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결혼풍속도] 안 맞으면 점심만, '통하면' 저녁까지…'점심팅' 아세요?

여의도서 점심시간 이용한 '소개팅' 인기
사전 '스펙' 교환, 점심시간 이용해 '시간절약' vs 형식적·가벼운 만남

[편집자주]

 

# "민경씨 오늘 저녁 어떠세요?" 지난달 어느날 오후, 업무를 보던 김민경(32·가명·금융업)씨의 휴대폰이 울렸다. 몇 시간 전 '점심팅' 자리에서 처음 본 남성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전문직 종사자, 출신학교 등 기본적인 '스펙'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점심을 먹으며 몇 마디 나눈게 다였지만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 민경씨도 은근히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경씨는 '점심팅' 남성과 그날 함께 저녁을 먹었고 그 뒤로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 서울에 거주하는 이광수(32·가명·회계사)씨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점심팅'을 했다. '서류심사'를 통해 상대방의 직업, 얼굴 등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별다른 매력을 못 느꼈다. 광수씨와 상대 여성은 점심만 먹고 '쿨'하게 헤어진 뒤 다신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다. 첫 점심팅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어느 정도 '검증'된 상대방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알게된 광수씨는 그 뒤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점심팅을 통해 '결혼 상대방'을 찾고 있다.

금융권이 모여있는 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점심팅'족이 늘어나고 있다.

점심팅은 상대방의 사진, 직업, 출신학교 등 정보를 사전에 교환하는 '서류심사'를 거쳐 양쪽에서 만족하는 '스펙'을 가진 상대방이 연결되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남을 갖는 일종의 '선'이다.



점심팅이 여의도에서 주로 이뤄지는 건 금융권 종사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시간이 금'이어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 달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금융권 전체 평균근로시간(20일·163시간)은 전체 산업 평균근로시간(약20.8일·174시간)보다 짧지만 전체 평균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임금은 금융권이 3만원을 넘어 전체 산업 평균(1만7150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 여의도에 금융회사가 밀집해 있어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지리적 특성도 '여의도 점심팅'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여러모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점심팅을 여의도 '금융맨'들은 선호한다.

지난 7월 점심팅을 했다는 A씨(36·여·금융업)는 "마음에 안들어도 정해진 1시간 정도의 시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는 예전부터 내려오던 '첫만남에서 시간을 길게 하지 말라'라는 조언에도 잘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5일 여의도에서 만난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도 "시장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데다 야근이 많은 금융권 종사자들이 시간을 아끼려고 거리상으로 가까운 여의도에서 주로 하는 것 같다"며 "경제학적으로 '합리적 선택'을 해야만 하는 업계 종사자들의 직업의식과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런 시간절약 외에도 점심팅 유경험자들이 꼽는 점심팅의 장점은 다양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결혼상대자를 찾고 있는 박모(28·여)씨는 "결혼은 '사랑'보다 '현실'이기 때문에 차라리 조건이 비슷하거나 스펙이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서 감정을 쌓아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점심팅의 '현실적'인 면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여의도에서 만난 20~30대 결혼적령기 남성과 여성들은 점심팅의 장점으로 "짧은 시간 보는 거라 심리적 부담이 없다", "서로의 신분이 보장되고 현실적인 면을 감안해서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잘되면 매일 볼수 있고 일도 이해해줄 수 있는 애인을 가질수 있다" 등을 들었다.

그러나 점심시간을 이용한 짤막한 만남은 결혼을 전제로 하는 만남치고는 가볍고 형식적이라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여의도에서 은행을 다니며 점심팅을 2번 해봤다는 전모(34)씨는 "심도 낮은 만남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형식적인 만남을 자주 갖다보면 감성이 무뎌질 것 같아 그 이후로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상사의 권유로 최근 점심팅을 해본 적이 있다는 B(30·여·금융업)씨도 "상대를 알아갈 시간이 부족해 첫느낌이나 첫인상만으로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혼을 전제로 하는 만남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의도에 금융회사가 밀집돼 있다는 점은 점심팅의 '촉매제'가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금융사무업에 종사하는 C(32·여)씨는 "여의도가 좁고 업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점심팅을 했다가 나중에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서로 민망하다"며 점심팅에 있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점심팅에 대한 취재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눈 '금융맨'들이 거듭 익명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밖에도 20~30대 남성과 여성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이 날 가능성이 있다", "형식적으로 응하게 되거나 가볍게 얼굴이나 보러 나가는 경우가 많다"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결혼정보업체에서는 점심팅을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 김미연 주임은 "(점심팅은)일회 소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커플매니저들은 지양하는 편"이라며 "간혹 점심팅을 요청하는 고객이 있지만 시간과 장소 조율이 어려워 만남 상대방에게 거절 당하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소장은 점심팅에 대해 "어차피 점심은 먹어야 하는데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모르는 이성과 만나면 따로 소모되는 시간이 없어 만남의 경제학 같은 개념상으로는 시간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예전 선을 볼 때처럼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이 개입하거나 호텔 커피숍 같은 장소에서 만나면 만남 자체가 무거워 질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의 개입 없이 직장 근처 식당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만남을 갖는다면 형식적인 '가벼움'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그에 따른 장·단점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wp@

많이 본 뉴스

  1. 미국 공연 때 콘돔 뿌린 비비 "야하고 다정한 게 중요"
  2. "연예인 뺨치는 미모"…3명 연쇄살인 '엄여인' 얼굴 공개
  3. "이게 진짜 삼겹살…기본 갖추길" 정육점 자영업자 일침
  4. 학교서 킥보드 타다 넘어진 여대생…"얼굴 피범벅, 부상 심각"
  5. "일부러 땀 낸다" 日여성 겨드랑이로 만든 주먹밥 '불티'
  6. 카페 차린 아이돌 노을 "비수기 월 4000, 성수기엔 더 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