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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과음 반성"…조선 선비들의 정월초하루 생활상 첫 공개

(안동=뉴스1) 남승렬 기자|2020-01-24 11:0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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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들의 정월 초하루 일과와 생활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일기자료가 경자년 새해를 맞아 24일 최초로 공개됐다. 왼쪽부터 권상일 '청대일기', 서찬규 '임재일기'.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 뉴스1

"조선 선비들도 정월 초하루에 과음을 했을까. 또 선비들도 신년운세를 봤을까"

조선 선비들의 정월 초하루 일과와 생활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일기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24일 한국국학진흥원이 설을 맞아 공개한 일기자료에는 조선 선비들은 정월 초하루 제사를 지내고 세배를 다니며 세주를 마시는 일상의례뿐만 아니라 운세를 보는 내용 등도 기록됐다.

유교적 학식과 덕망을 갖춘 선비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이색적인 관습들을 엿볼 수 있으며 이들이 관계 맺는 가족과 공동체의 모습도 흥미롭게 묘사됐다.

◇제사는 정성이 중요…섣달그믐에 제사를 지내다

1733년(영조 9년) 12월 30일 영남 남인을 대표하는 권상일(1679~1759)은 정월 초하루가 아닌 설 전에 가묘(家廟)에 제사를 지냈다.

권상일은 '청대일기'에서 "정성이 있으면 귀신이 있고 정성이 없으면 귀신이 없다"라는 주자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일기를 통해 "설날 아침에 제사를 지내면 세배를 다니느라 세주(歲酒)를 마셔 마음이 흐트러진다. 이 때문에 정월 초하루 제사는 섣달그믐에 지내고 설날에는 아침 일찍 떡과 탕을 마련해 차례를 지내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설날 과음한 선비의 반성…역질로 제사를 못지내기도

설날에는 아침 일찍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친척 어른을 방문해 술을 받아 마시거나 사당을 찾는 것이 선비들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선비여도 술을 마시면 행동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1615년(광해군 7년) 1월 2일 장흥효가 쓴 '경당일기'에는 "과음으로 심지(心志)를 어둡게 하였고 위의(威儀)을 잃었다"고 반성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 역질(전염병)이 돌아 설날 제사를 지낼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김강계가 쓴 '매원일기'에는 "1610년(광해군 2년) 경술년 새해가 되었지만 집안에 역질(전염병)이 돌아 제사를 지내지 못하고 형제들이 사당을 보며 참배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선비들도 신년운세를 보았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새해의 복운을 기원하며 시초점(蓍草占·산가지나 서죽으로 셈하여 치는 주역점)을 활용해 운세를 보았다.

1846년(헌종 12년) 서찬규(1825~1905)는 정사년 설날을 맞아 닭이 울 무렵 조모와 부모님께 세배하고 차례를 지낸 뒤 점을 친 내용을 자신의 '임재일기'에 적어 놓았다.
pdnam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