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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인공강우·광촉매도료…미세먼지 줄일까?

정부와 지자체의 미세먼저 대책 과학으로 살펴보니…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2019-03-27 09:28 송고 | 2019-03-27 15:01 최종수정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권역별 평균농도가 2시간 이상 75㎍/㎥ 이상일 때 발령된다. 2019.3.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권역별 평균농도가 2시간 이상 75㎍/㎥ 이상일 때 발령된다. 2019.3.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보이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책들은 선심성·전시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심지어 기상상태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겠다는 일부 정책은 과학적 검증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우려가 크다.

미봉책은 근본적인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없을뿐더러 국민세금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 검증은 필수다. 최근 제시된 일부 미세먼지 정책에 대해 과학적 '팩트체크'(fact check)에 나섰다.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잡기로 둔갑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언급하기도 한 인공강우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직접 중국과 연구협력해 인공강우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효과에 대해 대다수 과학자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우선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인공강우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애초에 인공강우 연구는 물부족 현상인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 효율성은 현재까지 입증된 바 없다. 대기오염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도 지난 2013년부터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시도해 왔지만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우리 정부도 인공강우 실험을 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보통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유입될 때는 대부분 고기압 중심에 위치해 구름이 없다. 그런데 인공강우는 저기압 상황에서 구름을 이루는 작은 수증기 입자들이 많아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고기압 상황에서 주로 발생하고, 인공강우는 저기압 상황에서 가능해 우리나라에서는 부적절하다"면서 "또 서울시 한 곳에만 비를 내린다고 가정하더라도 막대한 구름씨를 뿌려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옥상 공기청정기…실효성 놓고 갑론을박


환경부가 발표한 '옥상 공기청정기' 정책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5~12월 도심 미세먼지 정화설비 개발 공모사업을 통해 미세먼지 제거 시설을 학교, 공공건물 옥상, 지하철 환풍구 등 도심 빈 공간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당 설치 비용은 1억~2억원 정도다.

이 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갈린다. 이미 세계 최대 수준의 옥외공기청정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사례를 보면, 실질적인 저감효과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정부는 미세먼지 피해가 심각한 지역 중 하나인 시안에 높이 60m의 초대형 옥외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중국과학원은 이 공기청정기 근처 10㎢ 안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15%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이 축구장 절반이어서 도심 설치가 어려운 데다 처리용량도 시간당 40만㎥로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고 일부 과학자들은 분석했다. 이덕환 교수는 "실내 공기청정기만 해도 유지관리가 무척 어려운데 실외 공기청정기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노력은 엄청나다"면서 "이같은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세금만 낭비할 우려가 있다.

다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각국 상황별로 미세먼지 원인이 다르기 때문인데 중국에서는 효과가 없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박사는 "중국의 경우 공기청정기 탑이 가동돼도 인근에 있는 미세먼지 발생원이 짧은 시간안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에 있고, 유입되는 양도 정해져 있어 추가 유입량이 (중국 시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기 속에 갇혀 있는 중국발 요소를 제거한다고 생각하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25일 오후 전북 군산 서쪽 해상에서 기상항공기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첫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2019.1.25/뉴스1
25일 오후 전북 군산 서쪽 해상에서 기상항공기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첫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2019.1.25/뉴스1

◇서울시 '페인트칠'로 미세먼지 제거?

서울시가 발표한 '페인트칠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7일 미세먼지를 흡착해 제거하는 '광촉매 도료'(페인트)를 공공건축물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오는 10월 착공하는 중구 충무로 시네마테크 외벽 3500㎡ 전체를 광촉매 도료로 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도시연구원에 따르면 광촉매 페인트에 포함돼 있는 산화티타늄(TIO₂)이 빛을 받으면 페인트와 닿아있는 미세먼지 원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질소산화물(NOx)을 광분해해 잔여물을 빗물에 씻어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햇빛이 없을 때 또는 근본적으로 미세먼지가 페인트 외벽에 닿지 않았을 때라는 조건이 고려돼있지 않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빛이 없다면 광촉매 작용이 일어나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아 미세먼지가 벽에 붙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이덕환 교수는 "근본적으로 빛이 있어야 광촉매 작용이 발생하고 페인트에 미세먼지가 붙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인데 이는 미세먼지 발생 환경, 즉, 대기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실제 미세먼지는 바람이 부는 상태가 아닌 대기가 정체돼 있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없는 정책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광촉매 페인트의 유해물질에 대한 조사나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없는 상황이다. 광촉매 페인트 가격이 일반 페인트 가격보다 5배 정도 비싸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문제로 꼽힌다.

◇노면 살수작업…"지속적·근본적 해결 아냐"

여러 시도 지자체에서는 살수작업을 통해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표에서 그리 높지 않은 대기까지 물은 분사해 미세먼지를 가라앉힌다는 계획이다. 이는 눈에 보이거나 날리는 비산먼지를 잡을 수 있는 대책은 될 수 있으나 고농도 초미세먼지를 잡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정진상 박사는 "좁은 도로나 지역적으로 비산먼지를 잡을 수 있는 효과는 있을 수도 있지만, 지표에 물을 뿌려 고농도미세먼지를 잡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일시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습도를 높여 스모그 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스모그는 도시 매연을 비롯해 대기 속 오염물질이 안개 모양의 기체가 된 것을 말한다. 살수 작업으로 부유하고 있는 미세먼지에 습도를 올리고 오염물질에 수분이 더 응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6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일대에서 완산구청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19.3.6/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6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일대에서 완산구청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19.3.6/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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