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제주까지…제4차 집회 100만 촛불 '활활'(종합)
-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양은하 기자, 김일창 기자
'하야견' '닭머리 가면'...울고 웃은 촛불 축제
수험생 가세 대구·제주 등 전국서 95만명 참가
[편집자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19일 오후 전국을 다시 한번 뜨겁게 달궜다.
이날 서울 60만명을 비롯해 대구,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90여 곳에서 95만명(경찰 추산 서울 18 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도 기다렸다는 듯 거리로 나왔다.
국정농단 사태를 비꼬는 '하야견', '닭머리 가면'이 등장했고 박 대통령을 형상화한 박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헤치고 나가 끝내 이루리라"는 전인권 밴드의 노래까지 더해 시민들은 울고 웃으며 서로를 다독였다. 4주차 촛불은 더욱 뜨거웠다.
◇"알바 포기하고 왔다. 책임있는 어른 되고 싶어"
"얼마 전 집에 불이나 버스비도 없어 50분 거리 학교를 걸어 다닙니다. 대학교 원서도 돈이 아까워 3개밖에 못 썼습니다. 그런데 오늘 7만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여기 왔습니다.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서입니다."(의정부 한 고등학교 3학년 진모양)
이날 집회에선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수능시험을 끝낸 고3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들은 수능이 끝나 "이제야 마음 편하게 왔다"면서도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 입학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성남에서 왔다는 문예은양(19·여)은 "수능 때문에 그동안 집회에 못 오다가 오늘에서야 오게 됐다"며 "이대 사건을 보더라도 힘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대학을 가고 특혜를 받는 것을 보고 너무 힘이 빠졌다"고 허탈해했다.
청소년 600여명이 모인 '2차 청소년 시국대회'에서는 '최순실 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학생이고 싶다', '헬조선이 아닌 박근혜-최순실 헬게이트를 만들자'고 피켓이 바람에 나부꼈다.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킨 시민들
'박근혜 하야' 종이를 등에 매단 '하야견', '혼자 내린 첫 결정이자 마지막 결정'이란 바람을 쓴 가짜 호외 신문, 박 대통령을 비꼬는 '닭머리 가면'을 쓴 시민들. 4차 촛불집회도 풍자와 해학으로 유쾌한 축제의 장이 됐다.
광화문광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형상화한 박이 올라왔다. 시민들은 일제히 준비된 공을 던졌고, 박이 터지자 함성을 자아냈다. 박 속에는 '김기춘 비서실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이재만, 안봉근 전 청와대 수석' 등의 이름이 쏟아져 나왔다.
광장 옆 길가에는 머리에 '호외' 띠를 두른 시민들은 "호외요, 호외"하면서 마주치는 시민마다 신문을 쥐여줬다. 호외의 제목은 '박근혜 하야 발표'로 박근혜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는 사진과 '혼자 내린 첫 결정이자 마지막 결정'이라고 쓰여있었다.
호외를 본 시민은 "아이고 깜짝이야" "이거 진짜예요" 등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호외를 아침부터 직접 만들었다는 김소연씨(36·여)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데 사실 이건 희망 뉴스다. 이렇게 당연히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본 집회에서는 전인권 밴드가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고 노래를 부르자 일부 시민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구, 제주 등 전국서 95만, 식지 않은 촛불 열기
4차 촛불집회는 서울에 집중됐던 3차와 달리 대구,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90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주최 측은 이날 서울 60만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95만명이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오후 6시 제주시에서는 야 3당 당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가족, 학생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박근혜 하야 촉구 제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대학생 임규진씨는 "100만명쯤 모이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박근혜와 그 일당은 적반하장에 후안무치한 저급한 사람들"이라며 "매일 새로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과 마주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국민들을 생각해 이제 그만 퇴진하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에서도 퇴진 촉구 목소리가 나왔다. 대구 중구 중앙로 반월당에서 열린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대구시국대회'에는 1만5000여명(경찰 추산 5000여명)이 몰렸다.
서구 가장동에서 온 이모씨(49·여)는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 같은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10살 된 쌍둥이를 데리고 이번 시국 대회에 참가했다"며 "최순실 관련 진실은 물론 세월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포항, 경주, 상주, 영주, 안동, 문경, 영천, 울진 등 경북지역 10여곳에서도 적게는 100여명, 많게는 2000여명씩 참가한 촛불집회와 문화공연 등이 동시다발로 열렸다. 시흥에서 시민 300여명이, 거창에서 시민 350명이, 창원에서 1만명의 시민이 '박근혜 퇴진 시국대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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