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중, 사드·관계복원 성과 속 홀대론·기자폭행 오점
- (충칭=뉴스1) 조소영 기자
한중정상회담 등 통해 사드 봉인·관계정상화·북핵 진전
운명공동체론으로 中마음 사로잡아…홀대론·폭행사태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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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밤늦게 지난 13일부터 3박4일 동안 진행한 취임 첫 방중(訪中)을 마치고 귀국한다. 문 대통령은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은 베이징에서 머물렀으며, 15일 오후 베이징에서 충칭으로 이동해 16일 이번 방중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당초 우려됐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한중 이견 표출을 최소화하는 한편 경제교류 활성화의 물꼬를 트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4대 원칙에 합의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또 국빈 방문에 맞지 않는 홀대를 받고 있다는 홀대론이나 중국측의 한국기자 폭행사태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발빠른 대응으로 파장을 최소화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한중정상회담 점수를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98점" "120점"과 같이 높은 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사드 '봉인'에 한발짝…북핵해법으로 '4대 원칙' 합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고 이해해줘야 한다는 '역지사지 자세'를 강조했다. 사드문제는 봉인하고 양국 미래를 언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방중에선 문 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이 중국 측에 대체로 수용된 분위기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14일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로, 확대정상회담 이후 일부 각국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소규모정상회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소규모 정상회담은 사실상 단독회담으로 진행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드 문제를 재차 테이블에 올렸지만, 발언 수위를 상당히 낮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가진 첫 번째 정상회담에선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달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는 '역사적 책임'을 거론했는데 이번에는 사드에 대한 중국측 입장을 언급하면서도 "한국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는 수준에 그쳤다.
시 주석은 '3불(사드 추가배치·미 MD체계 편입·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불가)'에 대한 우리측 이행을 촉구한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시 주석의 사드 발언이 완화된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정상은 북핵해법에 있어서도 일정부분 거리감을 좁혔다. 그간 대북제재·압박 강도를 두고 상대적으로 한국은 강(强), 중국은 약(弱)의 입장을 취하며 대립구도를 이뤘지만, 이번 회담에선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용 △비핵화 원칙 확고히 견지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등 '4대 원칙'에 합의했다. 다만 북중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한중FTA 등 경제분야 성과…'역사적 유대감' 축적
문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개시 등 경제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 때 역대 최대인 220여개 기업, 260여명 규모로 경제사절단을 꾸려 중국을 찾았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자신의 신(新)남방·신북방정책과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의 연계점을 찾아 지속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한중FTA의 경우, 2015년 12월20일 발효됐는데 제조업 등 상품분야 합의만 이뤄지고 서비스·투자·금융부문에서는 일부 개방만 하기로 했었다. 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이뤄진 한중 후속협상 개시로 인해 서비스 등의 분야에 관해 추가로 우리 기업이 진출할 '길'이 열린 셈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2위인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면담에서 '한중 경제교류 재가동'에 대해 사실상 확답을 받기도 했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의 양국 경제무역 부처간 채널 재가동 요청에 "향후 양국 경제무역 부처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사드 보복조치 해결 언급엔 "중한관계가 발전하면 한국기업은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16일에는 충칭에 있는 현대자동차 제5공장도 시찰했다. 이는 현지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한편 한중 경제교류의 물꼬가 다시금 확실히 트였다는 신호를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기간 시 주석과의 유대감을 찾기 위해 힘썼다. 대표적으로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과 자신의 신남방·북방정책의 연계가 꼽힌다. 문 대통령은 16일 한중 제3국 공동진출 산업협력포럼 기조연설에서 양 사안을 연계해 발전시키면 인류공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내내 '항일'이라는 역사적 유대감을 부각시키는 데도 노력했다. 문 대통령은 방중 첫날이자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인 13일 모든 일정에서는 물론 14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15일 베이징대 강연에서도 난징대학살에 대해 추모하는 뜻을 밝혔다. 16일에는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운명공동체론'으로 중국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크게 보면 양국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번영해 나가는 운명적 동반자 또는 운명공동체 관계"라고 말했다.
◇홀대론·기자 폭행사태…빠른 대응 등으로 대처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문 대통령 취임 후 해외순방 중에서 가장 다사다난했다. 중국측의 홀대론이 있었고, 중국측 경호원의 한국기자 집단폭행 사태가 터졌다. 다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모두 이같은 사태에 최대한 빠르게 대처하는 등 사태 파장을 최소화했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의 홀대론은 문 대통령 방중 첫날(13일)부터 새어나왔다. 공항 영접을 나온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의 급이 차관보급이라는 점, 시 주석을 포함한 중국 주요 지도부가 이날 난징대학살 추모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모두 비웠다는 점 등에서다.
14일 문 대통령을 위한 공식 환영식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문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친 데에도 결례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이 13일 저녁부터 16일 점심까지 9차례의 식사 기회 중 중국 지도부와는 단 2차례만 함께 해 이른바 '혼밥' 논란도 겹쳤다.
하지만 중국서열 1위인 시 주석은 물론 2위인 리 총리, 3위 장더장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을 만나 성과를 내며 논란이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16일엔 중국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오찬을 했다.
이번 방중 때 문 대통령의 홀대·결례 논란에 정점을 찍은 것은 중국측 경호원들의 한국기자 집단폭행 사태였다. 14일 문 대통령을 수행한 한국기자단 두 명이 중국측 경호요원들의 취재 제지에 항의하다가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다친 기자들을 긴급 치료하고 귀국시키는 한편 중국에도 외교적으로 항의했으며 현재 이 사건은 중국 공안에서 수사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충칭으로 떠나기 전, 기자단 숙소를 찾아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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