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47개 중 41개 '직권남용'…양승태 운명 가른다

유죄 인정 때 징역 5년까지…평가하긴 어려운 죄목
檢 "물증 있으니 확실" 자신…무죄 가능성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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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2019.1.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법의 심판을 받는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두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의 핵심은 직권남용이 인정되는지 여부로 보고 있다. 이날 기소된 47개 혐의 중 41개가 직권남용일 정도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대부분이 해당된다.

형량도 높은 편이다. 형법상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게 하면 징역 5년까지 처할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과 다수 범죄임을 감안하면 유죄가 인정될 경우 형이 가중될 수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개별 법관의 재판에 개입했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재판에선 다른 법관의 재판에 대한 개입이 대법원장의 직무권한에 속하는지, 양 전 대법원장이 하급자에 지시하는 등 공모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직권남용은 뇌물·공무집행방해·직무유기 등 다른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에 비해 평가하기 어려운 죄목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법원이 직권남용을 좁게 해석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려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상급 공무원이 지시해 하급 공무원이 실행'하는 등 이번 사건과 구조가 비슷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민간인 사찰 사건의 경우, 법원은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 상급자의 지시가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하기도 했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2.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반면 법원은 지난달 23일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선 다른 판단을 했다. 안 전 국장 역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안 전 국장이 인사담당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배치하는 부당한 인사안을 작성하게 했다고 봤다.

검찰은 여러 정황과 관련자의 진술만으로도 직권남용이 유죄로 인정된 안 전 국장과 비교하면, 인사 불이익 문건 등 물증이 확보된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가 더 확실하게 소명된다고 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보다 가벼운 안 전 국장도 법정구속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직권남용은 법 해석을 놓고 다툴 여지가 많고 판례도 부족해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삼성에 다스소송을 지원하게 한 이명박 전 대통령, 대기업에 보수단체를 지원하게 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인정하는 사실관계에 대해선 무엇이 '직권'이고, 어느 정도를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지를 놓고 치열하게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할 전망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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