업소는 한 곳도 없어 소비자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노후 숙박업소들이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숙박업소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르면서 소방시설법이 강화되고 있지만, 법 개정 전에 인허가를 받은 업소까지 소급적용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 논란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숙박업소 95% '객실 내 완강기' 미흡…스프링클러 설치는 0%

한국소비자원은 수도권 소재 모텔·여관·여인숙 등 일반숙박업소 20개소에 대해 안전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19개소(95%)가 객실 내 완강기 설치를 하지 않거나 비상구 통로에 장애물을 쌓아 두고 있었고, 20개소(100%) 전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 안전사고 대비에 미흡했다고 24일 밝혔다.



소방시설별로 보면 '객실 내 완강기'가 없는 숙박업소는 19개소로 95%에 달했으며 5개소(25%)는 '객실 외 완강기'조차 두고 있지 않았다.

완강기가 있더라도 주변에 장애물을 두어 실효성이 떨어진 업소는 7개소(41.2%)였으며 완강기 및 간이완강기의 최대사용하중(100㎏)에 미흡한 업소는 무려 66.7%에 달했다.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소화 활동을 돕는 '객실 외 개구부'가 없거나 막혀있는 곳도 14개소(70%)에 달했으며, 8개소(40%)의 '객실 내 개구부'도 안전기준에 미흡했다. 개구부 규격(가로 0.5m·세로 1m·바닥 1.2m)이 적합한 업소는 4곳(20%)에 불과했다.

숙박업소 90%는 기본 소방시설인 소화기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객실 내 소화기가 없는 업소는 18개소였으며, 객실 외 소화기의 내용연수가 10년을 경과한 곳도 15%(3개소)에 달했다.

심지어 조사 대상이 된 숙박업소 중에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업소는 한 곳도 없었다. 비상구 통로에 장애물을 적치한 업소도 95%에 달해 재난이 발생해도 신속한 대피가 불가능했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뉴스1

◇법 개정해도 노후업소는 제재 불가능…"소급적용 해야"

문제는 노후 숙박업소에서 안전기준에 미흡한 소방시설 실태가 적발돼도 제재를 가하거나 시정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원이 조사한 숙박업소는 모두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인허가를 받은 곳이어서 대부분의 안전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예컨대 지난 2015년 1월부로 객실마다 2개 이상의 간이완강기를 설치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됐지만 그 이전에 인허가를 받은 숙박업소는 하나만 설치해도 법 위반이 아닌 셈이다.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가 됐던 스프링클러도 지난해 1월에서야 6층 이상 건물에 의무 설치하도록 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인허가를 받은 숙박업소는 규제에서 자유로웠다.

소비자원은 최소한의 안전시설인 완강기에 대해서는 현행 기준을 소급적용해 화재사고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객실 내 소화기에 대해서도 "초기 화재진압이 가능하도록 객실 면적과 관계없이 소화기 구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소방청에 전달하고 △숙박업소 내 소방시설 관리·감독 강화 △완강기 설치 강화 기준 소급적용 △객실 내 소화기 비치 의무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dongchoi89@news1.kr

많이 본 뉴스

  1. "연예인 뺨치는 미모"…3명 연쇄살인 '엄여인' 얼굴 공개
  2. "일부러 땀 낸다" 日여성 겨드랑이로 만든 주먹밥 '불티'
  3. '최우성♥' 김윤지, 임신 8개월차 섹시 만삭 화보 "안 믿긴다"
  4. 18일간 문자 폭탄 신촌 그 대학생…열받은 여친이 청부 살해
  5. '편의점 취업' 부부, 마음대로 먹고 쓰고…'현실판 기생충'
  6. 젠틀한 13살 연상과 재혼…대학생 딸 "새아빠가 성추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