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추락하는 유가…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는 이유

美셰일유와의 경쟁에 오펙 독점시대 회복 어려울 것
아나톨 칼레츠키, '자본주의 4.0' 저자

[편집자주]

아나톨 칼레츠키. © 뉴스1


최근 국제유가가 얼마나 더 많이, 얼마나 더 오래 하락할 것인지가 글로벌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질문이 부상한 이유는 유가가 올 들어 약 50% 이상 하락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엔 아무도 명쾌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두 번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두 가지 일들이 나타날 때까지는 저유가 행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첫째 가능성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을 촉발한 진정한 지정학적·경제적 목적을 달성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의 독점적 지배력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석유 거래인과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는 바와 일치한다.

둘째 가능성은 글로벌 석유시장이 정상적인 경쟁 상태로 이동해 사우디아라비아나 오펙의 독점 지배력보다는 한계생산비용에 따라 유가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처럼 보이겠지만 지난 1986~2004년의 약 20여년간 글로벌 유가시장은 이 같은 메커니즘 속에서 작동했다.

어느 쪽 결과가 궁극적으론 유가를 지지하게 될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이 같은 과정이 전개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불과 2~3개월의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의 축을 무너뜨리거나 미국의 셰일유 생산 증가세를 역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석유 시장이 신속하게 오펙의 지배를 벗어나 정상적인 경쟁시장으로 이전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 향후 유가 경쟁시대 굳어질 가능성 높아

유가가 조만간 하락 이전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많은 투자자들은 실망이 클 것 같다.

유가 상승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유가가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 지난 수년간 중동의 지배권과 석유 시장 점유율을 놓고 다툼을 벌인 결과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의문은 현재 배럴당 약 55달러로 형성된 유가가 바닥권이냐 새롭게 형성될 유가의 천정권이냐 하는 점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유가의 하락 추세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과 일치한다는 점은 흥미로운 암시를 제공한다.

지난 1974년 출범 이래 40년이 된 오펙의 역사는 3기로 구분될 수 있다.

1기는 1974~1985년이다. 이 기간 중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현재 금전 가치의 기준으로 배럴당 48~120달러를 기록했다. 이어서 2기인 1986~2004년엔 (1998년 러시아 위기와 1991년 이라크 사태 기간 중을 제외하면) 배럴당 21~48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3기인 2005~2014년 유가는 (2008~09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다시 1기 때와 비슷하게 배럴당 50~120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 3개 기간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10여년간인 3기의 유가 거래 범위가 오펙 1기 시절과 유사했지만 2기의 19년간은 완전하게 다른 체제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차이는 1985년 오펙의 힘이 무너져 다음 20여년간 유가가 독점 가격에서 경쟁 가격으로 이동했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오펙이 2005년 지배력을 회복한 건 중국의 석유 수요 급증 덕분이다.   

지난 유가 추세로 볼 때,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 형성된 독점 체제와 경쟁 체제 사이의 경계선은 새로운 장기적인 거래 범위의 경계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50달러는 향후 하한선이 될 것인가, 상한선이 될 것인가? 

◇ 2기의 배럴당 20~50달러 거래 범위 재연 가능성 신호들 

새로운 유가 범위가 2기인 1986~2004년 기간 때처럼 배럴당 20~ 50달러로 낮아질 것이라는 근거들이 몇 가지 있다.

기술적·환경적 압력으로 인해 장기적인 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동 외의 지역에서 높은 석유 비용을 '좌초자산'(stranded asset)으로 전락시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좌초자산은 자산 가치가 떨어져 예기치 않게 사전에 상각된 자산이나 이미 부채로 전환된 자산을 말한다. 석탄이 대표적인 경우다. 

장기적으로 저유가를 부채질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철회 가능성과 이라크와 리비아의 내전 종식 가능성이다. 이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은 양의 석유가 글로벌 시장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유 혁명은 아마도 오펙의 1기와 3기 독점 체제를 유가 경쟁 체제로 전환시킬 수있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는 셰일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만, 셰일유는 기존의 유전지대에서보다 더 용이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게 될 것이다. 이는 셰일유 생산업체들이 현재 새우디아라비아보다 더 활발하게 생산량을 조절하며 가격 조정자 역할을 하는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 배럴당 50달러가 상한선이 될 것

진정으로 경쟁적인 시장에선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저비용 산유국들은 언제나 최대량의 석유를 생산할 것이다. 반면에 셰일유 생산국들은 수요가 약해지면 생산량을 줄이고 수요가 강해지면 생산량을 늘릴 것이다.

이 같은 경쟁 논리는 현재 배럴당 40~50달러선에 형성 중인 미국 셰일유의 한계비용이 향후 바닥이 아니라 상한선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반면에, 오펙의 독점 가격이 50~120달러에서 재형성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펙 회원국들이 유가 경쟁 체제로 회귀하는 것을 막는 데 관심이 많고 오펙을 효과적인 카르텔로 작동하는 법을 다시 배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셰일유 생산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늘림에 따라 유가가 고정되기는 어렵겠지만, 오펙은 내년 미국 업체들을 물리칠 수 있다면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가격 절제'(pricing discipline)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성장에 대한 저유가의 거시경제학적 여파는 경제 활동과 에너지 수요를 부양해 이 같은 노력을 도울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어느 주장이 옳을까? 유가 거래 범위가 경쟁시장 가격에 기초해 배럴당 20~50달러가 될 것인가, 오펙의 독점력 회복에 기초해 배럴당 50~120달러가 될 것인가?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내 대답은 과거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하락한 순간 약 1년여 동안 이 가격대가 유지됐다는 것이다.      

    

    

    

    

    

    



acenes@

많이 본 뉴스

  1. 18일간 문자 폭탄 신촌 그 대학생…열받은 여친이 청부 살해
  2. 한혜진 "제발 오지마" 호소…홍천별장 CCTV 찍힌 승용차 소름
  3. 한소희 '프랑스 대학 합격' 거짓말? "예능서 얘기 편집돼 와전"
  4. 유재환 "X파 있다, 섹시 토크도…예비 신부? 내 배다른 동생"
  5. 김희정, 셔츠 한 장 안에 비키니 입고 글래머 몸매 인증
  6. 옥중 결혼 꿈꾼 무기수 5일 휴가, 청혼 거절에 "헛되다" 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