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없는 대학 운동장…외부행사만 '가득'

대학 행사·운동부 훈련·동호회로 예약 꽉 차…취업에 쫓겨 운동보단 도서관행

[편집자주]

텅빈 운동장 모습./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빗물 고이고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은 옛말이다. 요즘 대학교 운동장은 사계절 푸른 잔디가 깔렸고 우레탄 육상트랙이 조성돼 있어 웬만한 종합운동장이 부럽지 않다.

하지만 없는 것 없는 대학교 운동장에 정작 운동하는 학생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기껏 교비를 들여 흙을 갈아엎고 잔디를 심어보지만 학생들은 취업에 쫓겨 운동장보다는 도서관으로 간다.

여기에 각종 대학 행사와 동호회 등 외부인 예약 때문에 운동장을 빌리는 경쟁이 치열하고 예약 규정이 까다로워 운동장을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최근 운동장 보수 공사를 한 인덕대학교 이모(22)씨는 "운동장이 좋아졌지만 따로 운동한 적은 없다"며 "잔디가 깔려 있어 밤에 술을 마실 때 이용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인 광운대학교 이모(25·여)씨도 "체육대회 발야구 시합에 나간 것 말고는 운동장을 밟은 기억이 거의 없다""며 "학교에서의 일상은 수업을 듣는 건물과 도서관 사이를 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 학생이 일 년에 기껏해야 한두번 운동장을 이용하지만 실제 교내 운동장은 늘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국민대학교 관계자는 "운동장 예약률이 항상 80~90%는 된다"며 "비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운동장을 외부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고려대학교 사정도 마찬가지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학생들만 운동장을 이용하는데도 학생들 요청을 다 받지 못할 정도로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운동장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소수고 이마저도 체육 활동을 위해서가 아닌 학부, 대학원 등 학교 행사가 주를 이룬다.

실제 고려대학교 운동장 시설 예약 홈페이지를 보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모두 수업시간이다. 이후 오후 6시까지는 대부분 운동부의 훈련이 예약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운동장을 빌리는 데 경쟁이 치열하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28일 저녁 7시부터 운동장을 한 시간 빌리는데 13개 팀이 예약을 했다. 주말에도 평균 시간당 15개 팀이 예약을 신청한다. 이 중 한 팀만이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다.

학교는 모임별로 한 달에 6시간 이상 운동장을 쓸 수 없다는 규정을 마련해 경쟁이 치열한 시간에는 누적사용시간이 적은 모임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잔디가 있는 운동장을 예약하려면 10명 이상 모여야 하고 예약자의 절반 이상이 모이지 않으면 운동장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규정도 있다.

특정 모임이 운동장을 점령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만든 규정이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운동장 사용을 주저하게 하기도 한다.

학생 박모(27)씨는 "한 달 전부터 예약돼 있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공이라도 한번 차려고 하면 어디선가 다른 학생이 다가와 '우리가 예약한 것이니 비켜달라'고 요구해 돌아온 적이 많다"고 말했다.

외부인에게 유료로 운동장을 빌려주는 학교의 경우 경쟁이 더 치열하다.

삼육대학교는 시간당 운동장 사용료가 8만원이고 야간에는 조명 값을 포함해 10만원을 받는다. 덕성여자대학교도 기본 4시간에 50만원을 받는다.

삼육대학교 운동장 관리자는 "동호회 사이에서 운동장을 사용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항상 고정된 시간에 운동하는 팀들 때문에 학생들이 따로 예약해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운동장에서 열린 ‘리틀 아시안게임’ 서바이벌 훌라후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이 밖에 학생들이 운동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달라진 운동 문화를 꼽기도 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서 20대·30대 59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서 젊은 세대들은 실외 운동(26.1%)보다는 실내 운동(46.3%), 여럿이 하는 운동(22.2%)보다는 혼자서 하는 운동(57.3%), 정해진 시간에 하는 운동(35.6%)보다 시간 날 때마다 하는 운동(46%)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축구를 좋아하는 경희대 정모(26)씨는 "요즘 학생들이 워낙 취업준비 등으로 바쁘다 보니 운동장을 예약할 정도의 인원을 한꺼번에 모으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운동을 하더라도 대부분 피트니스센터를 찾고 구기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주로 동호회에 가입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학교 운동장의 푸른 잔디와 세련된 트랙은 학생들에게 그림의 떡"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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