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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이른바 '계곡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확정받은 이은해(32)와 조현수(31)가 지인들에게 은신처 제공을 요구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의 상고심에서 각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지인 2명에게 도피를 도와달라면서 자금과 은신처를 구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피해자 윤모씨(사망 당시 39세)를 살해한 뒤 같은해 11월 윤씨 명의의 사망보험금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범죄사실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2021년 12월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도주를 결심했고, 지인 2명에게 은신처를 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인 2명이 오피스텔 임대차계약을 맺고 보증금과 임대료를 마련해주는 한편 이씨와 조씨가 쓰던 물품을 실어다 준 것으로 파악했다.
1심은 이씨와 조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일반적인 도피행위 범주를 벗어나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하거나 형사피의자로서 가지는 방어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해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지인들과 도피에 관한 사전 모의를 하거나 계획을 세운 적이 없고, 오피스텔 마련을 요청했을 뿐이라며 판결에 불복했다. 그러나 2심도 "지인들에 대한 피고인들의 교사행위는 특별한 친분이 있는 여러 사람의 눈과 귀, 손을 빌려 조직적, 지속해서 도피를 꾀했던 것"이라며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반면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수사를 피하고자 지인 2명에게 요청해 은신처를 제공받고 그들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다른 은신처로 이동한 행위는 통상적 도피의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나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범인이 타인에게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는 등 방어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대법원은 "지인들은 친분 때문에 이씨와 조씨를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조직적인 범죄단체를 갖추고 있다거나 도피를 위한 인적, 물적 시설을 미리 갖춘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피생활이 120일간 지속된 점, 수사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한 점 등만으로는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속이거나 범인의 발견·체포를 곤란하도록 적극적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 통상적 도피로 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