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나이들수록 면역도 늙는다…"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필요"

대한감염학회, 고령층 고면역원성 백신 우선 접종 권고
정희진 위원장 "병독성 보면 독감이 코로나보다 위험"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인 정희진 고려대학교구로병원장(고대구로병원장, 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인 정희진 고려대학교구로병원장(고대구로병원장, 병원 감염내과 교수)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코로나19 대유행이 잠잠해진 뒤 이례적으로 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어지면서 고령층 보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염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면역력과 백신의 효과는 각각 떨어진다.

이에 대한감염학회는 최근 '2023년 성인예방접종 개정안'을 내고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우선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이 백신은 면역반응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아직 국내에서 무료 접종할 수는 없다.

정부가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NIP) 대상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독감 백신이 4가 백신(4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지만 학회가 우선 권고한 백신은 4가 백신보다 용량을 늘리거나 면역증강제를 추가한 것들이다.

학회의 성인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인 정희진 고대구로병원장(감염내과 교수)은 최근 뉴스1을 만나 "독감 환자 수 급증이 예상된다"며 "고령층의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은 질병 부담을 감소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1년 넘긴 독감 유행…고령층, 감염 위험+백신 효과 취약 '이중고'

최근 학령층(7~12세, 13~18세)의 개학을 맞아 이들 중심으로 환자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2022년 9월 16일 내려진 독감유행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은 채 이번 절기 유행주의보가 2023년 9월 15일 발령됐다.

정희진 병원장은 "이례적이었다. 독감은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유행하며 집단 면역을 형성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유지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바이러스가 유행해 빠르고 지속적인 확산세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은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과 입원, 사망 등의 위험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이다. 국내에서는 연평균 2300~3500명이 독감으로 인해 사망하는데 입원 환자 중 약 70%, 사망 환자의 90% 가량이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에게 독감이 위험한 데는 '면역 노화' 현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고령층은) 충분한 보호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못한다. 이들의 인플루엔자 백신접종 후 생성되는 항체 역가는 건강한 성인의 40~80% 수준이며, 상대적으로 낮은 예방효과(31~58%)를 보였다"고 했다.

만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인플루엔자(독감) 국가 예방접종이 시작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더본병원에서 해당 어르신이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2022.10.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만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인플루엔자(독감) 국가 예방접종이 시작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더본병원에서 해당 어르신이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2022.10.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독감 백신 효과 5% 높이는 게 접종률 5% 올리는 것보다 효과적"

우리나라는 △생후 6개월에서 13세까지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고령자 등이 무료로 표준용량의 독감 4가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NIP)을 펼치고 있다. 고령자에 대한 접종은 오는 11일 75세 이상, 16일 70∼74세, 19일 65∼69세 순으로 시작된다.

학회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2023년 성인예방접종 개정안'을 발표한 데 대해 그는 "보다 예방효과가 높은 백신을 접종하는 게 효율적인 선택"이라며 "미국에서는 이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고령자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한다. 부담될 수 있겠지만 학회에서는 효과적인 선택지를 공유하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정부도 백신 필요성을 인식하고, NIP 도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으로는 △면역반응의 크기와 폭을 개선하는 어쥬번트 함유 백신 △항원 함유량을 증가시킨 고용량 백신 △단백질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재조합 백신 등이 있는데 현재 국내에는 CSL시퀴러스코리아의 어쥬번트 함유 백신 '플루아드쿼드'가 유일하다.

어쥬번트 함유 백신은 면역반응을 개선해 효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백신 성분 '어쥬번트'를 포함하고 있다. 이 백신을 비롯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의 접종 효과와 이점은 여러 연구 결과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국내 접종 전략을 어쥬번트 함유 독감 백신으로 바꿀 경우 독감 관련 질병 부담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해외에서는 독감 유행이 심한 계절일수록 독감 백신 효과를 5% 향상하는 게 접종률을 5% 올리는 것보다 입원율을 포함한 모든 질병 부담을 줄이기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정 병원장은 코로나19 예방접종과 독감 예방접종을 같은 날 동시에 맞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따로 맞을 때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 병독성만 고려한다면 독감이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변이가 더 잦고, 전염성이 훨씬 더 강해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환자를 발생시켰다. 하지만 동일 기간 내 사망자와 입원 환자 수를 고려하면 독감의 치명률이 더 높다. 계절독감은 시기에 따라 유행의 정도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할 때) 몇 년간 독감 유행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자연면역이 감소했고 이 상황에서 독감이 유행한다면 환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개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왔는데 이번에도 백신 접종과 함께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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