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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잘라, 태양광 가리잖아"…아버지뻘 잔혹 살해 40대[사건의재구성]

복숭아 나뭇가지가 태양광 가린다는 이유로 흉기로 살해
"살해 당하는 모습 본 아내 충격 가늠조차 못해"…징역 26년

(의정부=뉴스1) 양희문 기자 | 2023-11-15 06:30 송고 | 2023-11-15 06:55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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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나무 자르라고."

지난 4월3일 오후 6시10분께 강원 철원군 오덕리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거친 욕설과 함께 고성이 울려 퍼졌다. A씨(42)가 밭에서 일하고 있던 이웃 B씨(72)를 향해 내뱉은 소리였다.

A씨는 평소 B씨에 대해 불만을 품어왔다. 주택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시설이 B씨 밭에 있는 복숭아 나뭇가지에 가려 배터리가 제대로 충전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도 어김없이 술에 취한 상태로 B씨를 찾아간 A씨는 "나무를 자르라"며 소란을 피움과 동시에 B씨를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이웃에게 손찌검을 당했음에도 B씨는 "술에 취한 것 같으니 다음에 얘기하자"며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차분한 대응은 오히려 독이 됐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더 크게 격분했고, 이내 화는 살해 충동으로 바뀌었다.

A씨는 곧바로 자신의 집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나온 뒤 B씨 자택으로 향했다. B씨를 발견한 A씨는 그에게 달려가 흉기로 마구 찌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B씨의 아내 C씨(67)는 A씨를 말렸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A씨는 C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얼굴과 어깨를 수차례 찔린 B씨는 끝내 과다출혈로 숨을 거뒀다. C씨도 발 부위의 근육과 힘줄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다.

범행 직후 자신의 차량을 몰고 사건 현장을 벗어난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오후 7시5분께 긴급 체포됐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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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점을 이용해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또 C씨에게 상해할 고의가 없었을 뿐더러 경찰에 자수도 했다고 항변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실제 A씨는 달아나는 과정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으악, 내가 사람을 죽였어"라는 말을 반복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조영기)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비춰 보면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수상해의 고의성 여부도 A씨가 "C씨가 말리니 더 화가 났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진술한 점을 볼 때 C씨에게도 적지 않은 분노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 고의로 상해를 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자수했다는 A씨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A씨가 "사람을 죽였다"고 행인에게 말한 사실은 있으나 수사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 출동한 경찰관이 먼저 A씨에게 다가가 인적사항과 범행 여부를 물은 뒤 체포한 점도 자수로 평가하기에 힘들다는 근거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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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씨의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ORAS-G)가 17점으로 '높음' 수준을 보인 점,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K) 결과 14점으로 '위험음주군'에 해당하는 점, 과거 수차례 폭행범죄를 저지른 점을 볼 때 또 다시 살인범죄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사회로부터 오랜 격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하고,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조영기 부장판사는 "살인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이자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자신의 배우자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C씨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의 깊이는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다. 유족 모두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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