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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를 '독재자'라고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의 돌발 발언이 실수였는지, 의도된 발언이었는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동상이몽'을 꾸는 미·중 간 협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후 열린 단독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그를 독재자로 보느냐'고 묻자 "알다시피 그는 그렇다"며 "1980년대 이래로 독재자였다"고 말했다.
또 "시진핑은 공산당을 이끄는 남자"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일컬었다. 그는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 사태를 거론하며 "내가 스파이 장비로 가득 찬 박스 카 두 대를 실은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진핑이 매우 화를 냈던 이유는 거기에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독재자들에게 큰 당혹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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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걸어가고 있다. 2023.11.1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
양국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군사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좀비 마약'인 펜타닐 생산을 억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두고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과는 달리 중국 측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독재자' 호칭은 현재 시점에서 미-중 양국의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을 거론하며 "중국 지도자에 대한 바이든의 솔직한 평가는 점점 냉담해지는 양국 관계를 더욱 면밀히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세계 무대는 민주주의와 독재정치 사이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며, 이보다 더 높을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바이든은 시 주석이 대화에서 솔직하다고 칭찬했지만, 중국 지도자를 신뢰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독재자' 발언과 함께 "옛말에 나오는 것처럼 믿되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말한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시 주석에 대한 미국 내 곱지 않은 여론을 의식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 안보 칼럼니스트인 조쉬 로긴도 '바이든, 시진핑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시 주석도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꿈을 꾸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칼럼에서 "시진핑은 바이든을 친구로 보고 있을까? 아니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완화하기 위해 바이든을 이용하고 싶어 할까?"라며 "증거는 후자를 가리킨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기대치를 매우 낮게 설정함으로써 회의를 승리로 이끌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한편 중국 관리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대화를 계속하려면, 중국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로긴은 "바이든은 관계를 더 좋게 바꾸는 것이 시 주석과의 목표라고 말했지만, 시진핑의 목표는 다르다"며 "그는 미국을 잘못된 안보 의식으로 유인하는 동시에 이 지역을 지배하고, 중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 질서를 바꾸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은 시진핑이 친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