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베트남 어디를 찾을까…北대표단 발길 따라 본 동선
- (하노이·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장용석 기자
의전·경호 전담 北대표단, 사흘째 동선 점검
日매체 "하노이 오페라하우스, 정상회담장 떠올라"
[편집자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에서는 어떤 곳을 방문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때는 한밤중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깜짝' 방문해 싱가포르의 야경을 감상했던 만큼, 이번 하노이 방문에서도 경제시찰 등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에서 김 위원장의 동선은 지난 주말 하노이에 도착한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예상해볼 수 있다.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의전을 전담하는 인물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12 북미정상회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동선, 경호 등 실무업무를 총괄했다.
김 부장은 의전·경호를 담당하는 각 분야 책임자 11명과 함께 지난주 평양을 출발, 중국 베이징과 광저우를 거쳐 16일 하노이에 도착했다. 북한 대표단에는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및 김 위원장의 경호를 담당하는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이 포함됐다.
김 부장 등은 하노이 도착 당일부터 김 위원장의 숙소 후보지를 점검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북한 대표단은 공항에서 베트남 정부 영빈관으로 이동, 이곳에 여장을 푼 뒤 베트남 정부 당국자들과 접촉했다. 이후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멜리아·인터콘티넨털 웨스트 레이크 등 5성급 호텔 3곳을 차례로 둘러보며 시설과 구조 등을 점검했다.
첫날이 김 위원장이 사용할 '숙소 점검'에 초점을 맞췄다면, 둘째날인 17일은 '시찰지 및 동선 점검'이 키워드였다. 이른 아침부터 영빈관을 나선 김 부장 일행은 8시간 뒤쯤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하노이를 벗어나 삼성전자 생산공장이 있는 박닌성·타이응우옌성, 휴양도시인 하롱베이, 중국-베트남 접경지역인 랑선성 등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외국기업의 제조업시설이 모여 있는 박닌성이 김 위원장의 유력한 방문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베트남식 개혁·개방(도이머이)을 북한에 접목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도 김 위원장이 제조업 메카인 박닌성과 항구도시이자 공업도시인 하이퐁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었다.
교통체증이 심한 하노이 시내보다는 박닌성, 하이퐁 등 외곽으로 이동해 경제시찰을 하는 방안이 경호나 안전상 훨씬 낫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 부장은 전날 하노이 외곽을 둘러본 데 이어 오후에는 미국 측 실무 대표단과 만나 양국정상의 일정 및 동선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폰TV 등 일본매체는 북미정상회담 관련 의전 등 실무를 준비하는 북미 양측 대표단이 17일 메트로폴 호텔에서 처음 만나 식사를 함께하고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미국 측 실무대표단과의 첫 만남에 앞서서는 하노이 오페라하우스 등 주요 시설을 둘러봤고, 이때도 미 정부 관계자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TV는 하노이 오페라하우스에서 김 부장 등 북한 대표단이 미국 대표단과 함께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포착하기도 했다.
후지TV는 "김 부장이 이날 둘러본 장소들이 북미 정상 간의 회담장 또는 만찬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측이 경호문제와 동선 등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양국정상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함께 투숙하고, 인근에 위치한 오페라하우스를 정상회담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부장 등 북한 대표단은 하노이 체류 사흘째인 이날 행선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만 경호를 담당하는 김철규 부사령관은 이날 오전 영빈관을 빠져나와 멜리아 호텔 등을 다시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wonjun44@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