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빨리 피해"… 관광지가 전쟁터같이, 아수라장 된 산불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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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7시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인근에 위치한 변압기가 터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인접지역 속초시의 한 아파트까지 위협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19.4.4/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태풍같이 몰아치는 거센 바람에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속초까지 옮겨 붙으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매캐한 연기는 현장을 뒤덮었고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눈이 따가웠다.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식당으로 피신한 주민들은 숨을 돌리며 화마가 피해가길 간절히 바랐지만 이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차단기를 내리고 '빨리 피해야 한다' 외치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마치 전쟁터 피신모습을 방불케 했다.

도로는 피신하는 차량들로 붐볐고 곳곳마다 경찰이 통제하며 안내했다. 시민들은 가족과 지인들의 안부를 확인하며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한 모습이었다.

끊임없이 울리는 대피문자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했다.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되고 있는 5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교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물을 뿌리며 불길을 막고 있다. 2019.4.5/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아파트 주민들은 불길이 넘어올까 연신 물을 뿌려대며 외곽을 지켰다. 저 너머에 살던 이웃집이 불타고 있지만 잘 피신했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한 주민은 급한 대로 중요 서류를 챙겨 차에 싣고 떠날까했지만 아파트를 사수하기 위해 소방 호스를 잡았다.

유모씨(48)는 "불이 산 너머에 있다가 순식간에 가까이 와서 접근을 막고 있다"며 "몇 시간 더 지켜보고 집에 들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속초와 고성을 잇는 동해대로 7번 국도 주변은 평소 아름다웠던 경치와는 달리 도로에 널브러진 나뭇가지와 돌멩이, 불에 타 쓰러진 자동차, 활활 타오르는 주택,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들이 섬뜩한 상황을 연출했다.

강원 고성에서 4일 오후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속초까지 번지고 있다. 고성군 토성면 일원 한 주택가가 불에 타고 있다. 2019.4.5/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오전 2시 기준 속초·고성 산림 피해면적은 250㏊로 추산됐고, 주민 3600여명이 대피했다.

불길이 강풍을 타고 속초, 강릉 등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47개 학교가 5일 휴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재 속초시는 가스 폭발에 대비해 총 6153세대 아파트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동해안산불방지센터는 오전6시8분 일출과 동시에 헬기를 총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4일 오후 7시17분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인근에 위치한 변압기가 터지며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소방대응 3단계를 발령, 전국 소방차를 동원하기로 했다. 2019.4.4/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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