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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미국 벗어나 중국에 줄서게 하는 트럼프 외교

(서울=뉴스1) 박형기 칼럼니스트 | 2017-02-17 11:33 송고 | 2017-02-17 14:57 최종수정
편집자주 한때 한국 천주교회에서 ‘메아 쿨파(Mea culpa)’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메아 쿨파는 라틴어로 ‘내 탓이오’란 뜻이다. ‘시나(Sina)’는 라틴어로 중국이다. 따라서 ‘시나 쿨파’는 중국 탓이란 뜻이다. 중국이 굴기하면서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웃인 한국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웬만하면 중국 탓’인 시대가 온 것이다. 박형기 전 머니투데이 국제부장의 차메리카(Chamerica) 시대 읽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중국 잡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표지와 특집 기사로 다룬 모습. © AFP=뉴스1

탈아입구(脫亞入歐), 아시아에서 벗어나 서구사회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일본 개화기의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가 만든 말로 일본 근대화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들어가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바야흐로 탈미입중(脫美入中)의 시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그동안 미국의 맹방이었던 나라들이 하나둘씩 미국에서 벗어나 중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필리핀, 말레이시아는 이미 탈미입중을 선언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구에 속하는 호주도 탈미입중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반미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고,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남사군도)에서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부드럽게 해결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로부터 스프래틀리 군도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 유리한 판결을 받았음에도 중국과 원만하게 영토분쟁을 매듭지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사회간접시설 건설 자금을 대거 지원하는 등 위안화로 필리핀을 융단 폭격하고 있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이웃 말레이시아도 반미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사법부는 지난해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의 약 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라자크 총리는 부정한 방법으로 미국의 부동산 등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자크 총리는 한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수시로 골프를 즐겼던 사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에 등을 돌렸다. 그는 지난해 11월 베이징을 방문해 30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약속받은 것은 물론 중국의 군사 장비를 구입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동남아 국가로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다. 그러나 호주는 중국의 영향권 밖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는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가깝지만 전형적인 서방국가다. 그런 호주에서 탈미입중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일방외교와 호주-중국간 경제관계가 날로 긴밀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발단은 난민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턴불 총리를 상대로 오바마 정부 당시 양국이 체결한 난민 협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뒤 1시간으로 예정된 통화를 25분 만에 끊어버렸다. 이 사건 직후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오랜 맹방들을 중국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호주가 중국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중국경제에 종속돼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굴기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수를 누리고 있는 나라가 바로 호주다. 중국의 이웃인 한국의 대중수출 의존도는 약 25%다. 호주의 대중수출 의존도는 30%를 넘는다. 호주의 대중무역 규모가 대미무역 규모보다 다섯 배 크다.

한때 파리만 날렸던 호주의 원광석 산지는 2000년대 초반 중국 덕분에 부활했다. 중국은 철도,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시설 확충을 위해 엄청난 양의 호주 원광석을 수입했으며, 호주 광산업은 사상최고의 호황을 누리며 전체 경기를 이끌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기가 주춤해지자 호주의 철광석 산업도 예전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발전으로 구매력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호주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황사와 스모그로 악명 높은 중국. 중국 중산층의 꿈은 공기 좋은 영어권 국가에서 자녀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캐나다도 청정국가다. 실제 한때 중국 유학생들이 대거 캐나다로 몰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호주는 캐나다보다 훨씬 가깝다. 호주 각 지자체는 중국인 유학생과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호주의 부동산 경기가 뜨겁다. 중국의 대호주 부동산 투자는 2010년 이래 10배 정도 증가했다. 중국의 투자자들은 시드니와 멜버른의 새 아파트 중 절반 정도를 사들이고 있다. 호주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회계연도에 중국은 호주부동산에 약 182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것이며, 미국의 대 호주 부동산 투자액의 두 배를 웃돈다.

호주는 아직 탈미입중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방세계에서 탈미입중을 선언한다면 호주가 첫 번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되고 있는데, 미국으로부터 푸대접을 받는다면 호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집권 이후, 미국은 새 친구는 사귀지 못할망정 기존에 있던 친구마저 잃고 있다. 정치의 달인이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정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친구의 극대화, 적의 극소화.” 국제정치 즉 외교도 마찬가지 아닐까.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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