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2차 피해 심각"…여성계·경찰 "인식·제도 바꿔야"

당당하면 꽃뱀 몰리고…걸핏하면 의심받거나 역고소
"법적 해석 여지 넓히고 피해자 지원도 강화해야"

[편집자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면서 떠오른 '성폭력 2차 가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문화'와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적 해석'을 개선해야 한지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청과 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는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관에서 '미투, 분노를 넘어 실천으로' 세미나를 열고 성폭력 피해자가 사회와 사법당국에서 입는 '2차 가해'의 해결책을 모색했다.

'형사사법 절차에서 성폭력 2차 피해 예방과 근절'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맡은 배복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은 "피해자에게 '피해자 다울 것’을 강요하는 인권의식이 문제"라며 "결국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고도 이를 증언하지 못하는 상처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당당하면 '꽂뱀'으로 몰리거나, 수사기관의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 '당시 상황을 재현해보라'는 등 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증명하도록 하는 사회적·제도적 한계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축시킨다는 설명이다.



배 위원에 따르면 #미투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들도 광범위한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배 위원은 "미투 이후에 피해에 대한 의심, 비난, 조롱, 피해자의 신상털기가 계속된다"며 "상황과 맥락은 삭제되고 피해 내용을 성애화하거나, 자극과 선정적인 표현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유포하는 언론과 소셜네트워크, 댓글 등으로 인한 2차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배 위원은 특히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도고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인 '2차 피해'를 입게 되는 점을 지적했다.

배 위원은 "피해자는 최초 신고에서 재판과정까지 피해 경험을 기억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하는 고통을 당한다"며 "진술 내용이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의 경험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으면 쉽게 의심받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피해를 고백해도 △쉽게 피해를 부정당하거나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피해가 축소되고 △가해자 처벌을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가해자에게 명예훼손, 무고 등으로 역고소를 입고 △인터넷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가 조롱거리가 되기 쉬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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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도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곽미경 대구 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은 "지난 2004년 밀양여중생 사건 이후 원스톱지원센터와 해바라기센터 등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생겼지만 여전히 형사사법 절차 안에서 2차 피해가 존재한다"고 동감했다.

곽 팀장은 "피해자 책임론과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사회적 통념, 사회 변화에 따라 성인지 감수성 부족, 관련 법률이나 제도의 미비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짚으면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조사기법을 바꾸고 전문가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곽 팀장에 따르면 주로 '피해자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성폭력 범죄 특성상, 기존의 수사기법은 어쩔 수 없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다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왜 이제 와서 신고하게 됐는지' '왜 거부하지 않았는지' '당시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지' 등 피해자의 증언에서 최대한의 증거를 뽑아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곽 팀장은 "NICHD(아동·장애인면담기법)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수사관 개인의 가치관이나 통념이 반영된 질문을 배제할 수 있다"며 "신고단계부터 NICHD 프로토콜을 활용한 수사가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NICHD 프로토콜은 경험 사실에 대한 정보를 양적·질적으로 풍부하게 재구성하는 개방형 질문방법으로, 신빙성이 높은 진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면담방법이다.

곽 팀장은 "NICHD 프로토콜 외에도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진술조력인, 진술분석전문가, 상담원, 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 국선변호인 등 다양한 전문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폭력에 대한 법적 해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의 국내 이행방안 모색'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맡은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현행 형법은 강간죄의 성립요건으로 '폭력 혹은 위협이 존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여성폭력철폐선언(CEDAW)의 권고에 따라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를 강간죄의 요건으로 해석해야 한다" 제안했다.

특히 이 소장은 2013년에서야 '부부강간'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들면서 "이 판결마저도 '반항할 수 없을 정도의 폭행과 협박'을 요건으로 삼고 있다"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동의 부족'에 기반한 판단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이 외에도 △성폭력 역고소 남발 조치 마련 △사이버성폭력 관련 법체계 정비 △성희롱 피해자 권리보장 시스템 마련 △성희롱·성폭력 예방노력 △여성피해자 지원 예산 안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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