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동물원서 어미호랑이, 새끼 또 잡아먹어…벌써 세번째

'식자증' 증세…고양이과(科) 동물은 더 심해

[편집자주]

우치동물원 호랑이 /뉴스1DB © News1 남성진 기자

광주시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어미 호랑이가 갓 태어난 새끼를 잡아먹는 등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광주 우치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5일 동물원 내 아프리카관에서 벵골산 호랑이 '러브'(9살·♀)가 방사장에서 새끼 호랑이 한마리를 출산했다. 

러브는 2009년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 붙인 '아이, 러브, 기아' 등 세 마리 중 한 마리다. 

러브의 설 연휴를 맞아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출산했다. 우치공원관리사무소 측은 러브의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러브를 내실로 유도하거나 가림막 설치 등 출산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새끼는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다음 날 새끼 호랑이가 보이지 않았다. 동물원측은 러브가 새끼 호랑이를 잡아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우치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를 어미가 잡아먹는 사건은 세 차례 발생했다. 지난 2006년 10월에도 벵골산 호랑이 '아롱이'가 생후 40일 된 새끼 호랑이 두마리를 잡아 먹었다. 

이듬해 8월 말에는 아프리카산 사자 4·5년생 수·암컷이 몸무게 1㎏의 새끼 한 쌍을 낳았으나 태어난 지 8일 만에 어미가 새끼 두 마리를 잡아먹었다. 당시 우치동물원에서 새끼 사자가 태어난 것은 5년 만이었다.

지난 2002년에는 인공 포육(哺育)으로 기른 새끼 사자를 다른 사자가 물어 죽이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치동물원의 '산실'(産室·분만실) 환경과 주변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랑이·사자 등 맹수의 경우 키울 여건이 안되면 갓 태어난 새끼를 먹어 치우는 속칭 '식자증' 증세를 보이는데, 고양이과(科) 동물은 더 심하며 주변 소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치동물원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 모습 (우치공원 제공)© News1

우치동물원은 △광산구 송정동 공군 전투비행단(서남방향 8㎞ 지점) △담양군 대전면 육군 포 사격장(정북방향 3.7㎞ 지점)과 가깝고 비행기 항로여서 소음피해가 심한 곳이다.

북구청 조사 결과 우치동물원의 소음은 평일 오후 56.9∼65db로, 100m 떨어진 곳에서 나는 사람 발 자국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맹수들에게는 높은 수치다.

우치동물원은 특히 이중삼중으로 방음처리를 해 놓은 전문 '산실'이 없어 '대물림'이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경우 새끼를 낳기 보름 전부터 맹수를 13.22㎡ 크기의 '산실'에 넣고 주변환경에 적응케 한 뒤, 전담 사육사를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등 자연 포육을 돕고 있다.

우치동물원 관계자는 "러브가 초산인 데다 배도 거의 부르지 않아 임신한 사실을 전혀 몰라 산실 격리 등의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사육사가 2명이나 부족한 점도 동물 관리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nam@

많이 본 뉴스

  1. 옥중 결혼 꿈꾼 무기수 5일 휴가, 청혼 거절에 "헛되다" 유서
  2. 한혜진 "제발 오지마" 호소…홍천별장 CCTV 찍힌 승용차 소름
  3. 한소희 '프랑스 대학 합격' 거짓말? "예능서 얘기 편집돼 와전"
  4. 유재환 "X파 있다, 섹시 토크도…예비 신부? 내 배다른 동생"
  5. 김희정, 셔츠 한 장 안에 비키니 입고 글래머 몸매 인증
  6. 담배연기가…기안84 'SNL 코리아 5' 방영 중 실내 흡연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