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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가칭)불광2동 지역주택조합. 2023.11.02.© 뉴스1 장성희 기자 |
"원수에게나 추천하라"
'지역주택조합'의 위험성을 빗댄 표현이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이거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1채를 소유자들이 주택 마련을 위해 결성한 조합을 말한다.
저렴하게 내집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사기의 '온상'이 된 모습이다. 서울 구로·불광·옥수동 지역주택조합 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조합 대행사 관계자들이 수백명 조합원이 낸 수백억원을 편취하는 식이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20년 관련법 개정이 이뤄졌다. 지역주택조합 모집 신고 시 토지사용권원(토지 사용 승낙서) 50% 이상, 조합 설립 시에는 토지사용권원 80%와 토지소유권 15% 이상 확보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검증 단계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토지사용권원 확보 안 어려워…부실 지역주택조합 가능성 '여전'
지역주택조합 설립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토지사용권원을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업무대행사가 허위 광고로 토지 사용 승낙을 받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땅 주인들이 토지사용권원을 내어주면 토지 종상향이 이루어지고 고층아파트 역시 들어설 것처럼 현혹하는 식이다. 또 지역주택조합 모집 신고 후 사용 승낙을 철회해도 무방하다고 설득하며 토지 주인들을 안심시키기도 한다.
이때 땅값 상승을 원하면서 손해를 볼 일이 없는 땅 주인들은 사용 승낙을 하고 그 과정에서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은 올라간다. 부실한 지역주택조합이 생길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것이다.
◇조합원 모집 단계부터 검증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모집 신고 단계부터 토지사용권원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변호사는 "행정청이 모집 신고를 받을 때 단순하게 토지 사용을 허용한다는 승낙서를 인정해 주는 경우가 있다"며 "지역주택조합 부지 사용 건으로 정확하게 명시한 토지 사용 승낙서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감증명서를 함께 제출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승주 서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인감증명서 제출 요구를 의무화하면 토지 주인들이 지금처럼 간단하게 토지 사용 증명서를 주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모집 단계부터 검증이 강화돼야 함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최소한 신분증 사본이라도 첨부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면 지역주택조합 모집 단계의 검증이 더 까다로워지는 셈이므로 기존 지역주택조합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row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