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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앤락 안성아웃렛(락앤락 제공) |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락앤락(115390)에 대한 투자금 중간회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규모 배당·올해 8월 유상감자 등으로 현금 회수에 나선 데 이어 또다시 국내외 자산을 매각하며 본사에 현금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락앤락은 자사 안성공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사유는 '생산효율 제고 및 비용 절감'이다.
안성공장은 정관상 락앤락 본점 소재지다. 2021년 하반기 원래 본점이었던 아산공장을 경동나비엔(009450)에 처분·매각하면서 안성공장이 본점이 됐다. 당시 락앤락은 국내 제품 생산·배송 기능을 안성공장으로 집중한다고 밝혔다.
락앤락은 "안성공장은 지난해 연결 총매출액의 13%를 담당하고 있고 국내 외주업체와 베트남·중국법인 생산시설을 통해 제품을 생산 중"이라며 "생산중단에 따른 영업상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락앤락 국내 사업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이 누적돼 왔다"며 "안성 사업장 관련 사항을 살핀 결과 회사를 살리기 위해 운영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락앤락 측은 기업 존속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하지만 어피너티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안성공장은 앞서 매각·현금화된 아산공장과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어피너티는 2021년부터 국내 아산공장·물류센터와 베트남·인도·중국법인 등 해외법인을 매각해 본사에 현금을 집중한 후 829억원대 현금배당과 400억원대 유상감자 등을 실시했다.
어피너티 특수목적법인 컨슈머스트랭스는 배당·유상감자로 각각 약 578억원과 279억원을 수혈했다. 컨슈머스트랭스는 락앤락 지분 69.64%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중간회수에도 어피너티의 엑시트 완료는 갈 길이 멀다. 어피너티는 2017년 8월 컨슈머스트랭스를 통해 김준일 락앤락 창업주 겸 회장이 보유하던 락앤락 지분 63.56%를 6293억원에 인수했다. 이중 절반인 3235억원은 인수금융으로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인수금융 만기가 도래했고 대주단은 어피너티 측이 600억원을 우선 상환하는 조건으로 만기를 3년 연장하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금리는 대폭 상향했다. 대주단은 금융채 3년물 평균 금리를 기준 삼아 9%대 금리를 제시했고 어피너티는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6년 전 어피너티가 락앤락 인수를 위해 대출을 받을 당시 연 4.2~4.3% 수준의 금리를 적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자 부담이 2배가량 늘었다.
사모펀드가 일반적으로 엑시트에 나서는 시기가 도래했지만 발등의 불을 끄는 데 급급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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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어피너티는 락앤락을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다. 역산하면 당시 어피너티가 평가한 락앤락 기업가치는 1조원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락앤락의 현재 시총은 약 2600억원이다. 전일(13일) 종가는 6030원으로 어피너티는 66.5%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자사주 취득·소각을 반복하며 주가를 높이려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경영 실적 회복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인수 당시 영업이익은 500억원대였지만 지난해 2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232억5495만원과 27억8419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7.52%와 27.4% 줄었다.
일각에서는 어피너티가 락앤락 일부 사업부를 카브아웃(Carve-Out) 형태로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체 매각으로는 엑시트를 위한 원매자를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분리매각을 통해 전체 몸값 줄이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락앤락 대표는 최근 1년 사이 4번 바뀌었다. 지난 7월 이재호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대표자리에 오른 천해우 대표는 두 달 만에 이영상 전 투썸플레이스 대표로 교체됐다. 2019년 3월부터 락앤락 사외이사로 활동한 류승범씨도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안성공장 운영 중단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닌 외주화를 추진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사업부 분할 매각(카브아웃)도 검토한 바 전혀 없다"며 "류승범 사외이사는 실제로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했다"고 답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