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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허상 사이 그 감각의 틈을 연결하다…'정지현: 행도그'展

텅 빈 껍데기로 남은 사물의 헝상, 실재하는 조각의 형질로 전환
물질문화에 대한 비판적 질문…아트선재센터서 24년 1월21일까지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23-11-03 08:33 송고
정지현 개인전 '정지현: 행도그'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정지현 개인전 '정지현: 행도그'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아트선재센터는 오는 2024년 1월21일까지 정지현 작가의 개인전 '정지현: 행도그'를 개최한다.

정지현의 작업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환경에서 느닷없이 마주하는 여러 기물과 용도 폐기된 산업재를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존재하는 구체적 사물에 기인하지만 실재가 허물어지고 텅 빈 껍데기로 남게 된 사물의 허상은 정지현의 손의 감각에 의해 다시 실재하는 조각의 형질로 전환한다.

현실에 존재하던 사물이 여러 단계의 감각 전이, 실재와 허상의 교차를 지나 마침내 조각의 몸으로 직조되면서 사물은 더 이상 그 이름에 부여된 통념과 관념에 머무르지 않고 그 어디에도 도달하지 않은 중간적인 상태로 유동한다.

작품 '오른쪽 페기'와 '왼쪽 페기'는 폐차장 인근 길가에 적재된 자동차 폐기물을 아이폰으로 3D 스캐닝한 후 납작해진 데이터에 양감을 주어 3D 프린팅한 작업이다.

'자동차'라는 이름으로 기호화되었던 사물이 더는 기능을 못 하고 버려지면서 사물은 이름을 상실하고, 다시 물질로 복기한다. 날것으로 이행하는 사물을 스캐닝해 출력하는 것은 실재적 본질이 사라진 사물의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상태를 기술의 힘을 빌려 붙잡고, 실체화하는 시도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정보의 누락이나 기술의 한계가 만들어 낸 3D 프린팅의 성긴 섬유 조직과 어긋난 경계를 모순적으로 드러내어 사라진 물질성을 가시화한다.

정지현 개인전 '정지현: 행도그'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정지현 개인전 '정지현: 행도그'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그리고 기술이 생산한 이 미완의 덩어리 위로 다른 재료를 손으로 덧붙이거나 갈아내는 등 반복된 노동과 조각적 행위를 더해 굳어있는 물질에 운동성을 부여한다.

'더블데커'는 길거리에서 발견한 7m 폐간판을 해체해 만든 조각이다. 간판의 기능과 역할을 상실한 대신, 전시장에서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조각이자 조명으로 작동한다.

이렇듯 정지현은 도시의 무수한 용도 폐기 산물을 발견할 때 그 대상이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을지 상상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수집, 분류, 재조합하고 사물의 고유함으로부터 벗어나는 물질적 전환을 꾀한다.

존재하는 것을 허물거나 없던 것을 세우는 정지현의 작업은 실재와 허상 사이에 벌어진 감각의 틈과 경계 속에 표류하다 어느 순간 조각의 감각으로 연결되고 실체화한다.

정지현은 "배열의 이동과 조합의 끝없는 변전의 끝에는 사물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생하는 서사의 한계가 드러나고, 잃어버린 퍼즐 조각처럼 이미지가 언어화되는 순간을 피해 끊임없이 유예한다"고 말한다. 유료 관람.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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