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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시 치료 위해 라켓 잡은 정현, 한국 테니스 역사 새로 썼다

'우상' 조코비치 꺾고 한국인 최초 메이저대회 8강행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18-01-22 22:47 송고 | 2018-01-23 00:13 최종수정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이 22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었다. © AFP=News1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이 22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었다. © AFP=News1
한국인 최초 메이저대회 8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정현(22·한국체대)이 주목받고 있다.

정현은 22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3-0(7-6 7-5 7-6)으로 완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 US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에서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1981년 US오픈 여자 단식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 단식 이형택의 16강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정현은 아버지 정석진씨가 그의 모교인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냈고 형 정홍(25)도 실업 선수로 활약하는 테니스 집안에서 자랐다. 하지만 테니스를 시작한 결정적 이유는 난시 치료를 위해서였다.

어릴때 고도근시와 난시 탓에 책을 읽는 것보다 눈이 편안해지는 초록색 코트를 바라보는 것이 낫다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다. 아버지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요즘도 교정 시력은 0.6미만이다. 두꺼운 안경을 써야만 한다. 테니스를 할때는 고글을 쓴다. '교수님' 이라는 별명을 얻고 안경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이유다.
   
테니스 집안의 DNA를 입증하듯 점차 두각을 나타내던 정현은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 남자 선수 최초 윔블던 주니어 준우승이었다.

2014년에는 안방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아 선수 생활의 탄탄대로를 마련했다. 2015년에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5년 ATP 서배너 챌린저 단식 결승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남자 선수로는 이형택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든 정현은 지난해 기량이 급성장했다.

2017년은 정현에게 특별했다. 독일 BMW오픈 4강,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32강에 이어 차세대 선수들이 겨루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ATP 투어 데뷔 첫 우승을 경험했다.

한국 선수가 ATP 투어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3년 1월 시드니 인터내셔널에서 이형택의 우승 이후 14년만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정현은 2018 호주오픈에서 새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를 3-2로 꺾고 16강에 오른 뒤 이날은 자신의 우상이던 조코비치마저 3-0으로 물리치고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난시 치료를 위해 라켓을 손에 쥐었던 소년이 한국 테니스의 신기원을 연것이다. 이제 정현은 오는 24일 텐니스 샌드그렌(미국·96위)과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앞으로 이번 대회 정현의 승리는 그대로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가 된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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