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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판 도가니-그후]⑫성폭행범 13명은 유령(?)...복지부도 속았다

(울산=뉴스1) 김재식 기자 | 2012-09-04 21:01 송고 | 2012-09-05 00:33 최종수정
울산 북구 메아리복지원에서 원생 13명이 관련된 동성간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요 언론 기사들.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보도자료를 인용한 오보들이다..© News1

“성폭행 가·피해자 13명은 직접 조사한 울산 북구청이 알고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성폭행에 가·피해자 원생 13명이 누군지 현재까지 파악을 못하고 있다.”(울산 북구청 관계자)

“자기들(북구청)이 직접 조사해 놓고 13명이 누군지 아직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울산시 관계자)

뉴스1이 최근 보건복지부가 올해 2월 공식 발표한 메아리복지원 성폭행 가·피해자 원생 13명에 대한 신원 확인을 요구한 데 대한 관리·감독 기관들의 반응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지난 12월 5~6일 실시한 메아리복지원 2차 조사에 직접 참여한 울산 북구청은 지난 1월에 2차 조사에서 "메아리복지원이 원생끼리의 동성간 성폭행들을 알고도 방치해 '성폭행 대물림'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 책임을 물어 설립자 가족들을 복지원 운영에서 모두 물러나게 하는 행정처분까지 내렸다.

더구나 북구청은 메아리복지원에 성폭행 관련 가·피해자들을 분리 조치해 상담 치료하라는 행정처분도 함께 내렸다.

하지만 북구청은 자신들이 직접 조사해 밝혀냈다는 성폭행 가·피해자 원생 명단도 통보않고, 성폭행 관련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메아리복지원에 성폭행 가·피해자를 분리하고 상담 치료하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처분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북구청이 원생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메아리복지원 설립자 가족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린지 9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북구청은 현재까지도 스스로가 집행한 행정처분의 핵심 근거인 '메아리복지원이 원생간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는 바람에 '성폭행 대물림'된 성폭행 가·피해자 원생 13명'이 누군지 모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구청은 이런 입장은 행정처분을 통해 메아리복지원 설립자 가족들을 운영에서 배제하는 시설장 교체, 사무국장 해임 등 '사형'을 먼저 집행하고는 왜 사형을 선고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는 격이다.

왜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을까.

결론부터 내리면, 북구청 공무원들이 조사에 직접 참여한 2차 조사팀이 작성한 최종보고서 어디에도 원생 13명이 가·피해자로 성폭행에 관련됐다는 근거가 될 원생들의 진술은 없다.

'메아리복지원 원생 13명이 성폭행에 관련됐다'는 보건복지부 발표 자체가 최종보고서 원생 진술과는 다른 허위 사실이기 때문에 관리·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 울산시를 비롯해 조사에 직접 참여한 북구청도 성폭행 관련 13명의 원생들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명단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언론에 대서특필된 메아리복지원 성폭행 가·피해자 13명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인 셈이다.

지난 2월 9일 보건복지부는 인권실태조사를 통해 울산 북구 메아리복지원에서 남자 원생 13명이 관련된 19건의 동성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에 배포했다.

이 가운데 원생 6명은 저학년(초등생) 때 선배(중등생)들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고, 나중에 고학년(중등생)으로 성장해 같은 수법으로 (초등생)후배들을 성폭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건복지부 발표를 중앙언론사 대부분이 인용 보도함에 따라 메아리복지원 원생 13명이 성폭행 가·피해자로 관련됐다는 이른바 '울산판 도가니'는 기정 사실화됐다.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이 조사해 발표했기 때문에 파급력은 더 컸다.

울산시와 북구청도 지난 2월 보건복지부 발표를 근거로, 현재까지도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메아리복지원 원생 13명이 성폭행 사건에 관련됐다는 공식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경찰이 “메아리복지원 동성간 성폭력 관련자는 가해자 2명, 피해자 1명 등 모두 3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경찰에 메아리복지원 원생들을 성폭행 혐의로 직접 수사 의뢰한 북구청이 오히려 경찰 조사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구청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성폭행 관련 원생 13명은 누구인지 특정하지 못하면서, 메아리복지원과 경찰측이 밝히는 있는 성폭행 가·피해자 3명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북구청이 인권실태 2차 조사에서 밝혀낸 사실이라며 메아리원생 10여명을 성폭행 혐의로 직접 수사 의뢰한 경찰의 조사 내용까지 수용하지 않는 까닭은 뭘까.

