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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획적으로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를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2023.11.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3년이 넘게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5)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 재판이 일단락됐다.
검찰은 그룹 승계를 위한 '삼성식 반칙'이 있었다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반면 이 회장은 "합병으로 주주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경영권 승계' 위해 부당합병 혐의…2020년 기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106회 공판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 (Governance·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이 이뤄졌는데 이를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 "세금 없이 공짜로 경영권 승계 성공시켜"
이날 검찰은 "이 사건은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행위에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훼손한 것은 경제 정의"라며 "피고인들은 합병 당시 주주들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이 사건 합병을 찬성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 정작 국익을 해친 건 다름 아닌 피고인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은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의 기업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편법 동원해 자신의 이익을 동원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 사외이사는 거수기로 남을 것이고 회계 클라이언트 의견서를 남발해 원칙중심의 회계 기준이 사문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옛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합병 업무를 총괄한 최지성(72) 전 실장과 김종중(67) 전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장충기(69) 전 실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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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획적으로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를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2023.11.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이재용 "지배구조 투명화 위해 합병한 것…주주 속일 의도 없었다 "
반면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익을 얻거나, 주주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회장은 "두 회사(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은 지배구조 투명화와 단순화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 부응하는 거라는 생각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다른 주주를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고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신기술 투자와 신사업, M&A(인수합병), 지배구조 투명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차원에서 추진됐다. 그런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국 경영자, 투자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만약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