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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 등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가 지정한 시설로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은 여론에는 부응하지만 정책 효과가 낮고 위헌 우려가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평가가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최근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정책 연구' 보고서에서 "정책 취지나 선한 의도,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효과나 헌법적 타당성,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할 때 도입에 유보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우선 법무부의 '한국형 제시카법'을 두고 "대체로 사회 구성원 다수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하며 "성범죄에 대한 강경한 사회 태도를 고려하면 정책수용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자장치(전자발찌) 장치 제도를 통해 지금도 사실상 거주지 제한 정책이 시행 중이고, 미국의 제시카법이 범죄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정책 한계를 짚었다.
보고서는 "지정시설 거주는 기존 거주지 제한 정책보다 더 강화된 정책"이라면서도 "현재 법률로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거주지 제한 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본질적으로 거주지 제한 정책은 특정 지역 범행 기회만을 낮추는 것에 불과하고 성범죄자의 범죄 유발요인이나 범행 동기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는 정책 실효성이 의문시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거주지 제한 대상자가 과대하게 선정되고 보호관찰관의 업무 부담 우려가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거주시설 출소자의 주거지가 명확하지 않거나 노숙자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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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법무부) |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전자감독 인력 1인당 담당 대상자 수는 17.3명으로 미국(8명)의 두배에 이른다. 또 영국·스웨덴·호주(1인당 10건 미만·2015~16년)등과 비교해도 많아 보호관찰관의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피해자 수와 피해 정도, 범죄 수법을 고려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별도 분석을 통해 거주지 선정에 신중을 기해줄 것으로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거주지 제한보다 범죄자 생활반경 내에 아동 밀집 시설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역 갈등도 우려했다. 보고서는 "수혜지역과 비수혜지역 주민 간 의견 차이, 지역이기주의 재발동, 지역발전 불균형 논란 등으로 형사정책이 사회통합에 저해되는 작용을 할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헌법이 보장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견해도 제시했다. 고위험 성범죄자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거주지를 제한해 기본권 침해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그들(범죄자)의 불법 행위에 따른 형벌을 복역으로 모두 마친 법치국가원칙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올해 1월 한국형 제시카법 효과 분석에 착수해 지난달 27일 발표된 법무부 안을 바탕으로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를 총괄한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거주지 제한만으로는 (범죄예방) 효과를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데 따른 정책 타당성을 검증해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