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사에 임명된 지 25일 만이다.
이 대사 대리인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를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사퇴 이유에 대해서는 "저(이 대사)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며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사는 지난해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 채 모 상병 사망사건 조사를 담당한 해병대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이 대사는 지난해 12월 공수처에 의해 출국금지 됐으나 이달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되면서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공수처는 이 대사를 7일 소환해 4시간가량 조사했고, 법무부는 8일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공수처는 당시 이 대사 출국금지 해제에 반대하면서 추가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출국 후 '해외 도피' 논란이 가열됐고 이 대사는 지난 21일 외교부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했다. 귀국 직후 "조사받을 기회를 달라"며 공수처에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사 측은 수사 외압 혐의(직권남용)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채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고 군에 수사권이 없어 법리적으로도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대사직을 유지하려면 호주에 가야 하는데, 그 경우 공수처는 피고발인이 없어서 조사가 힘들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또 도망갔다고 하면서 이용당할 것"이라며 사의 표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주장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직을 던지고 국내에 있을 테니 언제든 조사하자는 것"이라며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이 대사 측은 공수처에 소환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세 차례 제출했으나 별도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용각산'"이라며 "이야기해 봤자 변호인의 일방 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하나의 입장으로만 받아들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 소환은 이른 시일 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공수처는 현재 수사를 통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진행 중인 데다 주요 사건 관계인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다. 섣불리 소환 했다가 총선을 앞두고 수사에 참여했다는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공수처 측은 이 대사의 사의 표명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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