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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돈으로 혜택을 더많이..자본주의 빈틈을 메우는게 핀테크"

[기획 : 우리에게 핀테크란] ①'뱅크샐러드'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데이터 분석해 최적결과 찾아주는 알고리즘이 경쟁력..카드에서 다른 상품으로 확대
"핀테크 핵심코드는 '사람·편리·행복'…자본주의 정보비대칭 메우는 게 핀테크"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5-05-13 06:00 송고
김태훈 CEO 2015.05.0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김태훈 CEO 2015.05.0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핀테크(Fin-Tech)'에 대해 여러 정의가 많습니다. 금융과 기술의 결합, 기술이 들어간 금융, 모두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을 좀 더 행복하게 하는 게 핀테크라고 봐요. 기술이 많이 들어가서가 아니라, 금융이 조금 더 편해지고 내게 돈을 더 벌게 해준다면 그게 바로 핀테크입니다."

신생 핀테크 업체로 주목받는 '레이니스트'의 김태훈(30) 대표는 핀테크를 '기술'이란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설명했다. 그보다는 사람과 정보, 편리, 행복 등의 단어를 주로 사용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뉴스1이 20일 오후 1시30분 주최하는 '함께하는 핀테크, 상생하는 핀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핀테크 업체가 본 핀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술을 강조하지 않았지만 정작 그가 운영하는 레이니스트의 '뱅크샐러드(www.banksalad.com)' 서비스는 최첨단이다. 고객이 자신의 소비패턴을 입력하면 카드 추천 알고리즘이 국내 2300개 카드 중 자신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카드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국내 모든 카드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 건 뱅크샐러드가 처음이다. 좀저 범위를 넓히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결과를 찾아주는 알고리즘이 경쟁력이다.

◇ 은행도 반한 '뱅크샐러드' 앱 버전 이달 출시..스마트폰에 전송되는 카드사용내역을 토대로 최적소비 척척 안내

현재 웹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달 중에는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앱에서는 카드사용 내역이 고객의 문자메시지(SMS)로 전송되면 이를 분석해, 고객의 소비패턴에 맞는 카드가 무엇인지 추천해 줄 계획이다.
"당신에게 지름신이 내리는 시각은 주로 언제이고 가장 많이 소비하는 가게가 어디이며 평균 얼마를 사용하는지 등을 보고서에서 분석할 겁니다. 그런 소비패턴을 분석해 이 카드를 쓰면 앞으로 한 달에 얼마씩 절약할 수 있다는 추천도 함께요. 거기다 맥도날드에 자주 간다고 분석되는 사람에게는 쿠폰을 주는 등 맞춤형 서비스도 하게 될 겁니다."

스마트폰 문자로 전송되는 카드 사용내역 정보가 뱅크샐러드에도 전송되는 걸 고객이 동의하면 직접 소비패턴을 기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관리된다. 이 밖에도 장소에 따라 카드 혜택을 자동으로 안내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에버랜드에 가면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현재 사용 중인 어떤 카드가 자유이용권 할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는 알람이 뜨는 식이다.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카드 추천 서비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창구에 뱅크샐러드가 내장된 태블릿PC를 설치하고 고객에게 시험 삼아 서비스를 쓰게 해보니, 발급 계획이 없는 고객 100명 중 50명이 카드를 신청했다. 이에 만족한 기업은행은 이달 중 전국 640개 지점의 창구에 태블릿PC를 배치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외에도 카드사를 운영하는 은행을 중심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뱅크샐러드의 근본적인 아이디어는 '정보를 모아 알기 쉽게 찾아주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고객이 금융 상품과 관련해 정말로 필요로 하거나 소비자에게 유리한 정보는 금융사가 쥐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고객은 금융사보다 불리한 위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핀테크란 이런 정보를 모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수단이다.

이달 중 출시 예정인 뱅크샐러드 모바일 앱의 시연 모습.(레이니스트 제공) 2015.05.11/뉴스1 © News1 문창석 기자

◇ "소비자로서 불만이 핀테크 사업을 하게했죠"

이는 금융뿐만이 아니라 정치 등의 분야에도 해당한다. 김 대표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자신의 정책 관련 성향을 비교하는 '코리아 폴리틱스'도 운영하고 있다. 쟁점 법안에 대한 나의 견해를 입력하면 지역구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어떻게 투표했는지 비교해준다. 가령 기초연금법 등 5개 주요 법안 중 지역구 의원이 내 견해와 2개를 일치하게 투표했다면 '지역구 의원과 의견이 40% 일치한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사실 국회는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곳이지만, 선거철만 되면 우리는 '누구 아들이 군대를 다녀왔는지'를 놓고 싸우는 모습만 봅니다. 그게 아니라 정책 관련 견해를 놓고 토론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또다시 정보입니다. 지역구 의원이 쟁점 법안에 대해 어디에 투표했는지는 데이터로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를 모아 나와 비교하면 정치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리라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런 금융·정치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해 당사자인 금융사와 정치권에서는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보를 공개할수록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해 상충 관계'에 놓여있기에 의지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은행 직원들은 금융 상품을 팔면 자신에게 수당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고객에게 좋은 상품은 수수료가 낮고 안 좋은 상품은 수수료가 높은 경우가 많죠. 고객에게 좋다는 건 금융사에겐 그만큼 이익이 적게 발생한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그러면 은행 직원은 고객에게 불리한 상품을 오히려 추천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해당사자와 관계가 없는 제3자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가 정보의 비대칭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소비자로서의 불만이었다. 많은 금융 관련 상품이 복잡하게 설계돼 있어 고객들은 해당 상품이 자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은행에 가서 상품 브로슈어를 봤는데 정보를 나열하는 식으로 설명돼 있었습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봐도 별로 득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금융 정보를 꼬는 이가 있으면 우리가 풀고 싶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결과값만 수치로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자본주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 핀테크..정보 융합을 위한 인프라 아직 부족"

몇 년 전에는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실현하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환경이 다소 나아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금융당국에 의해 핀테크와 관련한 규제가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김 대표는 앞으로 핀테크 업계가 성장하기 위한 과제로 핀테크 인프라의 형성과 금융사·핀테크 기업의 협업,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꼽았다.

"좋은 정보가 있어야 결합이 되고 거기에서 가치(value)가 창출됩니다. 그러나 정보 융합을 위한 인프라는 아직 부족합니다.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가 대표적인 핀테크 인프라입니다. 고객이 승낙하면 제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은행에 있는 고객의 정보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하죠. 그런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API 등이 촉진되면 IT를 이용한 금융서비스가 훨씬 좋아질 겁니다."

그는 앞으로도 '정보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근본적인 아이디어로 두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카드 추천 서비스는 출발점이며, 예금과 적금, CMA 등도 개발하고 있다. 전망도 밝아 현재 한 벤처캐피탈사로부터 수십억 원 규모의 펀딩도 추진 중이다. 총 8명인 회사도 웹·앱 개발자를 중심으로 전 분야에서 10명 가량의 신입사원을 모집 중이다.

"저는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세상의 대출금리가 1%포인트 줄어들고, 내 소비액이 4% 절약되는 게 핀테크로 금융이 변하는 겁니다. 동시에 그건 새로운 시장입니다. 제일 필요한 사람에게 최적의 효용을 주는 게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지만 지금은 그게 많이 막혀있습니다. 그 빈틈을 찾아 안정적으로 효용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조금 더 행복해진다면 그게 바로 핀테크입니다."

2015.05.04/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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