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로 모의?…광주 시험지 유출 '첩보영화' 방불 

유출 하루 전 행정실장·학부모 카페서 필담 주고 받아
시험지 받은 엄마, 컴퓨터로 편집해 '족보'로 전달

[편집자주]

17일 '광주 고3 시험지 유출 사건'을 수사하는 광주 서부경찰서 소속 수사관이 사건이 발생한 광주 D 고등학교에서 갖고온 압수품을 담당팀으로 옮기고 있다. 2018.7.17/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광주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과정에서 용의자들이 '필담'을 주고받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광주 서부경찰에 따르면 광주 D고교 '고 3시험지' 유출사건과 관련. 해당 학교 행정실장 A씨(58)와 학교운영위원장인 학부모 B씨(52·여)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 6~10일에 치러진 기말고사 9과목의 시험지를 유출했고, 지난 4월25일부터 27일에 치러진 중간고사 시험지도 유출하는 등 학사행정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밝힌 이들의 시험지 유출 과정을 살펴보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은밀하고 신중하게 진행됐다.



A씨와 B씨는 시험지 유출 발생 하루 전인 지난 1일 오후 5시쯤 광주 남구 노대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30여분간 만났다.

경찰은 이들이 크기가 작은 쪽지를 주고 받은 사실에 주목하며 '필담'으로 시험지 유출 모의를 한 것이 아닌지 추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쪽지 내용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정확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 오후 5시30분쯤 A씨는 행정실 직원들이 퇴근한 후 행정실에서 보관 중이던 등사실 열쇠로 등사실을 열고 들어가 보관 중이던 3학년 이과 기말고사 9개 전 과목 시험지를 가지고 나왔다.

행정실로 돌아간 A씨는 시험지 전부를 복사한 후 원본을 다시 등사실에 넣어두고, 당일 오후 6시 30분쯤 노대동 카페 근처 도로에서 B씨에게 복사본 42장을 전달했다.

중간고사 시험지 유출 관련해 이들은 시험 1주일 전에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CCTV는 지워져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이 도로에서 만난 것으로 볼 때 사전에 약속이 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시험지 유출은 B씨가 허술한 시험지 보안체계를 파악, A씨에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시험지들은 시건장치가 돼 있는 금고에 있다는 이유로 봉인도 되지 않는 등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지 복사본을 전달받은 B씨는 집에서 직접 컴퓨터 문서작업을 통해 편집했다.

B씨는 아들에게 '학교 시험 족보'라고 전달했다. A씨가 건넨 복사본과 B씨가 아들에게 건넨 편집본에는 시험 문제에 대한 답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아들은 이를 보고 공부했다. 시험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B씨가 아들에게 준 유인물에서 본 내용이 그대로 시험에 나온 것을 수상하게 여겨 학교에 신고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시험지 유출사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D고교 이사장 부인과 B씨가 사건 발생한 후 통화한 기록을 확인하는 등 친분관계를 확인했다. 이에 D고교 이사장 부인과 B씨가 시험 전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경찰은 A씨와 B씨의 집과 차, D고교 행정실, A씨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물품에 대한 분석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내 시중 은행 전체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통장 내역을 확인하는 한편 통화내역 분석도 벌이고 있다.

B씨의 남편과 아들은 소환해 해당 사건 인지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 시험지를 복사하거나 편집 작업시 도움을 준 제 3자가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jun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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