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장 "문형표, 삼성합병 찬성 이끌어내라 지시"(종합)

"삼성합병 성사되면 좋겠다 해…위원회 비교도 지시"
"공단 이사장이 장관보다 좋다" 발언에 자괴감도

[편집자주]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News1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61)이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시절 제일모직-삼성물산 의 합병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22일 열린 문 전 이사장의 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남권 전 복지부 연금정책국장(56)은 "문 전 이사장으로부터 삼성합병 건이 찬성돼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조 전 국장은 2015년 6월 당시 엘리엇 등의 문제 제기로 삼성합병이 이슈가 되던 상황이라,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문 전 이사장을 찾아가 합병진행 상황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국장은 "상세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문 전 이사장은 '삼성합병은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내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합병을 성사시키려면 어떤 위원회가 이 안건을 판단하도록 해야 유리한지 검토한 보고서도 문 전 이사장에게 보고했다고 털어놨다.



국민연금의 주식 의결권 행사는 내부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위원회가 의결하지만,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은 전문위원회가 심의·의결한다.

조 전 국장은 "삼성합병을 성사시키라는 문 전 이사장의 지시로 (어느 위원회가 판단해야 합병찬성에 유리한지) 위원회별로 비교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이는 '공무원들이 알아서 찬성여론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문 전 이사장 측 주장과 배치된다. 이날 오전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태한 전 복지부 인구정책실장(59)도 이런 취지의 증언을 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2017.3.7/뉴스1 © News1

특검에 따르면 이 전 실장과 조 전 국장 등 복지부 관계자들은 문 전 이사장의 지시를 받고 국민연금에서 중요 의결권행사를 담당하는 외부 전문위원회 위원들의 동향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문 전 이사장은 기권 의사를 밝힌 위원에게 직접 연락하기도 했다.

이 전 실장은 "문 전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복지부 공무원들이 개별주식 의결권 행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는 등 삼성합병 찬성 결정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전문위원회에서 찬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를 보고받은 문 전 이사장은 이 전 실장에게 전문위원회가 아닌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 전 실장은 "연금공단을 관장하는 장관이 특정안건에 대해 찬반의견을 정해 관철될 수 있도록 지시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특검 측 질문에 "지금 생각하니 그렇다"고 답했다.

문 전 이사장이 메르스사태에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가고싶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5년 명예퇴직한 이 전 실장은 문 전 이사장을 찾아가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문 전 이사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면서 "장관을 하고 바로 복지부 산하기관인 공단 이사장으로 간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문 전 장관이 공단 이사장이 훨씬 좋은 자리라고 했다"면서 "복지부 공무원으로서 28년간 공직생활을 했는데 제가 모신 장관이 산하기관장보다 못한 자리였나 자괴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문 전 이사장이 합병건에 대해 불법적으로 개입해 보상 차원에서 희망하던 자리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책임진다고 나가면서 바로 중책을 맡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 "이례적이다"고 답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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