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만 회계사 대표에 왜 '국회의원 출신'이 뽑혔을까

신외감법 발의·대관 능력 높이 사…예외로 누더기된 현행법 수성 기대
금감원 간섭·선발인원 조정 과제도…'먹거리' 회계기본법 TF 구성 방침

최운열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자료사진). 2024.1.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최운열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자료사진). 2024.1.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한국공인회계사회 47대 회장에 회계사 실무 경력이 전무한 교수·정치인 출신이 당선됐다. 회계 개혁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2만 7000여명의 회계사들은 시행 5년 만에 '누더기법'으로 전락한 신(新)외부감사법 수성 임무를 그에게 맡겼다.

최 신임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개최된 제68회 한공회 정기총회에서 밝힌 당선 인사에서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회계 실무 경력도 전혀 없는 저를 회장에 당선시켜 준 여러분들의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지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알게 됐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거 운동 과정에서 왜 신외감법이 당분간 지속돼야 하는지, 시행 과정에서 법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면서 파생된 문제가 무엇인지 등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1971년 회계사 시험을 합격한 뒤 30년 동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회계사 실무 경험은 없으나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한국증권학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거쳐 제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했다. 의정활동 중 △지정감사제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 등 회계 개혁 3법이라 불리는 신외감법을 발의했다. 그가 신외감법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당선의 이유가 됐다.

지난 2018년 11월 도입된 신외감법의 주요 내용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지정감사제)다. 기업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 그 뒤 3년간 금융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내용이다. 한 회계 법인이 장기간 같은 기업의 회계를 감사, 유착하는 일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신외감법이 도입 이후 회계 중요성이 커지며 회계사 처우가 개선되고 법인 매출도 개선되는 등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비용 부담으로 경영상 고충이 심각하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결국 친기업 성향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직권지정사유가 완화되고 표준감사시간 적용도 임의 규정화됐다. 현재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인센티브로 지정감사제 면제도 추진되고 있다. 이번 한공회장 후보 3인의 제1 공약이 '신외감법 무력화 차단'이 됐던 이유다.

한공회 회원들은 신외감법을 발의한 최 신임회장의 전문성과 국회의원으로서 쌓은 대관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정견발표 당시에도 "의지를 강력하게 주장한다고 실천되진 않는다"며 "목표를 이루려면 법, 시행령, 감독규정, 고시 등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기업·관계 당국·정치권·언론 등에 이론적 바탕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인의 장점을 드러냈다.

최 신임 회장은 당선 첫날부터 신외감법 수호 의지를 적극 강조했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 인센티브에 지정감사제 면제가 담긴 것과 관련해 "(정부와) 갈등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해결하겠다)"며 "국제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회계 불투명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정감사제 면제는) 밸류업이 아닌 밸류다운"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에 금감원까지 신임 한공회장으로서 당국과 각을 세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외감법 수성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현재 금융감독원의 감리 방식에 대해서도 업계 불만이 큰 상황이다. 금감원이 재무제표와 직접 관련된 감사 부문을 넘어 회계법인의 인사, 노무, 경영 전반까지 조직 감리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늘고 있는 회계사 선발인원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와 관련해 최 신임 회장은 이른 시일 내 금융당국 수장들을 만나겠단 계획을 밝혔다.

회계산업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 역시 깊다. 최 신임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인증 업무 개발, 회계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꼽았다. 그는 회계감독청 설립이나 금융위 내 별도 부서(국)로 인사·조직·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안을 앞서 거론한 바 있다. 해당 법으로 회계사 업무 영역을 법으로 분명히 정해 타 업권 침해도 막겠단 계획이다.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회계학회와 공동 연구에 나설 방침이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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