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7일 전남 목포 혜인여자고등학교에서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2023.8.7/뉴스1 |
인공지능(AI)이 접목된 미래 교실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정부 주도하에 '디지털 선도학교'가 선정돼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점차 시범학교 수가 늘어나면 디지털 교육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아 가는 모습이다.
학생들은 무거운 교과서를 가방 가득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새 학기에 잔뜩 주어지던 책도 없다.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디지털 교과서'가 화면에 뜬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영어, 수학, 정보 과목에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선생님의 질문에 손 들고 발표하는 모습도 과거가 될 지 모른다. 답은 디지털 교과서에 적으면 된다. 선생님은 모든 학생의 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학생들은 딴짓하기가 어려워진다. 책 또는 연필이 없다는 이유로 수업을 포기하는 일도 없다.
수업 시간 전에 칠판을 깨끗이 지우는 중책을 맡은 이른바 '칠판 당번'도 필요 없다. 칠판이 있던 자리에 터치스크린 화면이 설치된다. 지리 시간에 선생님이 지도를 열심히 그릴 필요 없이 클릭 한 번에 완벽한 지도가 뜬다. 한국, 일본, 미국 다 가능하다.
상상에 의존해 학습했던 것들은 가상현실(VR)로 대체할 수 있다. VR기기를 쓰고 우주를 여행할 수 있고, 북극 체험도 가능하다. 위험해서 못하는 화학 실험, 비윤리적인 생물 시험도 가상공간에선 어렵지 않다.
선생님 업무 강도도 줄어든다. 시험지 채점은 AI가 해주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AI 스타트업이 선생님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다. 채점을 넘어서 어떤 문제를 가장 많이 틀렸는지, 오답률은 어떻게 되는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 |
젠큐 서비스 화면 갈무리 |
에듀테크 회사인 아티피셜 소사이어티는 언어·영어 지문과 다양한 형태의 문제를 만들어주는 생성 AI '젠큐' 서비스를 내놨다.
특히 긴 비문학 지문에 객관식 문제까지 만들어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명문대학교의 게시판에는 종종 '지문 만들기' 아르바이트가 올라온다. 학원 강사에게 보조강사가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젠큐'를 이용하면 언어·영어 영역에서 다양한 지문을 즉시 생성하고, 문제를 만든다. 글의 길이, 글의 구조, 난이도 등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도 있다. 문제를 만들기까지 이 과정은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개인 학습 과정이 '클라우드'에 쌓이면 수준별 수업도 가능해진다. 학습자의 정보나 수업 내용 등이 데이터에 모두 저장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취약한 유형의 문제를 문제은행 시스템에서 제공할 수도 있다.
과거 학원에 다녀하는 이유는 '문제은행'으로 불리는 족보가 한몫했다. 클라우드에서 예전 시험 문제를 다 꺼내볼 수 있다. 미래 교육이 정립된다면 사교육 부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계는 있다. 대당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지난해 기준 50%에 그친다. 선생님들도 디지털 교육에 익숙하지 않아 트레이닝이 이뤄져야 한다.
빌 게이츠는 "AI가 현재는 언어 영역을 파고들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학 영역까지 침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은 수준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미래교실 실험은 공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eom@news1.kr