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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메르세데스-벤츠 광주 수완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BMW코리아 동탄 서비스센터(각 사 제공) |
'강남 쏘나타' '강남 싼타페'. 특정 브랜드의 수입차를 가볍게 부르는 말이다. 부촌인 강남 지역에서는 수입차들이 국산 자동차만큼 눈에 띈다는 의미다. 그만큼 우리 눈에 흔해졌지만, 수입차 소비자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단점도 호소한다. 바로 AS 문제다.
20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1~10월)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22만6602대를 기록했다. 추세로 보면 지난해(1~12월) 28만6722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침체·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올해도 20만대 후반에 이르는 판매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판매량과 달리 수입차 업체들을 향한 정비 불만도 상당하다. 독일의 한 수입차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정모씨는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차종이라 구입했지만, 자잘한 정비 한번 받는 데 한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상위 12개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입자동차의 평균 수리기간은 2017년 7.8일에서 2022년 10.5일로 증가했다. 30일을 초과하는 장기수리는 2017년 6987건에서 2022년 1만9782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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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서 집계한 수입 자동차의 국내 서비스센터는 브랜드를 총 합쳐 949곳뿐이다. 현대자동차 블루핸즈가 전국 1200여개소, 기아 오토큐가 직영 18개 센터, 800여개 협력사 등으로 갖춰진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949곳 중에서도 국내 생산 공장이 있는 GM한국사업장(한국GM) 산하의 쉐보레가 403곳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을 제외하면 숫자는 더욱 적다. 그나마 국내 수입차 투톱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각각 77곳의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브랜드들은 50곳을 넘지 못한다. 수입 전기차 절대 강자인 테슬라의 서비스센터는 전국에 9곳 뿐이다.
수입차의 수리비용도 상당하다. 리서치 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2022 자동차 기획조사'에 따르면 국산 자동차의 평균 AS 비용은 49만원, 수입차는 98만원으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자주 사용되는 부품이 아니면 부품을 재고로 갖고 있기 어렵고, 소량의 부품을 가져오는데 비용도 크기 때문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수입자동차 업체들의 AS 불만은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라며 "저렴하면서 편리한 AS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30만대 시장이라곤 하지만 아직 여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도 "수입차 회사들과 딜러들 입장에서는 차량 판매가 더 중요한 수익 구조"라며 "업계에서도 서비스센터 확충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투자에 대한 여력이 부족하거나 본사와 미묘한 관계가 있다든지 복잡한 사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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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도요타 스킬 콘테스트에서 판금 부문 경연을 벌이고 있다.(도요타코리아 제공) |
업계에서는 브랜드별로 센터를 조금씩 확충하거나 정비 인력 수준 상승, 차량관리 앱 등을 활용해 고객 불만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서비스센터도 꾸준히 늘리지만 센터 내 정비 시설 워크 베이를 확충에도 노력 중이다. BMW의 서비스센터는 2016년 61곳에서 올해 77곳으로 점진적으로 확대 중이다.
렉서스는 수입차 업체 중에서도 비교적 AS부문의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렉서스는 수입차 AS부문 4년 연속 1위를 달성 중이다. 렉서스는 모기업인 도요타와 함께 매년 스킬 콘테스트를 벌여 AS 만족도를 높이는 중이다. 또 다른 일본 자동차 회사인 혼다는 차량관리 앱을 통해 차량 정비 예약·소모품 관리 등으로 정비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AS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기대에 딱 맞게 하는 것은 정말 종이 한장 차이"라며 "판매가 많아지면 AS 수익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각 본사에서도 의지를 갖고 움직여 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