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의 몸이 된 은행들의 대출 경쟁 실태를 들추다"…대안은 '100% 준비제도'

[신간] '부채로 만든 세상'

'부채로 만든 세상'(이콘 제공)
'부채로 만든 세상'(이콘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우리가 생활에서 필수 불가결하다고 여기는 현대 은행제도가 과잉부채, 저성장, 양극화, 사회분열, 기후위기 등, 현대 사회의 수많은 부작용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금융전문가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이다.

저자는 현대 은행제도에 내재된 근본적 모순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부작용을 가감 없이 들춘다. 그 주장의 골자는 대부분의 사람은 은행이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대출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은행 직원이 대출 승인 엔터키를 칠 때마다 은행에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만큼 이익이 떨어진다. 엔터키를 치는 횟수가 늘수록 은행 이익도 커진다. 은행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려는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나라는 중앙은행을 통해 은행을 구제하고 있다. 여기에다 예금보험제도, 정부 지급보증에 이르기까지 은행에 대한 다양한 구제장치 등 다양한 안전망 덕분에 오늘날 은행, 특히 대형은행은 사실상 불사의 몸이 됐다. 이 은행들이 끝 간 데 없는 대출 확대 경쟁을 펼치면서 덩치를 불린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과도한 부채가 집적된 소위 부채의존경제에서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소득 양극화에다 자산 양극화까지 생겼다. 이러한 경제적 양극화는 곧 정치 양극화로 이어진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정치적 분열상은 부채의존경제가 잉태한 경제 양극화의 미러이미지에 불과하다.

저자는 자산가격 숭배, 소득 양극화, 자산 양극화, 정치 양극화는 물론, 얼핏 은행제도와는 무관해 보이는 기후위기, 심지어 민주주의의 위기까지도 은행제도와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방대한 역사적 증거와 치밀한 이론적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이 책은 과잉금융, 부채의존경제에서 벗어나려면 은행제도 개혁이 필수라고 말한다. 그 대안으로는 100% 준비제도를 제시한다. 새로운 제도하에서는 은행이 허공에서 대출을 통해 예금을 만들어 내는 일은 허용되지 않고 대출을 하려면 먼저 저축이 유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할 뿐 아니라 얼핏 단순해 보이는 개혁 조치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 부채로 만든 세상/ 신보성 글/ 이콘/ 2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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