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만있으라"…김종덕 전 장관, 예술위 부당 개입 의혹

'직무상 독립' 규정된 민간 예술위원에 "개입 말라" 전화
문예진흥법 위반 비판…공무원의 직권남용 지적도 제기

[편집자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News1 DB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가만있으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민간 위원의 활동에 개입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김 전 장관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문화예술위원의 직무상 독립'을 규정한 문화예술진흥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 분야 지원 정책의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자율의결기구다. 문학·미술·음악·무용·연극·전통예술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이 있는 15명의 이내의 민간 전문가로 예술위원을 구성한다.

21일 여러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께 A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예술위 전체회의에서 미술 분야에 의견을 내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A위원은 이에 부담을 느끼고 2개월간 전체회의에 불참하다가 결국 같은 해 11월에 사퇴했다.

다른 예술위원은 A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힐 당시에 "(A위원이) 제일 활발하게 의견을 내고, 다른 분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많이 얘기해줬다"며 "전체회의에서 사임을 반대하는 의결을 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다른 예술위원은 이와 관련해 "예술위가 민간 중심의 의결기구라지만 우린 사실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A위원은 이런 의혹의 사실 여부에 대한 질문에 "(김 전 장관이) '가만있으라'고 한 것이 맞다"며 "김 전 장관은 내가 지역 분야 예술위원으로 들어왔으니까 미술 등 다른 파트에 얘기하지 말고 지역 지원사업에 한해서만 의견을 개진하라고 했다"고 했다. 또 "'장관의 말은 내가 정상적인 위원의 직무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나더러 사퇴하라는 소리냐'고 묻자 장관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김 전 장관이 개입했다는 요지를 담은 A위원의 주장은 예술위 전체 회의 속기록에서도 나타나 있다. 지난해 11월6일 제173차 전체 회의 속기록에는 '임명권자(김 전 장관)한테 미술파트 말고 지역만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라는 A위원의 발언이 기록돼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 173차 위원회 회의 속기록 (교문위 도종환 의원실 제공)

A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안 나오고 사퇴서만 던지려고 했다"며 "저는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가겠지만, 위원회는 계속해서 살아나가야 되기 때문에 제가 확인을 했으면 싶은 것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 위원회에서 각기 다른 여러 분야의 의견을 낸 것은 다 정당한 것입니까, 비정상적인 것입니까. 저도 여러분들과 똑같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했는데 '지역이니까 지역 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경우, 제가 그동안 위원회의 룰을 몰라서 그렇게 한 것입니까. 아니면 위원님들도 그런 류의 잘못을 하고 계신 것입니까"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에선 김 전 장관이 A위원에게 "가만있으라"고 한 원인을 그의 이전 활동에서 찾고 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고 주요 예술 정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는 것이다.

예술위 전체 회의 속기록을 보면 A위원은 지난해 2월 위촉된 이후 예술위 전체회의에서 △예술위 정책 방향 전환 △'2015 베니스 비엔날레' 과다 지출 △공모사업 심의위원을 추천하는 '책임심의위원제'의 폐지 등 주요 예술지원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A위원은 지난해 5월29일 161차 전체회의에서 책임심의위원제 폐지 문제와 관련해 문화계 검열을 위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함을 시사하는 발언을 전임 예술위원장에게서 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속기록을 보면 A위원이 책임심의위원 제도 폐지에 대해 충분한 사전 설명이 없었다는 취지로 항의하자, 권영빈 전 예술위원장이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해 놓고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블랙리스트' 의혹과 연결되며 크게 논란이 됐다.

법조계에선 "문예진흥법 제29조에 예술위원은 '임기 중 직무상 외부의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다"며 "주무 장관이 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공무원이 자신의 직권으로 민간 위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주요 예술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위 위원 본연의 역할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지원작품 선정은 물론 심사위원 구성과 심사위원 활동까지도 일일이 간섭하고 참견하고 통제해온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종덕 전 장관은 "예술위 부당 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위원들끼리 전체회의에서 다툼이 생겨 중재하려고 A씨와 통화를 했다"며 "장관하기 전부터 알던 분들이라 원만하게 풀고자 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책임심의위원제도는 위원들이 지인들을 심사위원으로 추천해 잡음이 생겨 바꾼 것이지 블랙리스트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김 전 장관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구속된 차은택씨의 홍익대 영상대학원 스승으로 지난 13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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