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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0.088%?…낮술 먹고 한숨 자고 운전했는데 면허취소라니"

윤창호법 시행 30분만에 적발 운전자, 면허취소 수치에 '채혈' 요구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2019-06-25 06:19 송고 | 2019-06-25 09:55 최종수정
음주단속 기준이 강화된 25일 오전 0시31분께 의정부시내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0.088%로 측정됐다. /© 뉴스1

"30분 전만 해도 면허정지였는데 지금은 면허취소라니요. 낮술 먹고 모텔에서 자고 나왔더니 법이 바뀌었다고 하니까…."

25일 오전 0시27분께 경기도 의정부시내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된 20대 남성 A씨가 나름대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경찰은 전날(24일) 오후 10시께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역 교각 아래에서 의경기동대원 등 1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양방향 음주단속을 진행했다.

경찰은 골목이나 샛길로 우회전해서 달아나는 음주운전자에 대비해 길목마다 2인1조 단속반을 배치했다.

음주단속을 시작한지 2시간이 되도록 적발되는 운전자는 없었다. 현장 취재에 응한 의정부경찰서 교통안전계 팀장 B경위는 "음주운전자들이 자주 적발되는 곳인데, 이른바 '제2 윤창호법'에 시행에 관한 대대적인 언론보도 효과인지 적발자가 나타나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경찰관들은 "24일 오후 11시59분께 음주감정기에 걸린 뒤 버티다가 자정 넘겨 뒤늦게 음주측정에 응한 경우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긴장했다. 이윽고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오전 0시를 넘어섰고, 우려하던 애매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단속하던 의경들도 서 있느라 뭉친 허벅지를 손으로 툭툭 쳐보면서 피로감을 나타낼 때쯤인 오전 0시19분께 하얀색 승용차가 서행하던 중 단속반을 5m 앞에 두고 갓길에 정차했다. 이때 단속반이 일제히 뛰어가 음주감지기를 내밀었다.  

음주단속 기준이 강화된 25일 오전 0시29분께 의정부시내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된 A씨 /© 뉴스1

 "삐-" 소리가 울렸다. 운전자 A씨는 경찰관들에게 "낮에 술을 먹었다"면서 음주감지기가 어째서 울렸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B팀장은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 "자정부터 0.05%면 면허정지였는데, 지금은 0.03%면 면허정지이고, 0.08%이면 면허취소가 된다"고 안내했다.

A씨는 안내를 받고 물 3잔을 마신 뒤 경찰관이 음주측정기를 들이밀자 수차례 "낮술을 먹었을 뿐이다"면서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다. 그는 감지기가 울리고 10여분 뒤인 오전 0시31분께 음주측정기에 응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88% 수치를 기록했다.

"개정법이 시행된 뒤에 적발됐으므로 면허취소 수치"라고 경찰관이 말하자 A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낮에 술을 먹었다. 모텔에 들러 한숨을 잔 뒤에 나왔다. 이를 안 닦고 나와서 그런 것 같다. 면허정지라니, 일을 하지 말라는 건가? 평소에는 대리운전을 부른다. 마일리지 쌓인 거 보여주고 싶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정지 수치인데 지금은 취소라고 하니까…"라면서 탄식했다.

B팀장은 "이를 닦은 것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무관하다. 알코올은 위장에서 올라온다. 채혈해서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안내했다.

채혈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던 A씨는 "술 먹고 자고 나왔더니 법이 바뀌었다"면서 채혈을 요구했다. 경찰과 A씨가 인근 의료원으로 이동할 때쯤 제2 윤창호법 시행 첫날 새벽의 음주단속은 마무리됐다. 의정부경찰은 이날 아침 출근시간대에도 시내에서 음주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다.

개정법 시행으로 면허정지 기준은 기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음주운전에 대한 운전면허 결격기간도 강화된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5년(신설), 음주 교통사고는 2년(기존 1년), 음주교통사고 2회 이상 3년(기존 3회), 단순 음주운전 2회 이상 2년(기존 3회)이다.

음주운전 처벌 상한도 현행 '징역 3년, 벌금 1000만원'에서 '징역 5년, 벌금 2000만원'으로 상향했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