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만에 만나지만 이게 마지막인가"…이산상봉 닷새앞 사연들

"세 살배기 딸, 68년 만에 만나…소설 같다"
南北 이산가족 20~26일 금강산서 상봉

[편집자주]

오는 20일로 예정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박기동 할아버지(82세). 박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북측의 남동생과 여동생을 만날 예정이다.(공동취재단) 2018.8.14/뉴스1

박기동 할아버지(82)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기억 속 여동생 선분씨(74)는 이목구비가 서양인을 닮았다.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소련 여자라고 로스키라고 놀리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박 할아버지를 비롯한 남측 상봉자 93명은 오는 20일 금강산에서 꿈에 그리던 이북의 이산가족을 만난다. 전쟁 통에 헤어진 지 68년 만이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박 할아버지네 가족은 부모님과 셋째·다섯째는 이북에서, 첫째인 박 할아버지와 둘째·넷째는 이남에서 흩어져 살았다. 전쟁이 났을 때 서울의 중학교에 다녔던 박 할아버지는 두 동생을 피난민 수용소에서 만났다.

이북의 부모님께 열심히 살았다고, 동생들 잘 보살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두 분은 돌아가신 것으로 확인됐다. 할아버지는 그래도 "상봉하게 돼 행운이라 생각한다"며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박 할아버지는 이북의 동생 선분씨와 혁동씨(70)에게 부모님과 자신, 동생들의 모습이 담긴 가족 사진첩을 전해줄 예정이다. 생전 사본 적 없던 비싼 겨울 외투도 동생들을 위해 장만했다. "추운 데니까, 따뜻하게 입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는 건 2015년 10월 이후 3년 만이다. 생존한 이산가족 5만6890명 가운데 100명이 남측 이산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다.

거동이 불편한 상봉자는 1명의 가족을 동반할 수 있어 박 할아버지는 넷째 여동생과 상봉행사에 간다. 함께하지 못하는 남측의 둘째 동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황우석 할아버지(89세). 황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북측의 딸(71)과 외손녀(39)를 만날 예정이다.(공동취재단)2018.8.15/뉴스1

우리 측 상봉행사 선정자 가운데는 68년 만에 딸을 만나는 황우석 할아버지(89)도 있다. 헤어질 때 세 살배기였던 딸이 일흔한 살 노인이 돼 외손녀(39)를 데리고 나올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황 할아버지는 "인민군에 끌려가기 싫어 3개월만 피난을 하자는 생각으로 나왔다. 그런 게 68년이 됐다"며 한 맺힌 사연을 털어놨다. 고향 황해도 연백은 전쟁이 나기 전엔 38선 이남이었다.  

이북에 살던 세 여동생은 모두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황 할아버지는 "2016년에 세상 떠난 여동생도 있더라"며 "10년 전에만 됐어도 여동생들도 다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황 할아버지는 딸을 만나면 가장 먼저 "지금까지 살아줘서 진짜 고맙다"라고 말해줄 생각이다. 할아버지는 "걔가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고 외로웠을 것"이라면서 "많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황 할아버지는 "모녀(부녀) 상봉이라는 게 참 소설 같은 얘기"라며 "한국만 유일하게 분단국가가 아니냐.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이수남 할아버지(77세). 이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북측의 큰형(87세)을 만날 예정이다.(공동취재단)2018.8.15/뉴스1

68년 만의 만남을 앞둔 이산가족들의 마음속엔 설렘과 서글픔이 공존한다. 이번 만남이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북의 큰 형님과 만날 예정인 이수남 할아버지(77)는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단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며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복받치고,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고 했다. 

이 할아버지는 그러면서도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우리도 나이를 먹어가고 하니 여러 가지로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오는 20일~22일, 23일~26일 금강산에서 열린다. 남측 상봉단 93명이 먼저 북측 가족들과 만난 뒤 북측 상봉단 88명이 남측 가족들과 만난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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