경찰 수사를 인정하면 "메아리복지원 원생 10여명이 동성간 성폭행 사건에 가·피해자로 관련된 사실을 인권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그동안 기자회견 등 을 통해 밝힌 기존 주장들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북구청 스스로가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2월의 보건복지부의 발표는 메아리복지원 최종보고서 ‘조사자 총평’ 부분의 “(원생)대부분이 어릴 때 (선배로부터 성폭행)피해자가 되고 성장하면서 (후배를 성폭행하는)가해자가 되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는 이른바 ‘성폭행 대물림’에 관련된 원생 수와 성폭행 횟수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요약하면, 메아리복지원의 성폭행 관련자는 모두 13명, 성폭행 횟수 19건, 피해자 10명, 가해자 9명, '피해자이며 가해자'는 6명으로 인권실태 조사에서 밝혀졌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대로 뉴스1 취재 결과, 보건복지부의 발표는 최종보고서 내용과는 다른 명백한 허위였다.
보건복지부에 제출된 최종보고서에 기술된 11명 원생 면담 내용 전문. 노란색 바탕은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성폭행 가해 혐의외 모두 허위로 밝혀진 박영수의 진술이다. 파란색 바탕은 성폭행과 관련이 없는 원생 3명의 진술이다. 붉은 색 줄 친 부분은 원생들이 자신이 발언하지 않은 진술을 보고서 작성자가 허위로 기술했다는 내용들이다.© News1

뉴스1이 확보한 보건복지부 최종보고서의 전체 11명 원생 면담에는 13명의 원생에 대한 진술이 나타나 있다.

이 가운데 3명은 초등학교 저학년들로 단순히 ‘선배에게 맞았다’는 폭행 피해 관련자들이다.

이 원생 3명을 빼고 최종보고서에 언급된 모든 원생들이 성폭행에 관련됐다고 가정하더라도 남는 원생은 10명뿐이다.

따라서 최종보고서 원생 진술을 토대로 누가 '카운팅'을 해도 성폭행 관련자가 13명이란 수치는 결코 나올 수 없다.

사실상 최종보고서에 폭행 피해를 진술한 원생까지 모두 포함해 성폭행 관련자로 허위 발표한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

또한 19건의 성폭행이 확인됐다는 수치도 최종보고서 원생 면담 내용과 비교하면, 명백한 거짓이다.

최종보고서에 나타난 성폭행 가·피해자로 직접 진술한 원생은 4명이다.

박영수가 강기태에게 6번 성폭행 피해(경찰 조사에서 허위로 밝혀짐), 정명수가 박영수 1번 성폭행 가해(경찰 조사에서 허위로 밝혀짐), 박영수가 권기수 6번 성폭행 가해(경찰 조사에서 사실로 밝혀짐) 등 모두 합쳐야 13건이다.

만약 서로 ‘합의하에’ 했다는 성관계까지 성폭행에 포함한다면, 박영수의 진술(경찰 조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에만 언급된 성폭행(성관계) 횟수만 30회가 넘는다.

더욱이 (저학년 때)피해자에서 (고학년 때)가해자로 바뀐 원생 6명은 최종보고서 원생 면담 내용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 발표에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된 원생이 6명으로 버젓이 특정돼 있다.

국가기관인 보건복지부에서 왜 이런 허위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를 인용 보도한 모든 언론사들이 결과적으로 ‘오보’를 내게 됐을까.

뉴스1이 보도자료 배포 경위를 취재한 결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메아리복지원 성폭행 관련자 13명은 보건복지부 직원이 인권실태 최종보고서를 직접 확인하고 '카운팅'해 발표한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국의 200군데가 넘는 장애인거주시설을 조사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담당 부서 인력으로 그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인권실태 조사를 보건복지부와 함께 주관한 장애인단체 관계자(여)가 메아리복지원 성폭행 사건 관련 원생 수, 성폭행 횟수 등을 ‘카운팅’한 자료를 넘겨받아 보도자료로 발표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인권실태 조사를 주관한 장애인단체 직원이 최종보고서에 기술된 성폭행 내용(횟수, 가.피해자 명단 등)을 파악해 보건복지부에 자료를 넘겼고, 이 내용을 그대로 보건복지부가 보도자료로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에 메아리복지원 관련 성폭행 관련 내용을 '카운팅'해 넘긴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울산지역 인권실태 조사원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김모(여)씨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에 제출된 인권실태보고서는 외부에 절대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때문에, 설사 허위 사실을 발표하더라도 그 당사자(메아리복지원과 교사·원생들)들이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 2차 조사팀과 김 씨가 짜고 '울산판 도가니' 사건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허위 자료를 넘겨 언론에 보도되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실태 조사를 주관한 장애인단체 관계자 김씨(여)는 뉴스1 취재진과 만나 "(자신이) 직접 메아리복지원 성폭행 관련 원생 수와 성폭행 횟수 등 을 '카운팅'한 것은 사실이다"며 "최종보고서에 분명히 성폭행 관련 원생 13명과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 6명이 기술돼 있지만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메아리복지원 청각장애 원생들은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보도자료와 이를 인용한 언론의 오보로 평생 '성폭행범'이란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기게 됐다.


jourl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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