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무너진 콘텐츠·플랫폼…한국판 유튜브·넷플릭스 '절실'

[콘텐츠투자 '물꼬' 틔우자]<상> 위기의 케이블TV '투자만 살길'

[편집자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아버지:"아들, 주말인데 오랜만에 외식하자"
  초등학생 아들: "안돼요. 저 오늘밤에 양띵님이 하는 생중계봐야 해요."
  아버지: "양..띵..?"

95년 '뉴미디어의 총아' 케이블TV가 등장하면서 '다채널' 시대가 열렸다. 케이블TV이 등장하면서 지상파 시청률 60%는 옛말이 됐다. 그러나 지상파 프로그램은 여전히 인기였다.

2008년, 인터넷(IP)TV가 출현하면서 미디어 시장은 또 한차례 격동기를 맞는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보는 주문형비디오(VOD)가 인기를 끌면서 '본방사수'가 필요없어졌다. TV에 나와야 인기를 끄는 시대도 지났다. '양띵'같은 1인 방송진행자(BJ)가 톱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모두 아프라카TV같은 인터넷방송을 통해 데뷔한 사람들이다. 지상파 시청률은 뚝뚝 떨어졌다.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상파 매출 비중도 줄었다. 2010년 35%에서 2014년 27.2%로 쪼그라들었다.



가입자를 1500만가구까지 늘리며 승승장구하던 케이블TV도 위기를 맞고 있다. 2008년 IPTV가 등장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 IPTV는 인터넷으로 VOD 등 쌍방향 서비스가 가능했지만 아날로그였던 케이블TV는 지상파를 재송신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율은 여전히 50% 수준이다. 미국은 90%에 달한다.

케이블TV가 살길은 투자밖에 없다. 하지만 케이블TV 가입자는 이미 포화상태다. 유료방송 시장에 IPTV까지 등장했으니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디지털전환에 투자하는 케이블TV가 없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지상파의 난시청을 해결해주고 지상파 방송의 '전송' 역할을 맡은 케이블TV는 지상파와 재송신료(CPS) 분쟁으로 멍든 상태다. 미래를 위한 투자 대신 지상파와의 싸움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IPTV가 초고속인터넷이나 이동전화 결합상품을 앞세워 유료방송 시장을 야금야금 먹어들어가고 있다. '2015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방송사업 매출은 14조7229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4.9% 늘었다. IPTV는 1조4984억원으로 33.2% 성장했다. 종합편성채널, 홈쇼핑 등이 포함된 방송채널사용사업(PP)은 6조3067억원으로 3.8% 성장했다. 지상파는 4조153억원으로 2.8%씩 증가했다. 위성방송도 5532억원으로 1.4% 증가했다. 그러나 케이블(SO)은 2조3462억원으로 1.4% 감소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美 유튜브-넷플릭스, 플랫폼 시장 장악

미디어 시장은 또한번 격동기를 맞고 있다. 한류를 따라 국내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해외 콘텐츠가 새로운 플랫폼을 타고 국내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싸움의 무대가 글로벌로 확장된 것이다.

2005년 등장해 이듬해 구글에 인수된 유튜브는 세계 최강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싸이를 일약 글로벌 스타로 만든 것도 유튜브였다. 박진영이 몇년을 공들여도 힘겹던 글로벌 진출이 싸이는 유튜브 동영상 한방으로 성공했다. 국내에 인터넷방송 스타가 만들어진 것도 유튜브라는 '생태계' 때문이다.   

미국 '넷플릭스'도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으로 비디오 및 DVD 대여점을 무너뜨렸다. 이제 미국 케이블TV마저 위협하는 존재다. 케이블TV보다 싼 한달 이용료 7.99달러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넷플릭스가 2013년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1위 사업자 컴캐스트 가입자가 6만9000명이나 이탈된 이유도 넷플릭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넷플릭스는 세계를 조준하고 있다. 6500만명의 가입자 가운데 60%가 미국인이다. 다른 나라에서 가입자를 늘릴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올초 우리나라를 포함한 13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세계 190개국으로 서비스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넷플릭스는 우리나라 유료방송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지만 우리는 넷플릭스 대항마가 없다.

◇토종 플랫폼 '부실'…생태계 키울 '메기' 필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전세계에서 '미디어 아성'을 구축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다. 그나마 중국, 동남아 등으로 콘텐츠 수출이 늘고 있지만 콘텐츠를 유통시킬 플랫폼 경쟁력은 떨어진다.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은 5년전 CJ헬로비전이 출시한 '티빙'이 최초다. 이후 지상파의 푹(POOQ), IPTV 3사의 모바일 서비스로 이어졌다. 하지만 콘텐츠가 여전히 지상파 위주다보니 케이블TV에 이어 모바일 서비스에서도 콘텐츠료 협상 문제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포털강자' 네이버도 동영상 시장에 가세했다. tvN의 '스타PD' 나영석과 손잡고 지난해 9월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선보인 신서유기는 '웹예능'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성공했다. 넷플릭스가 막강한 이용자를 바탕으로 투자를 단행,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성공한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하반기 동영상 서비스 브이(V)도 선보였다. 출시 4개월만에 1300만 다운로드를 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외 비중이 70%가 넘는다는 점이다. 국내로 국한돼온 동영상 서비스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한류스타를 적극 활용한 게 주효했다. 네이버라는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이 콘텐츠 생산과 유통구조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케이블사업자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콘텐츠를 유통할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플랫폼을 확대하고 콘텐츠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초고화질(UHD)나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접목한 미디어와 콘텐츠 발굴에도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시장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콘텐츠 지원을 강화하고 콘텐츠를 널리 확산시킬 플랫폼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메기효과'라는 말이 있다.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생기를 잃지 않는데 이를 기업경영에 적용한 말이다. 메기가 미꾸라지를 생존시키는 것처럼 강한 경쟁자가 등장하면 '공멸'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가 활성화된다는 뜻이다. '윔블던현상'은 반대되는 말이다. 윔블던 대회에서 외국 선수가 우승을 계속 차지하듯 남들에게 마당만 제공하고 정작 본인은 주춤하는 경우다. 

유튜브,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플랫폼이 득세한 상황에서 콘텐츠를 담을 '그릇'인 플랫폼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가 미디어 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 전통 미디어 강자들도 안주하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광훈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통신미디어 기업들이 해외 거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효율화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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