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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축구도 사람이 하는데…엇갈린 기성용과 이청용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3.05 05:30:00 송고
기성용과 이청용, 나란히 K리그 복귀를 추진했던 '쌍용'의 길이 엇갈렸다. © News1

"지난 10년 동안 여러 팀과 협상을 해봤다. 조건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팀이 정말로 나를 원하는구나'라는 것이 느껴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영국을 떠나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나도 당연히 K리그에서 뛸 것이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결렬돼 너무 안타깝다. 팬들도 아쉽겠지만, 내가 더 힘들고 아프다."

지난 2월21일 기성용(31)이 마요르카와의 계약을 위해 스페인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밝힌 이야기다.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을 기준으로는 2월초부터, 구단과 선수 사이 물밑에서의 줄다리기까지 꼽으면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기성용의 'K리그 유턴 노력'은 그런 이유와 함께 완전히 접혔다. 실력이 부족한 이가 뛰고 싶은 팀을 찾아 헤맨 노력이 아니었다.

기성용은 "유럽에서 뛰면서 계속 생각했다. 언젠가는 K리그로 돌아오고 싶었다. 은퇴하기 직전에 오는 것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내 스스로 판단할 때 나의 경기력에 자신이 있을 때 와서 좋은 축구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K리그를 떠나던)20세 기성용과 지금의 기성용은 많은 것이 달라졌기에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한 뒤 "다른 옵션들이 있었지만 K리그 복귀를 가장 많이 생각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K리그 복귀의 길이 막힌 뒤 곧바로 외국으로 시선을 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EPL 못지 않은 빅리그인 스페인 라리가(1부리그) 마요르카의 유니폼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다른 옵션들이 있었다'는 말은 좋은 조건으로 협상하고 싶어 괜히 부풀렸던 허풍이 아니었다.

기성용은 "내가 돈을 쫓았다면 한국에 들어올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구단이 여건이 안 되고 조건이 힘들어도 선수에게 진짜 마음을 담아 이야기한다면 풀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구나'라는 판단과 함께 복귀의 뜻을 접었다"는 속내를 던졌다. 기성용의 유턴이 불발된 궁극적 이유다. 동시에 기성용과 함께 '쌍용'으로 불리던 또 다른 용, 이청용의 컴백이 가능했던 이유기도 하다.

2009년 유럽에 진출했던 '블루 드래곤' 이청용(32)이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다. 떠날 때는 FC서울 소속이었으나 돌아올 때 그의 선택은 울산현대의 푸른 유니폼이었다.

울산 구단은 지난 3일 "이청용 선수와 꾸준한 교감을 나누면서 K리그 복귀에 대해 논의했고, 2020시즌을 앞두고 구단 최고 대우로 합류가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연봉과 관련한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 현재 울산 스쿼드 내 최고 연봉자가 10억원을 받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이상이 보장된 것으로 보인다.

'구단 최고'지만 이청용이 유럽에서 받았던 금액에는 미치지 못한다. K리그 최고연봉(전북 김진수 14억3500만원)도 아니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여전히 대표팀의 호출을 받는 수준이고 아직 내리막이라 보긴 힘든 나이다. 그래서 울산도 3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손을 잡았다. 여기에 유럽만 누비던 이전 커리어와 향후 마케팅적 가치까지 떠올린다면 이청용으로서는 성에 차지 않을 대우일 수 있다. 하지만 이청용도 기성용처럼 '돈'이 1번은 아니었다.

울산이 이청용을 영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짜로 원했기 때문이다.  (울산 제공) © 뉴스1

울산의 한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원했던 선수고 꼭 필요하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 우리로서는 잘 성사돼 기쁘지만, 이청용 선수에게 고마운 점도 있다"고 말한 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약속했다지만 선수가 이전까지 받았던 금액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양보해줬고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계약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울산은 2018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청용을 정말 원한다" "이청용처럼 좋은 선수를 마다할 팀이 어디있겠는가"라는 뜻을 누누이 밝혀왔다. 그냥 '오면 좋지' 수준에 그친 게 아니라 이청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실질적으로 움직였다. 최근에는 쐐기를 박았다.

앞으로 3개월만 시간이 더 흘러오는 6월이 되면 이청용은 보훔과의 계약이 끝나고, 그러면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이적료 발생 없이 데려올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보훔에서 마음이 떠난 이청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지출이 있더라도 먼저 모셔오는 것을 택했다. '우리가 당신을 이만큼 원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K리그의 큰손이자 모든 선수들이 동경하는 팀이 된 전북현대도 이청용 영입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어느 지점부터 전북은 손을 뗐다.

소식에 밝은 관계자는 "전북이 총알(금전적 여력)이 부족해서 밀렸겠는가. 속사정이야 당사자들만이 정확하게 알겠으나 확실한 것은, 울산이 정말 강하게 이청용을 원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어떤 활약상이 펼쳐질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이청용은 진심을 다해 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청용은 계약 후 "울산 구단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보여줘 입단을 결심하게 됐다"는 표현으로 적극적인 러브콜이 이적에 큰 배경이었음을 전했다. 그리고는 "이제 울산현대의 선수로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필드 위를 누비는 이들은 선수지만, 결국 축구도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무대다. 같은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던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기성용은 "나중에라도 K리그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선수 이청용'을 영입한 울산현대는 동시에 '인간 이청용'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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