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업인 김우중의 모교방문…"부끄러운 삶 살지 않았다"

연세대 방문해 첫 강연 "선진국의 첫 세대 되지 못 하게 해 미안"
"청년 창업인 키워 성과를 생전에 보고 싶다" 희망 밝혀

[편집자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대우관 각당헌에서 열린 상경대학 100주년 기념특강에서 '자신만만하게 세계를 품자'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14.10.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처음으로 모교인 연세대의 강단에 섰다. 연세대가 배출한 최고의 글로벌 경영인으로 꼽혔지만 그의 모교 방문은 쉽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2일 연세대 상경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초청강연을 통해 '자신만만하게 세계를 품자'라는 주제로 학생들과 마주했다.

김 전 회장은 "부족한 사람을 모교가 초청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뒤 "자신이 개발도상국의 마지막 세대가 될 테니 후배들은 선진국의 첫 세대가 돼라고 말해 왔지만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함을 강조할때 김 전 회장의 목소리는 가볍게 떨렸고 목이 메어왔다. 경영실패와 사상 초유의 부도 등 자신에 대한 일각의 비난을 의식한 듯 "연세대 출신으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미안함과 감회를 말할 때 외에는 선배로서 기업인으로서 교훈을 주고자 애썼다. 김 전 회장은 "선배 세대가 현재같은 상황을 벗어나지 못 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어떻게 하면 선진국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해 주겠다고 본론을 꺼냈다.

그는 성과를 내기까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과를 낸 뒤에는 안정적인 강한 제조업이 있어야 한다고 우선 밝혔다. 북한 지역에서 통일 이후에도 필요성이 커지는 것도 강한 제조업에 대한 강조와 연결시켰다.

김 전 회장은 "경제활동을 위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며 "내수시장이 넓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 하니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통일 문제와도 연결시키며 남북한이 하나의 시장이 되면 중국이라는 큰 내수 시장을 확보하게 되고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공업 경쟁력 강화와 북한 개발을 위해 중국 동북3성에 남북한이 함께 참여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본다고도 했다.

그는 "세계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며 "과거 대우에서는 해외에 대우 출신 한국인 직원 3 ~ 5명이 파견돼 현지직원 수백명을 관리했던 적이 있다"고 과거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제2의 창업 세대를 꿈꾸는 이들을 선발해 동행하면서 창업의 꿈을 이뤄보려고 한다"며 "(그들의 성취) 결과를 생전에 보고 싶고 내 삶에 흔적을 이렇게 남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2시간여 진행된 강연에서는 김우중 전 회장과의 대화를 주제로 책을 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세계경영의 정신, 전략과 조직-신흥시장은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화두로 대부분의 강연을 맡았다. 김 전 회장은 준비해온 인사말을 읽는 것으로 15분여의 강연을 마쳤다.

강연 전에는 몇몇 학생들이 김 전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김우중과의 대화'에 김 전 회장의 저자사인을 받는 등 훈훈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강연을 마친뒤 행사장을 빠져나갈 때에는 대우그룹 처리 당시 관료 등 당사자들의 반박이 거셌던 대우그룹 기획해체설 등 책에 담긴 내용들을 여전히 고수하느냐는 질문과 모교를 찾는 소회를 묻는 질문이 빗발쳤고 김 전 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강연에는 정갑영 연세대 총장을 비롯해 송자 전 연세대 총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홍성찬 연세대 상경대학장 등 교수들과 400여명의 학생들이 성황을 이루며 김 전 회장의 강연을 들었다. 홍성찬 학장은 김 전 회장을 소개하며 "5명의 직원들로 대우실업 을 창업한뒤 대우그룹으로 성장시켜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대그룹으로 일궈냈다"며 "캠퍼스 부지 제공 등 연세대 발전에 큰 공헌을 했지만 모교에는 한번도 온 적이 없고 스피치를 한 적이 없는 김 전 회장이 처음 이 자리를 방문했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ba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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