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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판 도가니-그후]⑨박 군측 “조사팀, 이사진 바꿔 학교복귀 약속”

(울산=뉴스1) 김재식 기자 | 2012-08-27 22:00 송고 | 2012-08-28 00:28 최종수정
박영수 부모는 뉴스1 취재진과 만나 2차 조사팀 홍 씨가 메아리복지원 이사진이 바뀌면 박영수를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북구청과 약속이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박영수 부모와 뉴스1 취재진과의 대화록© News1

메아리복지원 인권실태 1차 조사에서 유일하게 성폭행 가해자로 밝혀진 박영수는 2차 조사에서 왜 경찰 조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성폭행 관련 허위 진술을 무더기로 쏟아 냈을까.
“2차 조사팀 관계자가 이사진 물갈이 다 되고 사건이 마무리되면 아들이 학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제안했다”

지난 1월 말 뉴스1 취재진을 만난 박 군 부모의 설명이다.

박 군 부모측과 2차 조사팀이 메아리복지원 인권실태 2차 조사와 관련해 ‘진술 조작’을 거래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박 군 부모측과 2차 조사팀이 '학교 복귀'와 '(설립자 가족 퇴출을 위한)행정 처분용 허위 진술'을 필요로 하는 서로의 이해 관계가 일치해, 최종보고서에 '성폭행 대물림' 관련 허위 내용을 박군이 진술한 것처럼 기술하는 데 서로 합의한 게 아니냐는 게 '진술 조작' 거래 의혹의 핵심이다.
박영수 부모는 뉴스1 취재진에게 정상인처럼 구화(말)를 배우기 위해 박영수가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메아리학교에 가게 됐다고 밝혔다. © News1

지난 1월 뉴스1 취재진과 만난 박 군 부모는 박 군의 학교 복귀를 간절히 원하는 속내를 그대로 내보였다.

박 군 부모는 청각 장애를 가진 아들이 정상인과 같이 소리를 듣고 말을 하는 ‘(말)구화’를 가르치기 위해 수 천만원을 들여 ‘인공와우’ 수술을 했으며, ‘전국을 수소문’해 국내에서 (말)구화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메아리복지원에 아들을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메아리복지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못 보내면, 수천만원을 들여 아들에게 ‘인공와우’ 수술한 게 헛일이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군 부모가 설명한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달팽이관의 청각신경이 재생시켜 귀로 들을 수 있도록 해 (말)구화만 배우게 되면 청각장애인들도 정상인처럼 ‘듣고 말할 수’ 있게된다.

메아리복지원은 우리나라 청각장애인시설에서 이런 ‘인공와우 수술’을 처음 도입했으며,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청각장애인들에게 (말)구화를 가르치는 최고의 전문 교육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추천까지 받았었다.

이런 정황 때문에 박 군 측이 자신들이 간절히 원했던 ‘학교 복귀’를 약속받은 대가로, 2차 조사팀에게 설립자 가족들을 내쫓기 위한 행정처분의 근거가 될 수 있게 ‘다수의 원생들이 성폭행에 관련됐다’는 진술을 박 군이 했다는 허위 내용을 최종 보고서에 기술하는 데 동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야만 2차 조사팀이 설립자 가족들이 운영진에서 물러난 공백을 이용해 공익이사(외부추천이사)를 투입해 법인 운영권을 장악할 수 있고 박 군 또한 학교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수는 카카오톡 닉네임으로 ''2월에 학교에 돌아갑니다'라고 사용할 정도로 자신이 간절히 바랐던 학교 복귀를 손꼽아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은 박영수가 2차 조사때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조사한 홍 모씨가 ' 2월안에 학교에 다시 갈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메아리원생의 개인 홈피 캡셔 사진. © News1

특히 ‘학교 복귀’와 관련한 어떠한 권한도 없는 홍 씨가 박 군 부모와 박 군에게 ‘학교 복귀’를 ‘2월말’까지로 날짜까지 못 박아 약속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 만큼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2차 조사에 참여했던 북구청이 전 행정력을 동원해 지난 1~2월 사이에 메아리복지원 이사장, 시설장, 사무국장 등 설립자 가족들을 모두 내쫓고, 공익이사제 도입은 물론 박 군의 학교 복귀를 메아리측에 줄기차게 강권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뉴스1 취재 결과 박영수를 2차 조사해 다수의 원생들과 성폭행 진술을 받아냈다는 2차 조사팀 홍 모(여)씨는 박 군의 부모와 수차례 공식·비공식 접촉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2월 17일 벌어진 메아리원생 성폭행 사건 담당 경찰과 홍 씨와의 마찰은 2차 조사팀과 박 군측과의 유착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날은 한 달 가까이 진행된 메아리 원생 동성간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마지막 피의자로 박영수의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2차 조사팀 홍 씨가 박영수와 박 군의 아버지와 함께 나타나 부모 대신 자신이 경찰 조사에 배석하겠다고 나서면서 중부서 수사관들과 마찰을 빚은 것이다.

경찰이 조사 과정에 부모를 배석하도록 한 것은 수사 대상자가 청각 장애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는 물론 조사 대상자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서였다.
대전에 거주하는 박영수의 부모가 2차 조사를 마친 열흘 뒤인 지난해 12월 14일 울산에서 2차 조사팀 홍씨를 만나 박영수의 2차 진술 내용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홍 씨는 인권실태 조사 내용을 절대 외부에 밝히지 않겠다고 자필 서명한 보안각서 내용을 위반한 것이다. 울산장애인협회는 울산장애인인권협회의 오기로 울산장애인상담소장을 맡고 있는 홍 씨가 회장으로 있는 단체이다. © News1

홍 씨는 박영수로부터 2차 조사에서 다수의 원생들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받아냈다는 당사자다.

이 때문에 박영수가 노련한 수사관들을 상대로 최종보고서에 기술된 성폭행 관련 허위 진술을 경찰에서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힘들다고 보고, 진술 번복으로 허위 진술이 들통 날 가능성에 대비해 법률 대리인도 아닌 홍 씨가 배석하려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경찰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날 경찰의 반대로 홍 씨의 배석은 결국 무산됐고, 박영수의 성폭행 관련 최종보고서 진술 가운데 자신의 (권기수에 대한)성폭행 가해 행위만 인정되고, 나머지 성폭행 피해 등 관련 진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경찰은 결론지었다.

‘인권실태 조사 내용을 일체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고 보안각서를 직접 작성하고 인권실태 조사에 참여했던 일개 조사원 신분에 불과한 홍 씨가 보안각서 규정을 위반하고 자신이 조사한 성폭행 가해자 및 부모와 함께 경찰 조사 관련 대응 방식을 사전 협의하고 나타난 자체가 '진술 조작' 거래 의혹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jourl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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