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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견교사 수당 기준 공고됐다면…국내 공무원 규정 적용 안 돼"

1·2심 교사 손 들어줬지만 대법서 뒤집혀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2023-11-19 09:00 송고
대법원 전경 © 뉴스1
대법원 전경 © 뉴스1

외국에 설립된 한국학교에 파견된 교원을 선발할 때 수당 기준이 제시됐다면 국내 공무원 수당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국학교는 재외국민에게 초·중·고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교육부장관 승인을 받아 외국에 설립된 교육기관을 말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재외 한국학교 교사 A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내 공무원 수당에 따른 수당액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러시아 한국학교 파견 교사로 채용돼 2016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파견 근무했다. 그는 해당 기간 기본급과 부장수당, 주택수당, 교통비 및 급식비 등으로 월 2220~2285달러(약 287만~296만원)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과 비교해 현저히 적었다. 반발한 A씨는 정부를 상대로 9900여달러(약 1283만원)와 260여만원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정부는 시행령을 근거로 차액 지급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재외국민교육법 시행령 제17조는 '교육부장관은 공무원수당규정이 정한 범위에서 예산사정 등을 고려해 그 지급대상과 지급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파견교사 선발 공고에서 한국학교가 기본급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한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수당액을 명시한 만큼 추가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가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각종 수당은 법령의 규정 내지 법령의 위임을 받은 구체적인 '하위 규칙' 등에 근거해 지급대상, 지급 기준 및 액수가 산정돼야 한다"며 "단순히 행정행위 또는 내부적으로 임의 결정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외 한국학교 파견교사 수당 기준을 규정한 교육부 예규라도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 소속 공무원과 B학교 간의 실무적인 협의 수준에서 수당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아 교육부 장관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정부의 선발 공고에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의 대상·범위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만큼 그 자체로 '내부지침 또는 세부기준'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선발 계획의 수립 과정과 내용을 종합해볼 때 교육부 장관이 선발계획에서 재외 한국학교들이 지급하는 수당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재외기관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공고'한 것 자체가 '내부 지침 또는 세부기준'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선발계획 내용이 위임 법령의 목적이나 근본 취지에 배치되거나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교원의 보수에 관한 내용을 하위 법령에 위임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교원의 보수체계와 관련된 사항을 모두 법률에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려운데다 본질적으로 국가의 재정상황에 따라 해마다 그 액수가 수시로 변한다"며 "이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까지 반드시 법률의 형식으로만 정해야 하는 '기본적인 사항'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장관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지적한 원심 판단에는 "원심은 재외국민교육법 시행령 제17조 등의 해석·작용 및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교육부 장관이 시행령 제17조 등 관계법령에 따라 재외 한국학교와 협의를 거쳐 공무원 수당 규정이 정한 범위에서 예산 사정 등을 고려해 정한 이 사건 선발계획의 수당 부분은 재량권 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비례·평등 원칙에 반하는 사유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 선발계획의 수당 부분이 근무조건 법정주의에 위반된다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현재 하급심 계속 중인 동종·유사 사건에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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