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전] 변수와 함께 변하는 슈틸리케호, 플랜 B는 없다


                                    

[편집자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26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명 안팎의 선수들을 운영하다보면 부상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변수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강팀은 그런 것도 잘 이겨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소집 인원들 중 부상자가 있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슈틸리케 감독은 예상치 못한 일도 극복할 대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상자 때문에 핑계를 댔던 적은 없었다.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우리는 이청용과 구자철을 대회 중간에 잃었다. 지독한 감기 바이러스에 많은 선수들이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랜 B를 가동하면서 잘 이겨냈다”면서 “그 어떤 것도 결과에 핑계가 되진 않는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 소신과 철학이 선수들에게도 어느 정도 녹아든 모습이 나왔다. 경기 중에도 부상자가 나오는 악재가 발생했으나 슈틸리케호는 흔들림 없이 항해를 이어갔다.




축구대표팀이 슈틸리케 감독이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5.3.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우즈벡전 출발은 산뜻했다.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던 구자철이 기분 좋은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14분 손흥민이 찬 코너킥을 헤딩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코너킥을 얻어낸 과정 역시 구자철의 과감한 드리블 돌파가 단초였다. 공이 컸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골이 터지면서 팀 전체에 경쾌함이 더해졌다. 선수들은 긴장을 덜었고 덕분에 연결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일격을 당한 우즈벡 선수들의 패스 미스가 잦아졌다는 것도 심리적인 효과였다. 한국 쪽으로 유리한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변수가 발생했다.

전반 26분 헤딩 경합 과정에서 이정협이 상대와 충돌하면서 이마 부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정협이 필드 밖으로 나간 사이, 10명에서 싸우던 한국은 실점을 내줬다. 전반 31분 라시도프에게 왼쪽 돌파를 허용한 것이 빌미였다. 골키퍼 김승규가 몸을 던져 크로스를 막아내려 했으나 실패했고, 골문 앞에 있던 쿠지보에프가 무릎으로 밀어 넣으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악재는 또 있었다.

전반 35분에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르던 오른쪽 풀백 정동호가 허벅지 쪽에 부상을 당했다. 일단 응급 치료를 받은 뒤 다시 필드 안으로 들어갔으나 결국 전반 41분 김창수가 대신 들어갔다. 평가전이라 교체 인원에 대한 부담은 덜했으나 애초 세운 계획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탈 없었다.

기성용이라는 만능 키를 투입하면서 빠르게 대처했다. 구자철을 원톱으로 올리고 기성용이 공격형 MF 임무를 맡았다. 어려서부터 손발을 맞췄던 기-구 콤비는 마치 한국대표팀의 메인 전술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후반 들어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영에게만 수비형 임무를 맡기고 김보경도 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이도록 지시했다. 소위 말하는 제로톱 운영이었다.

후반 15분에는 손흥민을 빼고 남태희를 넣었다. 이날 손흥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공격의 핵인 손흥민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한국대표팀 입장에 서는 큰 변수다. 하지만 손흥민이 빈자리는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후반 26분 윤석영을 빼고 박주호를 넣었다. 지난 호주 아시안컵에서 기성용과 함께 중원을 지켰던 박주호는 마인츠에서 뛰는 왼쪽 풀백으로 임무를 부여받았다. 가뜩이나 변수가 많은 경기에서 또 다른 실험을 진행한 셈이다.

변수에 따라 팀이 변했다. 슈틸리케호에는 플랜 A도 없고 플랜 B도 없었다. 그때 가장 적합한 운영으로 해법을 모색했다. 이 팀, 꽤 잘 성장하고 있다.



lastuncle@news1.kr

많이 본 뉴스

  1. "이게 진짜 삼겹살…기본 갖추길" 정육점 자영업자 일침
  2. "일부러 땀 낸다" 日여성 겨드랑이로 만든 주먹밥 '불티'
  3. "연예인 뺨치는 미모"…3명 연쇄살인 '엄여인' 얼굴 공개
  4. '최우성♥' 김윤지, 임신 8개월차 섹시 만삭 화보 "안 믿긴다"
  5. 18일간 문자 폭탄 신촌 그 대학생…열받은 여친이 청부 살해
  6. '편의점 취업' 부부, 마음대로 먹고 쓰고…'현실판 기생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