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신격호 한정후견 결정에 '원롯데' 유리한 고지
-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신동주 전 부회장 검찰 소환 조사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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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31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에 대해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신동빈 회장(61)이 경영권 분쟁에서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이 내세웠던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이 사실상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오는 9월 1일 신동주 부회장이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되는 점은 신동빈 회장에게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가정법원은 이날 신 총괼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79)가 청구한 성년후견 지정 사건에서 한정후견 개시를 결정했다.
한정후견은 질별,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할 경우 내려진다.
한정후견인으로는 '사단법인 선'이 지정됐다. 사단법인 선은 법무법인이 원이 공익사업을 위해 별도로 설립한 법인이다. 앞으로 신 총괄회장이 법률적 행위를 하려면 사단법인 선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7월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 무효소송 등 각종 소송을 진행했지만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의도한 소송이 맞느냐'며 진의를 의심해왔다.
이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법률적 행위를 포함한 모든 일체의 행위를 장남인 신동주에게 행위를 위임한다'는 위임장에 따라 지난해 10월 제기된 소송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과연 저러한 내용의 위임장을 써 줬겠느냐며 진위를 의심해왔다.
롯데그룹은 이날 "경영권과 관련한 그 동안의 불필요한 논란과 우려가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며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그릇되게 이용된 부분들은 상법적 혼란을 초래해왔다는 점에서 순차적으로 바로 잡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즉시 항고한다는 방침이다.
SDJ코퍼레이션(회장 신동주)은 "사건 본인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시종 일관되게 성년후견에 대해 강력한 거부의사를 표명해 왔고, 각종 병원 진료기록 등 의사 및 전문가들의 검증자료에서도 판단능력의 제약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자료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가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려 비록 한정적이라고는 하나 그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데 대해서 도저히 승복할 수 없으며, 즉시 항고절차를 밟아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 측이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재계 및 법조계에서는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정신건강 검증을 위한 법원 진료를 명령했지만 신 총괄회장이 이를 거부한데다 이번 법원의 결정이 신 총괄회장에 대한 직접 면담과 그간의 치매약 복용, 주변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가는 것은 신동빈 회장에게도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오는 9월 1일 오전 10시 신동주 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이 지난 10여년 동안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수백억원대의 급여를 챙겼다는 의혹 외에도 그룹 전반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환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배임이나 횡령, 탈세 등 롯데그룹의 의심받고 있는 각종 혐의에 대해 신동빈 회장에 불리한 진술을 하거나 그간 검찰이 인지하지 못했던 비위 혐의를 털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며 "다음 달 초 이어질 롯데그룹 오너 일가 검찰 소환 조사에 경영권 분쟁을 포함한 롯데그룹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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