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곳곳 도심 집회…"111년 지나도록 여성인권 아직"(종합 2보)

5000여명 3·8 거리행진 참가
스쿨미투·성별 임금 격차·낙태죄·백래시 주제 등장

[편집자주]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싸우는 여자가 춤춘다 '공동 퍼포먼스를 함께하며 춤을 추고 있다. 2019.3.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8일 제 111회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도심 곳곳에선 각계 여성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시민사회단체와 청소년 및 대학생, 노동단체는 더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3‧8 거리행진이 이날 오후 7시 15분부터 8시 11분쯤까지 이뤄졌다. 주최측과 경찰측에 따르면 약 5000명이 참가한 이번 행진은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해 안국동사거리, 종로를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행진 중 "낙태죄 폐지하라"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성평등이 민주주의 완성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행진 중 특별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고 신나는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면서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행진이 모두 끝난 뒤 참가자들은 다시 한번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구호를 외친 뒤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과 노동당 등 단체들이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스쿨미투' 대책을 마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9.3.8 © 뉴스1 박혜연 기자

이날 여성의 날을 맞이해 오전부터 많은 행사가 있었다. 이날 오전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등 4개 단체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내 성폭력 고발운동인 '스쿨미투'를 끝내야 한다며 시민사회의 관심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학내 성폭력 문제는 오랫동안 반복한 문제"라며 "정부는 학내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자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가해교사에 대한 '꼬리 자르기'식 대응 외에 구체적인 계획은 빠져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페미니즘모임 활동가 양지혜씨는 "성폭력 가해교사는 고작 정직 몇 개월 이후 학교로 돌아오거나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내 성폭력 현황 전수조사 △구체적인 예방책 마련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학내 성폭력 문제 징계 권한을 학교법인에 둔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낙태죄 위헌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3.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해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온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날 오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국가는 가족계획 정책을 통해 경제개발이 중요할 때는 법적 근거와 상관없이 임신중절을 조장했다"며 "그러나 저출산 해결이 목표가 되자 국가의 책임은 외면한 채 임신을 중지하는 여성을 비난하고 처벌을 강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인척 간 임신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등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법을 비판했다

민우회 소속 노새 활동가는 "몇 가지 허용 사유를 둠으로써 낙태죄의 합리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낙태죄 유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 어떤 권리보다도 생명권을 최우선한다면서도 이런 예외를 통해 국가가 안 낳아도 될 생명을 선별한다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성별 분업 해체와 여성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촉구했다. 2019.3.8/뉴스 © News1 성동훈 기자

노동단체들은 아직 성평등한 노동환경이 완성되지 않았다면서 여성 노동자들을 향한 차별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등은 이날 오후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3시 STOP 제3회 조기퇴근시위'를 열고 "아직 대다수 여성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혹은 최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017년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이 100:64라는 성별임금격차를 겪고 있었다"며 "경제개별협력기구(OECD) 중 성별임금격차가 1위인데 그런 의미로 우리 모두 다 3시면 퇴근하자"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3·8 세계 여성의 날 정신 계승 노동자대회'를 열고, 세계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색인 보라색 스카프를 둘렀다.

이들은 "성차별 조장하는 성별분업 해체하자", "성별 임금격차 해소하고 동일임금 쟁취하자", "성차별 채용관행·채용차별 박살내자" 등 구호를 외치며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성의 채용 차별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지만 이것이 투쟁의 절박한 과제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을 반성한다"며 "민주노총의 조직문화를 성평등 문화로 바꿔내고 여성조합원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참여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한국노총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여성 노동자의 노동 존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3.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2019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열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는 주장은 111년이 넘도록 계속됐지만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며 "여성노동자는 그 자체로 노동자이며, 인간으로서 권리와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여성이기에 일터에서 겪는 차별뿐 아니라 노조활동가로서 남성 중심 사회와 조직에서 겪는 여러 차별들이 여성노동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위원장으로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해소하고 여성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운동을 향한 '백래시'(반발)가 심했다고 주장하는 대학가 여성운동단체들의 도심 퍼포먼스도 열렸다.

지난해 10월 폐지된 성균관대학교 총여학생회의 존립을 주장하는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성성어디가)는 이날 오후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의 날 대학 페미 퍼포먼스'를 열고 대학 내 페미니스트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페미니스트로 밝혀지는 순간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었다며 "총여학생회 폐지가 이런 흐름에 더 힘을 실었고, 페미니스트는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는 불온한 추문의 대상이 됐다"고 성토했다.

dyk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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