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혼모라 인생 끝이래요, 전 새로 시작한 건데"

미혼모 배은정씨에게 돌아온 말…"낙태할래 입양할래"
최악의 출산율 시대에 아이 키울 여건 개선이 절실

[편집자주]

배은정씨 모자.© News1

"미혼모니 인생 끝났다는 말이나, 아이가 불쌍하다는 말이 가장 싫어요. 난 잘 키울 수 있는데, 내 인생은 이제 아이와 함께 시작한 건데 끝났다니요."

지난 26일 오전, 두살 아들 한결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 배은정씨(23)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안산 자택을 찾았다. 이날은 올 상반기 출생아 수가 16년 만에 역대 최저라는 정부 발표를 두고 이틀째 떠들썩한 때였다. 제발 아이 좀 낳으라며 매년 대책이 쏟아지는데 출산율은 올라가기는커녕 더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저출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배씨가 임신했을 때 가장 많은 들었던 말은 "입양과 낙태 중 선택하라"였다. 미혼모가 되면 인생이 끝나고, 아이가 불쌍해진다는 이유였다. 지금까지 늘 아이와 함께해온 배씨는 뉴스를 보며 나직이 이렇게 말했다. "저출산이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걱정 없이 키우는 걸 본다면 사람들도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입양할래, 낙태할래?"…"미혼모 하겠습니다" 



배씨는 한창 자유를 만끽할 나이 스물에, 임신을 했다. 이 사실을 들은 남자친구는 "입양을 하든지, 낙태를 하든지 알아서 해라. 나는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 친한 친구도,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부모님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병원을 가든지 집을 나가라"는 말은 들었지만 "용기를 내라"거나 "잘할 수 있다"는 말은 없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이를 지울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낸 배씨는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울 방법을 찾아 나섰다. 일단 집을 나와 미혼모 출산지원복지시설에 들어갔다.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만 버텨보자는 각오였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공동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대여섯명의 아기들은 번갈아가며 24시간 울었고 배씨는 그런 환경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둘이 살 집과 직장이 절실했다.

일자리 찾기는 시설에서 버티기보다 어려웠다. 정부가 한다는 '취업성공패키지'도 가봤지만 별 도움되지 않았다. 배씨가 원하는 직장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오전 9시~오후 7시30분)보다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면서 주말 근무나 야근이 없는 일자리"였다. 배씨는 "내가 고용주라도 나를 뽑을 것 같지 않았다"며 털털 웃었다. 그렇게 1년을 버텼을 때쯤 구세주같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월세 5만원 투룸에 살다"운이 좋았을 뿐"

안산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배씨에게 정부가 한부모 대상 임대주택을 저렴한 월세에 임대하는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니 지원해보라고 조언했고 배씨는 그렇게 그토록 원하던 독립을 했다. 8평 남짓한 집은 그래도 방이 두개다. 배씨는 방 하나를 한결이의 놀이방으로 꾸몄다. 보증금은 70만원, 월세는 4만8000원이다.

그는 "운이 정말 좋았다"고 거듭 말했다. 대개 미혼모들은 비싼 월세를 감당하며 독립 생활을 하거나 시설에서 버티거나, 여럿이서 보증금을 모아 시설 같은 공동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는 이도 있다. 하지만 배씨처럼 한부모가족 주거지원사업으로 독립한 이는 많지 않다. 2014년 시작한 이 사업으로 제공된 주택은 이제 100호를 넘겼다. 

몇달 전 태권도 도장 사범이 된 배씨는 요즘 한결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은 미혼모 모임에 나가 영화도 보고, 수다도 떤다. 부모님도 지금은 한결이를 반긴다. 걱정이 있다면 지금 사는 집에서 나가기 전에 목표한 전세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정부의 한부모 임대주택은 2년간 머무를 수 있고 최대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임대주택으로 시간은 벌었지만 언젠가 진짜 독립을 해야 한다.  

배씨는 요즘도 가끔 "아이가 불쌍하다"거나 "미혼모라 인생이 끝났다"는 말을 듣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오히려 "둘이서 키운다고 무조건 잘 키우는 것은 아니다. 혼자라도 두사람 몫까지 사랑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사실 그를 속상하게 하는 것은 미혼모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아니다. 그가 면접이나 어린이집 상담 자리에서 위축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모든 엄마가 마찬가지일 텐데요. 어린이집보다 늦게 시작해서 빨리 끝나는 직장이나, 직장보다 일찍 시작해서 늦게 문 닫는 어린이집이 잘 없잖아요. 더욱이 미혼 엄마들은 아이를 맡길 데가 더 없으니 제약 조건이 더 많아요.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야 사람들도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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