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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키르야 군사기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왼쪽)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3.10.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 내각이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 문제를 놓고 분열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질 즉각 구출과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력 강화라는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뉜 것인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하아레츠는 전시 내각에 참가한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 등 국가통합당 인물들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필두로 한 군부가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 문제로 갈라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통합당 측에서는 인질의 즉각적인 구출을 강조하는 반면 갈란트 장관과 헤르츨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 등 군부는 하마스에 군사적 압력을 강화해 더 큰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하아레츠는 "국가통합당은 1986년 레바논에서 전투기가 격추되면 헤즈볼라에 붙잡힌 이스라엘 공군 항법사 론 아라드 사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며 "이들은 이스라엘이 기회를 포착하면 가능한 한 누구든지 즉시 구출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이와는 대조적으로 갈란트 장관, 헤르츨 참모총장과 군 고위 장교, 이스라엘 첩보기관 신베트가 지원하는 또 다른 세력이 있다"며 "그들은 추진력을 멈춰서는 안 되며,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이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이 최소한 여성과 어린이 70명 전원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부연했다.
아직까지 최종적인 공식 입장을 정하지 못한 사람은 네타냐후 총리라고 하아레츠는 보도했다.
매체는 "네타냐후는 정치적 고려에 사로잡혀 있다"며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으로부터 오른쪽에서 포위당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벤-그비르 장관과 스모트리히 장관 모두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최근 네타냐후 총리의 선택을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연료 반입을 허용했는데 이와 관련해 벤-그비르 장관은 "연료를 허용하는 것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가 에어컨이 설치된 벙커에 편안하게 앉아 뉴스를 시청하며 납치범을 조종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모트리히 장관 역시 "가자지구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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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
특히 이들이 간츠 대표가 이끄는 국가통합당과 연합해 반(反)네타냐후 연합을 결성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방송사인 채널12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금 당장 총선이 실시된다면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이 이끄는 우파연합은 전체 120개 의석 가운데 4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간츠 대표가 이끄는 국가통합당은 36석(현재 12석)을 차지해, 17석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되는 리쿠드당(현재 32석)보다 두 배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파 연합에서 이탈자들이 발생할 경우 간츠 대표가 총리가 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하아레츠는 "계속해서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네타냐후가 간츠 등과 달성한 불안정한 연합을 깨뜨릴 수 있다"며 "이들의 이탈은 바이든 행정부와의 충돌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군부 측에서 언제까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자제시키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 직원이 지난 2일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데 이어, 지난 6일 반대 메모 서명, 8일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의 공개 서한 등 미국 내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외교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휴전에 대한)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그 압박이 그리 높지는 않으나,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이 얼마나 긴 외교적 시계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2~3주"라고 답했다. 이스라엘군이 2~3주 내로 강한 외교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