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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 못 들어옵니다"…택배사 vs 아파트, 곳곳서 갈등

'택배차 출입금지' 아파트…"안전 우선" vs "배송 불편"
택배회사 "고객 민원 지속…아파트 배송 현실적 힘들어"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5-01-31 11:00 송고
2일 오전 원주우편집중국에서 택배 분류 및 상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14.12.24/뉴스1 © News1 권혜민 기자
2일 오전 원주우편집중국에서 택배 분류 및 상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14.12.24/뉴스1 © News1 권혜민 기자

#서울 잠실에 위치한 A아파트 단지. 몇 년 전부터 택배기사들은 이 단지 지상에서 택배차를 운전하지 못한다. 주민들이 안전을 이유로 택배차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B택배회사는 차선책으로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지하주차장 높이가 일반 택배차 높이보다 낮아 진입이 안됐다. B택배회사는 적재함 높이를 낮춘 택배차를 마련해 지하주차장로 진입하거나 택배물품 보관소, 경비실에 물품을 맡겼다. 그러자 일부 주민은 "왜 택배를 집까지 배송하지 않느냐"고 택배회사에 항의했다.

이처럼 택배회사와 아파트가 단지 내 택배차 출입 금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택배회사에 '안전'과 '편리'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지만 택배회사는 현실적으로 두 가치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1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분당, 일산, 김포 등 신도시 내 신축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상당수는 택배차 출입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아파트는 지상에 주차장을 없애거나 차도를 줄이고 공원, 녹지를 대규모로 조성하면서 이 같은 갈등 양상이 더욱 심해졌다. 

지난해 입주를 완료한 김포 C아파트 주민들 또한 최근 시작한 택배차 출입 금지에 대해 의견 차이가 크다.

이 아파트에 사는 D씨는 "그동안 단지 내 지상에서 빠르게 달리는 택배차 때문에 불안했다"며 "이제 단지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게 돼 안심이다"고 택배차 출입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E씨는 "최근 한 택배기사에게 '택배차 통제로 정문 경비실에 아이스박스를 맡겨 놨으니 찾아가라'고 연락이 왔다"며 "무거워서 들기 힘든 아이스박스를 집까지 갖고 올 생각에 짜증이 났다"고 택배차 출입 금지를 반대했다.

아파트가 단지 지상 내 택배차 출입을 막는 주된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그동안 심심찮게 일어났던 단지 내 택배차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택배차 진입을 통제한 것이다. 일부 고급 아파트는 택배차 진입으로 주거 환경이 훼손된다고 항의하거나 심지어 집값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주민 간에 택배차 출입 금지에 대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택배회사에 요구하는 사항이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택배차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아파트는 택배기사에게 경비실이나 물품 저장소에 택배를 맡기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이 직접 물품을 찾는 불편을 일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택배업계에 따르면 이 안을 주민들이 모두 찬성하는 아파트는 거의 없다. 일부 주민은 '왜 집까지 배달하지 않느냐'며 개별적으로 택배회사에 항의를 한다.  

택배회사는 차선책으로 단지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높이가 낮은 택배차로 운반하거나 택배차를 단지 밖에 주차한 뒤 물품을 손수레에 적재해 운반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택배기사 입장에서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수입이 줄게 돼 불만이다. 택배기사는 수입이 배송 물품 수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매일 '시간'과 전쟁을 벌인다.

B택배회사 관계자는 "높이가 낮은 택배차는 일반 택배차의 3분 2 정도만 물건이 적재되기 때문에 택배기사가 꺼릴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공간은 택배기사가 화물칸에 들어가 허리를 펴고 물건을 나르기 힘들만큼 비좁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차를 운행하는 택배기사에게 추가 임금을 주고 있지만 지원자마저 점점 줄고 있다"며 "손수레를 끌어 배송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지역에서 '왜 이렇게 늦었냐'고 항의를 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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